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한국>김상욱
<두개의 한국>은 한반도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전직 워싱턴 포스트 기자가 쓴 책이다. 중앙일보의 정치부장이 쓴 칼럼에서 한국 근대사를 이렇게 잘 쓴 책이 외국인이 썼다는 점에서 우리의 근대사 연구가 얼마나 부족한가 지적한 글을 본 적이 있었다.
나는 광복 이후 한국 근대사에 많은 관심이 있었지만 고등학교를 마칠때까지 국사교육은 광복까지를 끝으로 그 이후는 더 이상 배우지 못했다. 시험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배울 필요가 없었다. 대학에 들어온 이후로도 근대사를 접하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아직 역사 속의 인물들이 많이 살아 있고 시간이 좀더 경과해야만 역사적으로 평가할 수는 있다손치더라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근대사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나라는 없다고 한다. 물론 정통성 없이 군인들이 정권을 탈취한 과거 때문에 위정자들은 학생들에게 우리의 근대사를 떳떳하게 가르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결국 나는 내 스스로 배울 수 밖에 없었고 때문에 이 책을 선택했다. 결과는 매우 흡족하다. 그 동안 별로 관심도 없었고 잘 몰랐던 부분이었던 핵무기를 둘러싼 남과북의 갈등, 그리고 북한과 미국의 협상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됐다.
이 책은 600페이지가 넘는 제법 두꺼운 책이다. 절반 이상이 90년대 이후 핵무기를 둘러싼 한반도의 긴장과 이완의 반복에 대해서 자세하게 묘사해주고 있다. 저자는 미국인이지만 그는 청와대와 평양, 백악관의 분위기를 객관적이면서도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런 객관성에는 충분한 인터뷰를 통한 검증과 오랜 특파원 생활을 통해서 갖게 된 그 나름대로의 통찰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그는 기자 출신이기 때문인지 사실감 넘치는 문장을 통해 책 속으로 빠져들게끔 만들게 했다. 근대사라는 것이 때로는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데 그는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역사가 흥미진진한 면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남과북의 관계는 항상 돌발 변수가 있고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상 대단히 복잡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저자는 앞으로 펼쳐질 남북관계가 희망적임을 내비치고 있다. 이제까지 걸어왔던 갈등과 반목의 역사에 비하면 화합을 통한 민족번영의 길로 나아갈 노력들이 서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을 급진적으로 이룰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여전히 냉전주의적인 사고로 북한을 대할 필요가 없다. 북한은 붕괴시켜야할 대상이 아니라 그야말로 포용하고 끌어안아야 할 한 민족이기 때문이다.
YS의 대북정책이 온탕과 냉탕을 왔다갔다 한 것이 지도자가 북한을 곧 붕괴될 체제 정도로 봤기 때문이라고 한 대목에서 사실 충격이 컸다. 국가 최고 지도자의 그릇된 사고는 우리 민족의 운명에서 볼 때 대단히 불행한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먼저 고려하고 여론조사에 민감한 YS가 북한을 타도대상으로 여긴 까닭에 남북관계가 몇 년은 후퇴했다는 생각을 하니 많이 아쉬웠다. 다시는 이런 과거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끝으로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을 꼽자면 오자를 좀더 세심히 점검했더라면 하는 점이다. 간혹 보이는 오자들은 이 책의 객관성을 의심하게 해줬기 때문이다. DJ가 정권교체에 성공했던 정당이 통일민주당이었다는 웃지 못할 실수같은 경우 눈에 상당히 거슬렸다.
언젠간 이 책의 수정판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하나의 한국> 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오길.
두개의 한국 - 개정판
돈 오버도퍼 & 로버트 칼린 지음, 이종길 외 옮김,
길산,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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