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진의 대표적인 불교사원인 대비선원에서 기도하는 방문객. 이들에게는 불교나 도교나 유교나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조창완
할아버지의 어머니는 불교를 믿었다고 하지만 그의 가정에는 지금 종교가 없다. 그가 살아온 시대는 종교를 갖지 못하게 만들었다. 대신에 당대의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 됐다. 돈이 있다면 생활은 물론이고 마음의 안정도 찾을 수 있다.
결국 이들이 신봉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은 돈이 됐다. 또 중국 정부가 국가부강을 위해 의도적으로 추진한 소비 장려정책의 긍정성을 가장 잘 체득하고 있는 이들이기도 하다. 여느 도시도 마찬가지지만 톈진이 지난 1년간 변한 것은 그전 20년보다 휠씬 많았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가장 큰 예가 도로다. 불과 1년 전만해도 1~2차선에 지나지 않았던 도로가 한두달만에 변화를 거듭해 지금은 대부분 8차선으로 바뀌었다. 그럼 교통사정은 나아졌을까. 조금은 나아졌지만 이도 머잖아 과거의 속도와 비슷할 거라는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다름 아니라 차가 그 만큼 폭주하기 때문이다. 차를 사는데 중요한 것은 가지고 있는 돈의 다소일 뿐이지 교통사정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
중국에서 소비는 최대의 미덕이다. 도시는 물론이고 5일장이 열리는 깊숙한 촌마을의 시장에도 “소비가 궁극적으로 농촌의 경제를 살리는데 유리하다”는 붉은 플래카드들이 곳곳에 걸려있다.
중국에 주 5일 근무제가 제자리를 잡은 것은 60년대부터 실시된 오랜 경험도 있지만, 5일 근무제가 궁극적으로 소비를 창출해 여행, 요식업, 숙박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산업의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한 예가 일주일에서 보름까지 장기적인 휴가를 주는 방식이다. 노동절(5월 1일), 국경절(10월 1일), 춘지에(춘절 春節 음력 1월 1일) 등 세 시즌에 주어지는 이 휴가에는 비용이 평소의 5배까지 뛰는 등 홍역을 앓는다.
이들은 이런 시간을 통해 소비를 늘리고, 산업전체의 활기를 돌게 하는 정책을 써왔다. 결국 거대한 소비가 다양한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지난 20년 동안 거듭된 성장에는 이 소비 진작책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중국에서 소비는 가장 큰 미덕이다. 필자는 가끔 환경보호를 위해 자동차를 기피한다는 말을 하는데, 아직까지 일반인들이 이 말을 이해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중국인들은 돈이 있으면 당연히 차를 산다. 돈이 많아서 더 큰 차를 사면 좋다. 30~40대들은 이런 문화가 몸에 젖어 있고, 이들이 경제활동을 하는 가장 큰 이유도 쓸만한 돈을 벌기 위해서다.
종교 등 사상은 자기로, 자기로
결국 돈과 소비가 과거 전통사상이나, 앞서 중국을 풍비한 사회주의 사상을 대신하는 새로운 사상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중국도 자본주의가 현대인의 정신적 문제를 해결해주기에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쉽게 절감하고 있다. 또 모두가 똑같이 잘 살 수 없을 뿐 아니라 빈익빈부익부가 정도를 더해 가는 현실은 다양한 출구를 필요로 한다. 결국 도가적 성격이 짙은 파룬궁의 빠른 확산 등은 물론이고 최근에 확산되는 가문 찾아가기 등 전통 가족주의로의 복귀는 이런 정처 없는 중국인들의 입장을 잘 대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