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헌 한나라당 의원.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오전 회의가 순연 되자,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은 "불법 북한 지원과 관련해 준비한 것이 많았는데 민주당 의원들이 일부러 회피한다"고 비난하면서 "오후 2시에는 무조건 회의를 진행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이 의원은 "당시 현대 유동성 위기 내용을 보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데 지난 2000년 5월 이익치 회장이 김재수 구조조정본부장에게 북한에 송금할 것을 지시했다"면서 "김재수 본부장은 현대건설 전체 임원회의를 열어 현대건설에 자금을 파악, 가능한 자금인 1억5000만달러를 홍콩과 싱가폴을 통해 북에 송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상발언에 나선 엄호성 의원도 "북한 조선아태평화위원회가 마카오 등지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송금창구로 활용했다"며 "현대에서 페이퍼컴퍼니로 자금이 넘어갔는지 계좌추적을 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날 오후 한나라당은 문제의 4억달러를 현대상선에 대출할 당시 산업은행 총재였던 이근영 금감원장을 상대로 대출경위와 자금이동 경로 등을 추궁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제2신: 26일 오후 1시 30분>
"남북정상회담은 DJ가 돈 주고 산 것"
"이회창 후보는 전쟁을 원하는가"
한나라-민주, '북 비밀지원설' 두고 대치
엄호성 한나라당 의원이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현대 계열사를 통해 북한에 4900억원을 비밀리에 전달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한나라당이 26일 김대중 대통령의 사퇴와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서 파문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이를 '호재'로 활용, 현 정권의 햇볕정책에 타격을 가할 뿐 아니라 병풍 공방에서도 벗어나고, 정몽준 의원도 견제한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당력을 총 집중할 방침이다.
이에 맞서 민주당도 "이회창 후보는 전쟁을 원하느냐"며 이 후보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한편 정부를 향해 한나라당의 주장에 적극적인 정면대응을 촉구하는 등 강경대처 입장을 보임에 따라 당분간 '대북 비밀지원설' 공방이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대북 비밀지원설'의 진의 여부를 떠나 정부가 그 동안 추진해왔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북지원이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최근 활기를 띠며 진전된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나라당, "전모 밝혀지면 DJ는 물러나야"
| | | "오늘로써 김정일씨 답방은 없을 것" | | | 서청원 대표와 엄호성 의원 기자간담회 안팎 | | | | 서청원 선대위원장은 기자회견 직후 가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도 '대북 비밀지원'은 "이적행위이고, 반역행위"라며 "국기를 흔드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다음 정권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 문제만은 실체적 진실을 밝혀 모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위원장은 또 "북한은 국민 속이고 보낸 돈을 잘못 받았다는 사과를 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한 뒤 "김대중 정권이 야바위로 돈을 전달했다는 것이 알려졌는데 (김정일 위원장이) 무슨 면목과 낯으로 한국을 방문해 역사적 이적 행위자인 김대중 대통령과 회담할 수 있겠느냐"며 "오늘로써 김정일씨의 답방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위원장의 기자회견이 끝나자 함께 배석했던 엄호성 의원은 기자들에게 둘러 쌓인 채 전날 주장했던 '대북 비밀지원설'에 대해 재차 설명했다. 엄 의원은 특히 "당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한 대북사업 투톱이 임동원씨와 박지원 비서실장인데 소위 '종자돈(씨드머니)'이 어떻게 김정일에게 들어갔는지 밝히기 위해 두 사람도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 의원은 또 "2000년 4월 10일 남북정상회담을 합의할 때 분명히 현대그룹의 김윤수 사장이나 다른 관계자가 동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것이 밝혀지면 정상회담을 대가로 북에 돈을 줬다는 것이 더욱 명백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청원 대표는 기자회견 직후 엄호성 의원의 어깨를 두드리며 "엄 의원이 자랑스럽다", "엄 의원이 아니었으면 이 엄중한 사실이 묻힐 뻔했다"고 격려하는 등 오랜만에 만난 '호재'로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 최경준 | | | | |
서청원 한나라당 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 "남북 정상회담은 김대중 정권이 돈을 주고 산 것임이 입증됐다"며 "정권이 국민을 속이고, 재벌과 짜고 적의 전력증강을 도운 명백한 이적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이 돈을 (북한이) 군비증강에 사용했다는 미의회 보고서가 있었고, 정부는 이런 내용을 미국으로부터 작년 2월에 통보받고도 지금까지 국민을 속여왔다"며 "용서할 수도 없고, 용서해서도 안되는 대역죄"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모가 밝혀지면 남은 임기에 관계 없이 김대중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냥 물러난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합당한 정치적, 사법적, 역사적 책임도 물어야 할 것"이라며 "다음 정권을 누가 잡든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하는 한편 당내 특위를 구성, 당력을 총동원해 독자적인 진실규명 작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서 위원장은 이어 "현대는 이런 식의 거래로 김대중 정권의 약점을 잡고 계열분리를 통해 알짜기업은 빼돌리고 적자기업은 공적자금으로 유지하는 부도덕성까지 보여왔다"며 "현대가의 한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자마자 김 대통령이 민주당 내 친위세력들을 앞세워 후보단일화 운운하면서 유착을 과시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그 저의를 알게 됐다"고 정몽준 의원에게 화살을 돌렸다.
그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정권과 재벌기업이 유착해서 국민 몰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엄청난 이적행위를 저지른 것"이라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이를 은폐하기 위해 이 정권과 현대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권을 연장하려는 책동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궁지에 몰린 한나라당의 정치공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