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5천m에 자리잡은 '하늘의 호수'

티벳의 수도 라사 근방 남초호수 - Namcho Lake (1)

등록 2002.10.07 02:29수정 2002.10.1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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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사에서 남초호수로

a 남초호수의 남쪽 일부분

남초호수의 남쪽 일부분 ⓒ 최윤호

라사의 호텔 근처에서 서울에서와 별로 다름없는 도시생활을 계속하던 저는 근처의 이름난 호수로 3일간의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 와중에 이전 회에 소개했던 천장을 보게 되었던 것이지요.


아무튼 이번에 소개드릴 곳은 티벳에서 가장 크다는 남초호수입니다. 남초호수는 라사에 들른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곳입니다. 수도인 라사와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기 때문이죠. 라사 시내의 크고 작은 숙소에서는 날마다 남초호수에 함께 갈 사람을 구한다는 쪽지가 새로 붙여지고 떼여지곤 합니다.

a 뱀껍질

뱀껍질 ⓒ 최윤호

남초호수의 영문표기는 'Namcho Lake'입니다. 'cho'라고 발음되는 티벳어의 뜻은 '호수'입니다. 그러니 '남초호수'라고 하는 것은 '남호수호수'인 것이어서 우리나라에서 보통 잘못 쓰여지는 '족발'과 같은 경우가 됩니다. '남초'라고 부르거나 '남 호수'라고 하는 것이 옳지만 이미 많은 이들이 '남초호수'라고 하고 있습니다.

저는 남초호수를 가기 위한 인원인 5-6명을 우선 만들었습니다. 이 인원이 꼭 되어야 할 것은 없지만 거듭 말씀드렸듯이 티벳 자치구 안에서의 이동은 사륜구동 렌트카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운전석을 뺀 앞자리에 두 명, 그리고 뒷자리에 네 명이 차곡차곡 들어가면 출발준비가 잘된 편이죠. 이렇게 모인 두 대의 차량, 즉 열두 명의 사람들이 새벽에 라사를 출발했습니다.

레인스톰


a 레인스톰

레인스톰 ⓒ 최윤호

점심시간이 거의 다 되었을 무렵, 시골길을 구비구비 지나간 후 우리는 남초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드넓은 목초지대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흐린 날씨 때문이었는지 곳곳에서는 재미있는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우리 일행이 서 있는 곳에는 비가 오지 않는데 얼마 떨어지지 않은 어느 집 위의 하늘에는 구름이 몰려들어 비가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함께 동행한 캐나다인이 'Rain storm'이라고 하더군요. 넓은 지역이라서 구름도 이곳 저곳에 그늘을 만들고 그 구름 사이로는 햇살이 뿌려졌습니다. 어느 집 담장 위에는 뱀 껍질도 놓여 있더군요. 생소한 경험이었습니다.

호수는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기분으로는 하루종일 시달린 것 같은데 (그도 그럴 것이 퉁탕거리며 비포장길을 반나절 동안 달려온 엉덩이 탓이 아닐는지...) 바로 앞에 보이는 저 큰 산을 넘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길상태도 상태지만 높이가 이미 사천미터가 넘는 곳에서 더 올라가야 한다니 지칠 지경이었지요. 그래도 걸음을 옮겨 길을 계속 달려갑니다.

a 고갯마루를 향해 올라가는 길 짐칸에 가득 사람을 싣고가는트럭이 보인다.

고갯마루를 향해 올라가는 길 짐칸에 가득 사람을 싣고가는트럭이 보인다. ⓒ 최윤호

티벳 도로의 법칙?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이 바로 앞에 있는 듯해도 시간이 꽤 걸립니다. 공기가 좋은 건지 마음이 조급한 건지 한참을 달려서 산등성이 바로 앞까지 도달했습니다.

의외로 화장실 하나도 없는 두메산골에 매표소는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지불한 후 사륜구동차는 덜컹거리며 산기슭을 구비구비 돌아 정상을 향했습니다. 비가 많이 왔는지 올라가는 길은 이곳 저곳 보수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흙으로 대충 만든 길이라 여기 저기 흐르는 강물에 쓸려가기가 쉬워보였습니다.

어디서 무슨 일을 마치고 오는지 오가는 경운기나 트럭의 짐칸에는 인부들이 가득했는데 아마도 물에 쓸려 망가진 산길을 보수하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a 룽다와 돌탑 고갯마루에서는 언제나 안전을 기원하는 돌탑을 만나게 된다.

룽다와 돌탑 고갯마루에서는 언제나 안전을 기원하는 돌탑을 만나게 된다. ⓒ 최윤호

호수 안쪽과 바깥쪽은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막혀 있습니다. 안과 바깥을 연결하는 길은 산봉우리와 봉우리 사이를 넘어가고 그 길의 정상에는 어김없이 룽다가 나부끼는 돌무덤이 있습니다.

'티벳 도로의 법칙'이라고나 할까요. 그 곳에서는 티벳인 운전기사라면 열에 아홉 사람은 차를 멈추고 나와 종이로 만든 룽다(티벳의 고갯마루마다 나부끼는 경전이 새겨진 깃발)뭉치를 하늘에 뿌립니다. 그리고 기도를 합니다.

'우리를 무사히 내려가도록 해주십시오...'

이런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자꾸 우리나라의 대관령이나 한계령이 생각납니다. 그저 바쁘다고 마구마구 갈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서 지나온 길이 어떠했는지 생각해볼 수도 있을텐데 말입니다.

해발 5000미터, 이 정도 높이에서는 다들 가슴이 답답해져서 바보처럼 멍해지지요.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다들 나왔습니다. 드디어 고개 너머로 남초호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머리는 좀 띵하지만 새로운 광경에 넋을 잃어봅니다. 아주 큰 백두산 천지같았습니다.

a 구름에 둘러싸인 남초호수

구름에 둘러싸인 남초호수 ⓒ 최윤호

덧붙이는 글 | 남초호수는 티벳어로 <하늘의 호수>라는 뜻으로 중국에서 청해성의 청해호 다음으로 가는 2번째로 큰 호수다. 호수의 해발은4718미터, 동서길이가 70킬로미터, 남북의 길이가 30킬로미터로 총 면적이 1900평방킬로미터나 된다. 

남초호수는 넨칭탕굴라산의 빙설이 녹은 물로 이루어졌고 5개의 섬이 있는데 불교신도들은 이것을 5방불의 화신이라고 한다. 남초호수의 남쪽에는 만년설로 뒤덮인 넨칭탕굴라산의 봉우리들이 동서로 서 있는데 파아란 호수물과 서로 어울려 아주 아름답다.

덧붙이는 글 남초호수는 티벳어로 <하늘의 호수>라는 뜻으로 중국에서 청해성의 청해호 다음으로 가는 2번째로 큰 호수다. 호수의 해발은4718미터, 동서길이가 70킬로미터, 남북의 길이가 30킬로미터로 총 면적이 1900평방킬로미터나 된다. 

남초호수는 넨칭탕굴라산의 빙설이 녹은 물로 이루어졌고 5개의 섬이 있는데 불교신도들은 이것을 5방불의 화신이라고 한다. 남초호수의 남쪽에는 만년설로 뒤덮인 넨칭탕굴라산의 봉우리들이 동서로 서 있는데 파아란 호수물과 서로 어울려 아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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