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디를 찾아 이리저리 뛰는 동안 우리 모두는 아이가 됩니다이형덕
가재말은 우선 인가가 없고, 개울이 있어서 반디의 좋은 서식 조건을 갖추었는데 지난해에는 이곳에서 애반디 200여 마리를 목격하는 귀중한 감동을 얻었단다. 애반디는 7월초에서 8월중에 자주 나타나는데 몸집이 작으나 수가 많다고 한다. 그에 비해 늦반디는 9월초부터 주로 나타나는데 몸집이 크고 해발이 높은 지역부터 출몰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가재말 위쪽으로 올라가자니 전에는 없었다는 불빛이 보이는데, 투견사육장이라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곳의 반디들도 상당수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 있는데 하늘나리님의 전화가 왔다. 들녘님께서 보린교회 앞에 아이들을 데리고 오셨다는 것이다. 우리가 내려갈 참이니, 두 번째 장소인 광대울 쪽으로 가 계시라고 했다. 그런데 잠시 후 아이들이 잠잘 시각을 놓칠까 봐 먼저 들어가신다는 연락이 왔다. 아이들이 보았으면 참 좋아했을텐데….
포충망을 들고 이리저리 뛰는 불당쇠님이나, 어둠 속에서 까물거리는 반디불빛을 만날 때의 설레임을 느끼면 정말 아이들에게는 이런 반디 탐사가 평생 잊혀지지 않는 아름다운 감동이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팍팍해진 내 마음에도 이런 설렘과 아름다움이 남겨지거늘 아이들에게야 어떨까. 아마 아이들은 어느 곳, 어디에 가서 살든지 어린 시절의 반디를 쫓던 그 황홀한 기억을 잊지 못할 것이다.
광대울로 넘어가자면 우선 내가 사는 집 앞을 지나야 했다. 집 오르는 길에 차를 세우고, 내 차로 움직이려는데 샘물님이 외친다.
어, 여기도 있네. 개울 풀 섶 위로 날아다니는 반디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어설프던 불당쇠님의 포충망 솜씨도 점점 익숙해져간다. 크기도 가재말보다 훨씬 크다.
나는 부끄럽고 놀라웠다. 내가 살고 있는 집 곁에 이런 아름다운 생명들이 살고 있음에도 그것을 알지 못했다니... 이따금 밤늦게 부엌 창 밖으로 연두색 사선을 그으며 지나는 반디를 보긴 했지만 이렇게 떼를 지어 있을 줄은 몰랐다. 미안해 반디야.
이번엔 광대울로 넘어가 본다.
물골이 있는 개울 부근을 가보려는데 막상 고갯마루에 오르니 들깨를 심었던 밭 자락에 날아다닌다. 거기서 두 마리 체포.
이번엔 폐가 부근으로 간다. 아, 이건 반디 천국이다.
주인도 떠나고, 버려진 집과 풀만 무성한 그곳을 반디들이 지키고 있었다.
십여 마리가 쉽게 눈에 띈다. 그뿐만이 아니라 풀 섶에 가만히 앉아 반짝이는 녀석들도 있다. 암컷인 줄 알고 잡아보니, 무슨 쐐기벌레 같이 생겼다. 이병학님 말로는 유충이라고 한다. 대체로 유충은 한 해나 두 해가 걸려서 반디가 된다 한다.
애반디가 고여 있는 물 부근에 주로 서식하는 데 비해 늦반디는 흐르는 개울물과 그 주변의 풀밭, 특히 공동묘지 부근에 많다고 한다. 광대울은 우선 개울과 풀밭과 오래 된 무덤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가가 없고, 가로등이 없다. 불빛이라고는 달빛 밖에 없다. 거기서 그들은 매일 여름밤의 꿈을 꾸고 날아다닌 것이다.
반디모임에서는 남양주 지역의 반디 서식지를 지난해부터 조사해왔다고 한다. 해질녘에야 나오는 반디를 잡아 일일이 수를 세고, 크기와 종류를 파악하고, 일부는 등덮개에 번호를 새기어 생명주기나 이동경로까지 파악하는 일이니 자칫 새벽 두 시까지 넘기는 경우가 허다했단다.
공연히 잘 사는 반디 괴롭히는 일 아니냐는 비뚤어진 시각도 없는 건 아니지만 한두 마리의 반디를 살리는 것보다 지금 시급한 것은 환경의 오염으로 아예 그 서식지 자체가 위협받는 거란다. 왜냐하면 반디가 살지 못하는 곳에서는 사람도 살 수 없기 때문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