▲노순택
개혁개방을 하기 전까지 중국인에겐 별다른 오락문화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저 과거와 같이 장기나 마작, 새나 꽃을 기르는 것 등과 같은 정적인 여가문화가 있을 따름이었다지요.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집단과 혁명을 위해 가동했던 탓입니다.
활동적인 여가문화라고 해봤자 아침마다 집단체조를 하거나 모택동 어록을 노래로 바꿔 부르는 따위의 지극히 정치적인 오락문화가 판쳤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여가문화는 우리도 경험한 바 있습니다. 한 20년 전 만해도 아침마다 "꿍민체조! 시~작"으로 운을 띄우는 일본식 국민체조를 한다던가, "새아침이 밝았네"로 시작하는 새마을운동의 노래를 부르는 게 우리의 강제된 문화였으니까요. 뿐인가요, 레코드 음반에는 반드시 사회정화를 찬양하고, 애국애족을 노래하는 '찬송가'를 삽입해야만 했잖아요.)
그러던 것이 80년대 이후에는 중국사람들이 ‘미치기’시작합니다. 이 ‘미치다’라는 표현은 중국의 한 신문에서도 사용했던 말인데 그동안 국가에 의해 억압되어 왔던 개인의 여가/ 오락문화가 개혁개방을 맞아 봇물처럼 흘러들면서 중국사람들이 미치기 시작했다는 거죠.
80년대 중국을 휩쓴 것은 다름 아닌 가라오케입니다. 그리고 90년대에는 디스코가 압도적인 유행의 바람을 탔습니다. 80년대의 중국인들은 이 가라오케 문화를 통해 그동안 억눌렸던 정신적 속박을 맘껏 발산했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84년 조선족 출신 불세출의 가수 최건이 중국 최초로 ‘락음악’을 선보이면서 가라오케와 더불어 이 락음악이 중국 전역을 휩쓸었다고 합니다.
90년대의 새로운 특징이라고 한다면, 먹고살만해진 중국인들이 건강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이른바 신체단련 운동이 유행한 것입니다. 살빼기 운동이니 기공체조니, 태극권, 베드민턴 등 몸을 건강하게 하는 각종 운동들이 성행했습니다.
디스코 열풍과 더불어 90년대 중반 이후 젊은이들 사이에서는‘파오빠’라고 불리는 각종 빠문화가 유행합니다. 여기서 빠란 영어로 bar를 의미하죠.
차를 마시는 차빠, 술을 마시는 지우빠, 영화를 보는 잉빠, 피시방으로 불리는 왕빠 등 각종 빠문화가 들불처럼 번져갔습니다. 개혁개방 이후 '경쟁'을 화두로 살아야 하는 신세대 젋은이들이 이러한 빠를 통해 낮 동안의 스트레스를 풀었답니다.
사진은 여전히 베이징 외곽의 동네 골목입니다.
'마작'하면 우선 '음침한 골방에서 담배를 뻑뻑 피워대며 충혈된 눈을 부릅뜬 노름꾼'들이 떠오르는 게 저 뿐만은 아닐 듯 싶네요. 물론 중국인들도 노름을 즐기긴 합니다만, 마작 같은 놀이는 마치 장기나 바둑 같은 친숙한 놀이일 따름입니다.
<한국일보>의 장재국 회장님께서는 나라가 경제파탄의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도 라스베가스 미라지 호텔 카지노에서 자그마치 50억 원을 탕진하는 놀고 자빠지는 '노름'을 했는가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평범한 소시민들은 놀고 웃는 '놀음'을 할 수밖에요.
그나마도 마작이나 장기는 할 일 없는 실업자나 퇴직한 노인네들한테나 사랑받을 뿐, '시간이 돈'이라는 구호가 압도하고 있는 오늘의 중국사회에서는 서서히 외면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도 관광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기념품으로 파는 마작들을 심심찮게 볼 수는 있습니다.
해질녘 동네 골목에 모여앉아 골패(마작과 비슷한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뒤로 자전거가 쓰윽 어깨를 내밀고 구경을 하고 있군요. 노름판에 구경꾼 빠지면 재미없다는 걸 자전거도 아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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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들의 여가문화에 대한 정보는 베이징에 거주하는 박현숙 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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