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불법사용, 감투욕, 고시생 급증
서울대, 학문 열정 사라진 지 오래

국회 서울대 국정감사 자료서 '부끄러운 실태' 드러나

등록 2002.10.05 13:21수정 2002.10.1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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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정문. 서울대가 학문탐구장이 아닌 특권양성소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서울대 정문. 서울대가 학문탐구장이 아닌 특권양성소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안현주
지난달 30일 서울대 국정감사 전후로 국회 교육위 위원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의 교수, 교직원, 학생들이 학문에 대한 열정은 사라지고 개인의 영달이라는 목표로 각개약진(?)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교직원 등의 기성회비 나눠먹기 행태는 낯뜨거울 정도다. 결국 서울대의 총체적 개혁은 난망한 것인가?

기성회비 편법운용

서울대는 지난 3년간 수업료와 입학금의 5배에 달하는 기성회비를 징수, 이 가운데 3분의 1을 교직원에게 수당 등 명목으로 지급했다.

국감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는 지난 99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업료와 입학금을 440억여원 징수한 반면 기성회비는 4.9배나 많은 2171억원이나 거뒀으며 이중 33.6%인 730억원은 교직원 수당지급으로 사용했다.

특히 99학년도와 2000학년도엔 입학금과 수업료가 전혀 인상되지 않은데 비해 기성회비는 각각 4.3%와 18.6% 나 인상됐다.

업무추진비 불법 사용


국감자료로 공개된 감사원의 서울대 감사결과에 따르면, 서울대가 98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매달 1천만원이 넘는 돈을 총장의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사용했다.

전임 이기준 총장은 법인카드 사용액 외에 매달 1063만원의 판공비를 현금으로 지급받았다. 이 기간 서울대 부총장도 매달 330만원을 현금으로 사용, 같은 기간 총장과 부총장이 사용한 모두 5억여원이다. 이 액수 중 영수증 등에 의해 사용처가 증빙된 경우는 매우 적었다.


예산 회계법상 업무추진비를 월정액으로 지급하는 것과 영수증을 남기지 않는 것은 금지돼 있다.

이 밖에도 교직원주택 입주자에게 받은 예탁금 이자 12억여원과 공개강좌 수강료 17억여원, 주차장 요금 등 국유재산 수익 90억여원을 국고에 수납하지 않고 자체 업무추진비 등으로 전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 교수의 15%가 보직 있어

서울대 교정
서울대 교정안현주
국감자료에 의하면 서울대는 전임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전체 교수의 19%인 286명이 보직을 맡고 있다. 보직을 갖게 되면 강의가 면제되는 경우가 많아 교육의 질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대는 이미 전임교원 부족으로 교양과목의 75%, 전공과목의 27%를 시간강사에게 의존하고 있다. 특히 91년부터 지난해까지 관련 규정을 정하지 않은 비법정조직을 145개나 설치해 이들 비법정조직의 장들도 보직교수로 처리해 이로 인해 면제되는 수업시간이 7584시간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생 3년간 5백여명 인기학과로 옮겨

국감자료에 의하면 최근 3년간 서울대에서 자퇴하고 타 대학이나 서울대 다른 학과로 옮기거나 재입학한 학생은 5백명이 넘는다. 최근 3년간 자퇴한 학생은 99년엔 260명, 2000년 198명, 2001년 243명에 달했다.

단과대별로는 농업생명과학대 211명, 공대 197명, 사범대 105명, 인문대 87명 등이다. 반면 판검사나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이 보장된 법대 의대 약대 치의대 등은 각각 2명, 1명, 8명, 2명 등으로 극히 적었다.

자퇴 이유로는 타 대학 및 서울대 타 학과 재입학이 511명(58%)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 서울대 자퇴생들이 이른바 인기학과인 법대 의대 등으로 재입학하기 위한 것임을 보여준다.

서울대, 고시생 숫자 급증... "고시학원인가?" 비판

서울대가 대학원 진학률은 갈수록 떨어지는 반면에 고시생 숫자는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법과대 이외에도 인문 사회 공과대학 등의 사시준비생과 합격자도 매년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 출신 사시 2차 합격자는 총 398명으로 법대출신 213명, 비법대 출신 185명 등으로 나타났다.

비법과대 출신 중에는 경제학과 출신(35명)이 가장 많았으며 2000년 각각 8명, 17명의 합격자를 냈던 공대와 경영대의 경우 지난해에는 23명과 31명으로 급증했다. 농대와 사범대 출신도 각각 4명과 12명을 기록했다.

이같은 고시 열풍으로 법대의 경우 고시준비 위한 휴학생은 99년 52명에서 지난해 122명으로 무려 134%나 증가했다. 사회과학대 역시 고시준비 사유로 휴학한 학생수가 99년 108명에서 2001년 150명으로 39%나 증가했다.

고시열풍과는 달리 대학원 진학률은 99년 36.7%, 2000년 32.7%, 2001년 27.5%로 매년 낮아지고 있다. 심지어 대학원 진학생 중 20% 정도는 진학목적 자체를 '고시', '유학준비' 등으로 밝히고 있다.

"서울대 등 현재의 국립대학은 국고의 절대적 보조를 받아 운영되면서 실제로는 사립대학과 거의 차별이 없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사립대학과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국립과 사립간의 불공정 경쟁을 낳는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학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지 않는 대학과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하며 사립대학들을 곤경에 몰아넣는 모순이 초래되는 것이다"... <학벌없는 사회 만들기 · 김동훈 국민대 교수>

국가가 국민세금을 쏟아 부어 국립대를 운영하는 목적은 '특권층 양성'이 아님을 이 대학 구성원들이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것이다.

사실 많은 경우 서울대 비판이 그 구성원들에게 억울한 일일 수도 있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내면엔 서울대의 지위를 선망의 눈초리로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자기 돈 내서 남 좋은 일 시켜주는 것은 건강한 자본주의 사회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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