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이후 금리(채권수익률)와 주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이들 두 변수 사이의 상관계수가 0.86으로 매우 높아졌다. 주가가 오르면(떨어지면) 그날은 거의 금리도 상승(하락)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금리와 주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금리가 떨어지면 직접적으로 기업의 금융비용이 하락하고 간접적으로는 소비가 늘어나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증대되면서 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금리와 주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다음 두 가지로 설명해볼 수 있다.
우선 증권시장에 불확실성이 매우 높을 경우 이런 모습이 나타난다. 앞을 내다보기가 어려울 때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을 찾게 되고, 그래서 주식보다는 채권(주로 국공채)을 산다. 또한 경기 전망에 따라서 이들 두 변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앞으로 경기가 좋아져 기업 수익이 늘어날 것 같으면 주가는 오른다. 그러나 경기가 호전되면 기업의 투자 증가로 자금수요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금리도 상승하게 된다.
지난 4월 중순부터 8월까지는 미국 경제의 이중침체와 우리 경제성장의 둔화 가능성, 중동지역의 불안 고조 등 불확실성이 높았기 때문에 금리와 주가가 같이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채권값은 고평가, 주가는 저평가되었다.
그러나 4분기에는 금리와 주가가 같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 가운데 하나는 주가에 1개월 정도 선행하는 장단기 금리 차이가 8월 중순 이후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더 오른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미래의 경기를 낙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의 경기가 좋아진다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장기 금리가 더 오르게 된다.)
지난 6월 이후 두 달 연속 경기선행지수가 감소하는 등 우리 경기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이것은 경기 확장국면에서의 조정과정으로 볼 수 있다. 7월 이후 수출이 20% 정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미뤄보면 4분기에는 여러 경제지표가 다시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테러 위험,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둔 불확실성은 금리와 주가의 하락 요인이다. 그러나 좋아지는 경제지표와 채권값은 비싸고 주가가 싸졌다는 것은 이들을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4분기에는 후자의 효과가 더 커지면서 주가가 오르고 채권수익률도 상승할 전망이다. 위험을 지고 주식투자를 해볼 시기인 것으로 판단된다.
덧붙이는 글 | 조선일보(2002.9.13)에 실린 글을 약간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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