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 불리한 보도는 죽여라?

조중동 '한나라당의 한국일보 대책 문건' 보도 비판

등록 2002.10.11 16:57수정 2002.10.1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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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의 경영진과 편집국 간부 성향 분석 및 편집방향, 접근방안 등을 담은 한나라당의 '언론대책문건'이 10월 10일 <오마이뉴스>에 공개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그 동안 무려 7건의 민주당 관련 '언론대책문건' 보도와 달리 이번 한나라당의 '문건'은 거의 뉴스가치가 없는 것으로 조중동에 의해 판명났다.

간단히 그 동안 언론대책 문건의 역사를 먼저 살펴보고, 10월 11일자 한국 언론의 보도태도를 살펴보자.

현 정부 들어와서 민주당 관계자들이 만들었다고 폭로된 '언론대책문건' 사건이 무려 7건이었다. 98년 1월 정권인수위 시절 김대중 당선자 주변 인사에 의해 작성된 '방송을 활용해 신문을 제압한다'는 '새 정부 언론정책 추진계획', 99년 10월 한나라당이 폭로한 '조중동 등 주요 신문에 대한 세무 조사 및 사주(社主) 사법처리'를 언급한 '성공적 개혁을 위한 외부환경 정비방안', 2001년 2월엔 한 시사주간지가 공개한 또 다른 세 건의 유사 문건 등이 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밝혀진 문건이 소위 '이수동 문건'이다. 차정일 특별검사팀이 이수동 아태재단 전 상임이사 집에서 발견한 것이다. 내용은 중앙 신문 및 지방 언론 개혁 방안을 담은 것으로 "통치권을 강화하기 위해 언론개혁이 시급하며…시민단체를 내세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조중동은 무려 2개월 이상 '이수동 문건 사건'을 보도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7차례나 이와 관련된 기사를 내보냈다. 이와 관련해서 지난 5월 2일자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신정록(jrshin@chosun.com )이 쓴 '[기자수첩] 언론문건… 문건… 문건'은 이들 문건의 공통점까지 지적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들 문건은 공통점이 있다. 언론, 특히 주요 신문을 적(敵), 혹은 제압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쓰라고 촉구한 것이다. 여권 핵심이나 이들과 친한 일부 탈선 기자들이 작성했다는 점도 유사하다. 권력 핵심들이 자고 일어나면 이런 문건들을 돌려읽었을 터이니 지난해의 대대적인 언론사 세무조사 배경을 따로 따져볼 필요도 없게 됐다.…"

그리고 이런 비판에 대해서 조중동은 크게 다르지 않고 지면의 할애나 관점 또한 유사했다.


그런데 '언론자유'를 수호한다는 자부심에 가득찬 이들 신문이 지난 10월 10일 한나라당 박주천 의원이 들고 있던 '한국일보 대책문건'에 대해서는 '관대'하기 짝이 없다. 아예 자신들의 입장을 제시하지 않고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고 전할 뿐이다.

한나라당이 만들면 '언론이 적이나 제압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되지 않는 모양이다. '모든 수단을 사용'해도 되는 모양이다. '한나라당 핵심들이 자고 일어나서 돌려 읽어도' 되는 모양이다. 한나라당의 문건내용이 그 동안 조선일보 등이 그렇게 '거품' 물며 비난했던 '민주당식 언론대책문건'과 별반 다른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10월10일자 주요 일간지 '한나라당 언론문건' 보도 분석
10월10일자 주요 일간지 '한나라당 언론문건' 보도 분석언론노조 민실위
조중동은 5~7문장으로 간단히 다루었으며, 그것도 정치면의 가장 밑둥 또는 귀퉁이에 배치했다. 사진은 아예 없다. 유일한 사실(facts)인 사진을 싣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항상 문제는 '누가 만든 문건이냐' 그리고 '누구에게 유리하냐'가 뉴스가치 판단의 기준이라는 점이다. 특히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경우, 뉴스가치 판단기준은 명쾌하다. '한나라당에 유리한가 불리한가'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 잣대는 그 어떤 뉴스가치판단 기준에도 우선한다.

'병풍'은 죽이고 '대북비밀지원설'은 키워 온 신문이 조중동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병풍은 키우면 키울수록 한나라당에 불리하다. '4000억 대북비밀지원설'은 키우면 키울수록 한나라당에 유리하다. 그리고 민주당처럼 어디서 굴러다니다가 누구 것인지도 모르는 문건이 아니라,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가지고 있다가 들킨 '한국일보 대책문건' 또한 키우면 한나라당에게 불리한 사건이다. 그래서 조중동은 단신처리한 것이다. 일관된 뉴스가치 판단기준의 적용이다.

스스로 '언론자유의 수호신'이 아니라, 자사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언론자유수호를 위한 '투사'가 됐다가 대통령 만들기의 '대표 브로커'가 되는 야누스적 변신을 거듭하고 있음을 만천하에 고백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회일각'에서는 이들 언론을 '신문'이라고 하기보다는 '찌라시'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첨부파일
yms7227_83904_1[1].hwp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media.nodong.org)에서 제공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media.nodong.org)에서 제공했습니다.
첨부파일 언론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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