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지금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이회창 후보는 현재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한때 50%대까지 근접했던 이 후보는 3자구도가 형성되고 병역비리 의혹이 거세지면서, 시기적으로는 8월에 접어들면서, 지지도가 약 30%까지 떨어졌다.
이 후보에게 지지도 30%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지금까지 여론조사를 볼 때 한나라당의 평균 지지도가 30% 내외. 만약 이 후보가 여기서 더 빠진다면 한나라당 핵심 지지층이 이 후보로부터 이탈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로서는 현재 바닥까지 왔다는 뜻이다.
노무현 후보는 상황이 더 안좋다. 노 후보는 이-노 양자 대결구도에서는 6월 중순부터 이 후보에게 뒤지기 시작했고, 이-노-정 3자 대결구도에서는 그보다 빠른 6월 초순부터 이 후보에게 선두를 빼앗긴 뒤 7월 중순부터는 그나마 2위 자리도 정 후보에게 빼앗겨 3위로 내려앉았다. 급기야 8월 들어서는 지지율 20% 초반까지 떨어졌다.
한때 60%대까지 근접했던 화려했던 '노풍'은 이제 호남에서만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지난 9월 7일∼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 조사에 의하면 지역별로 노 후보는 호남권에서만 56.0%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지역에서는 모두 이 후보·정 의원에게 뒤진 3위였다. 연령별로도 핵심 지지층이었던 20·30대가 모두 정 의원에게 돌아섰다. 현재 노 후보의 지지도를 떠받치고 있는 마지막 보루는 지역적으로는 호남, 정당으로는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다. 그야말로 뼈만 앙상하게 남았다. 여기서 더 빠진다면? 역시 민주당 핵심 지지층마저 노 후보로부터 등을 돌린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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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의원은 세 명중 가장 만족스러운 상황이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5월까지 불과 10%대였던 지지율은 8월초 30%까지 급상승했으나 그후로 정체 상태다.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단순한 거품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다르게 표현하면 더 이상 추가상승 동력이 없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정 의원이야말로 지금이 중요한 시점이다. 최고점인가 아니면 여전히 상승중인가. 최고점이라면 곧 하강할 것인가 아니면 유지할 것인가. 만약 여기서 빠지면 일순간의 거품이 되는 것이고, 더 오르면 거품논쟁은 종지부를 찍게 된다.
노풍과 정풍의 차이
대선을 앞둔 올해 민심의 가장 큰 특징은 '바람'이다. 연초에는 '노풍(盧風)'이 불더니 이제는 '정풍(鄭風)'이 불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풍과 정풍은 차이가 있다. 국민경선제라는 정치개혁방안을 계기로 지난 3월부터 불기 시작했던 노풍은 세대별로 볼 때 30대가 중심이었다. 30대가 먼저 노 후보를 지지하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20대와 40대, 심지어 50대까지 끌어올리는 형태를 띄었다.
반면 월드컵 4강 신화라는 전국민적 축제를 계기로 6월 중순부터 불기 시작한 정풍은 30대보다는 40대가 중심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TNS(Tayor Nelson Sofres)의 조사에 의하면 이-노-정 삼자 구도에서 정 의원의 40대 지지도는 5월 14일 14.3%, 6월 13일 23.7%, 7월 16일 30.7%, 8월 10일 33.0% 등 가장 먼저 그리고 적극적으로 상승했다. 정 의원의 지지도는 40대가 활발히 움직이면서 30대와 20대를 추동하는 양상이다.
지역적으로 보면 노풍은 확실한 근거지가 있는 바람이었다. 노풍의 결정적인 기폭제가 된 것도 3월 16일 광주경선이었고, 노풍이 잦아든 지금 노 후보가 그나마 우위를 달리고 있는 지역도 호남이다. 하지만 정풍은 노풍과 같은 확실한 지역적 근거지를 찾기가 힘들다. 굳이 강세지역을 꼽는다면 인천·경기, 서울, 대전·충청 등 중부 이북지방이라고 할 수 있지만 노 후보나 이 후보의 확연한 지역적 특성과 동등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결론적으로 노풍은 특정지역·특정정당을 중심으로 세대·계층을 하루아침에 모두 흡입하는 특성을 보였지만 정풍은 그런 특성을 보이지 않는다. 노풍이 한때 60%에 근접하는 폭발성을 보인 반면 정풍이 최대 30% 중반을 보이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정풍은 거품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시각을 달리하면 노풍처럼 쉽게 꺾이기 힘들 수도 있다. 실체가 없던가 아니면 약점이 없던가이다.
영남과 호남의 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