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맺힌 대립 지리산에서 푼다"

좌우대립 지리산 희생자를 위한 1000일 기도 600일 맞이 행사

등록 2002.10.10 19:00수정 2002.10.1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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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이여 / 너무 많은 죽임의 세월이었기에 / 그대 눈부신 생명의 산이여 / 피맺힌 대립의 시간이었기에 / 그대 순결한 평화의 산이여 / 철통같은 분단의 길이었기에 / 그대 너그러운 화해의 산이여 / 지리산처럼 살아가겠습니다 / 지리산처럼 가슴으로 말하고 / 지리산처럼 치열하게 기도하고 / 지리산처럼 섬김으로 일하고 / 지리산처럼 자비심으로 싸우겠습니다"(발원문, 박노해)

a 지난 8일 지리산 실상사에서는 좌우이념대립 지리산 희생자를 위한 도법스님(맨앞) 1000일 기도 600일 맞이 행사가 열렸다.

지난 8일 지리산 실상사에서는 좌우이념대립 지리산 희생자를 위한 도법스님(맨앞) 1000일 기도 600일 맞이 행사가 열렸다. ⓒ 조경국

생명평화·민족화해·평화통일을 위한 1000일 기도 600일을 맞은 지난 8일 실상사에서는 지리산에서 좌우대립으로 희생된 영혼을 위한 기도 회향과 제사, 소설가 김성동씨의 초청강연회, 토론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등 각 종교계와 지리산 생명연대 참여단체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일반인 등 8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번 600일 맞이 행사는 숙연한 분위기에서 기도회향 법회와 '국민동참 기도'가 진행됐다.

특히 이번 행사를 계기로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지리산을 매개로 한 생명담론을 구성하기 위한 지리산 공부모임'은 생명·평화·통일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도법 스님은 청혼소(請魂訴)를 통해 "오늘 천도법회는 인간 역사의 비극이요. 인간 불행의 원인이었던 무지와 집착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찾고자 마련됐다"며 1000일기도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리고 "하나의 강토, 하나의 역사, 하나의 문화 전통 안에서 한 가정, 한 형제, 한 민족으로 태어나 살아가면서도 서로 반목하고 원망하면서 지내왔다"며 "서로를 불신하고 증오하고 원망하며 책임을 묻고 전가하는 어리석은 소모전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a 김성동씨는 "우리민족에 진정한 평화와 상생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미국의 영향력 아래 묻혀 살고자하는 숭미사대주의를 버리고 민족 자주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동씨는 "우리민족에 진정한 평화와 상생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미국의 영향력 아래 묻혀 살고자하는 숭미사대주의를 버리고 민족 자주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 조경국

취지문을 낭독한 이선종 교무(원불교 천지보은회 대표)는 "1000일 기도는 작게는 한국전쟁 전후 지리산에서 쓰러져간 모든 영혼들의 천도를 위한 기도지만, 크게는 21세기 새로운 화두인 생명살림과 화해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며 "600일째를 맞아 온 국민이 함께 하는 '국민동참기도단'을 열게 된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만다라>의 저자인 김성동씨는 강연을 통해 "승려였을 때 화개 칠불암에서 지리산에서 죽어간 원혼들을 보았다"며 "그때 기억을 살려 글로 옮긴 것이 <꿈>이었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특히 김씨는 "우리 민족이 진정한 평화와 상생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미국의 영향력 아래 묻혀 살고자하는 숭미사대주의를 버리고 민족 자주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영어가 가지고 있는 제국주의적인 성격을 파악하지는 않고, 국어를 홀대하고 국사를 선택과목으로 지정한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우리 것이 홀대받는 현실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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