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국회 홈페이지
이완구·전용학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으로 인한 정국 대치가 심화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두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과 관련, 각자 자기합리화와 성토만을 쏟아냈을 뿐 정치적 도의심이나 책임감은 어디서도 읽을 수 없었다.
경제가 바닥을 헤매고 있어 서민들과 기업들이 살길을 걱정하고 있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으나 우리 정치권은 민생돌보기나 자기반성은 커녕 연일 정치공방으로 날을 지새우고 있다.
민주당은 14일에 이어 15일에서 국회 등원을 거부하고 의원 영입에 대한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의 사과와 정계은퇴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16일에도 최고위원회, 17일 전국 지구당위원장연석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하고 결의를 다질 계획이어서 이·전 두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으로 인한 국회 파행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주장에 "두 의원은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용단을 내린 것"이라며 "이 정권들어 힘으로 우리당 의원을 31명이나 빼간 사실을 까맣게 잊어먹었나"라고 반발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반응이 지나치다"면서 국회 정상화를 압박했다.
취임 100일을 맞은 박관용 국회의장은 "이틀째 국회가 열리지 못하고 파행하는데 대해 가슴이 아프고 국민에 죄송하고 부끄럽다"면서 "양당 총무가 협상을 통해 본회의를 정상화시키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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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이회창 파상 공격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15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나라당 의원 영입과 노벨상 로비설, 대북 지원설, TV 합동토론 기피 등에 관해 파상 공세를 펼쳤다. 당초 이날 기자간담회는 한반도 주변 4개국 대사 면담 직후 한반도 평화 구상에 대한 비전을 밝힐 예정이었으나 급박한 정치상황으로 국내정치 현안에 대안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대체됐다.
노 후보는 "이회창 후보와 한나라당의 정치행위가 이상 더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구태의연한 정치행위는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민주당 선대위본부장단회의와 확대원내대책회의, 의원총회 등은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 전용학 의원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이날 오전 선대위본부장단회의에서 이낙연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중앙당사를 밤섬으로 옮긴다는 말이 있다, 철새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라고 비꼬았고 이에 김경재 의원은 "생태보호를 위해서 거기 가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맞장구쳤다. 이 대변인은 "철새도래지 밤섬으로 당사를 옮기지 그러는가"라는 공식 논평까지 발표했다.
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화갑 대표는 "과거 우리가 야당의원을 영입하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지금과 그 때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우리는 개혁입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석이 필요했기 때문에 동조자로 영입했지만, 한나라당은 과반수를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의원 빼내가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이것은 제왕적 후보가 제왕적 권력을 확보하기 위해 독재 일변도로 나가는 마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긴급 확대원내대책회의와 의원총회를 통해 (1) 정당파괴행위를 용납 않을 것 (2) 이회창 후보의 후보직 사퇴와 정계 은퇴 (3) 두 의원의 소속 정당 복귀 (4) 민주주의와 의회정치 사수 등을 밝히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의원총회에서 한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은 하나같이 한나라당과 이 후보에 대해 성토를 쏟아냈지만, 김경재 의원은 "전 의원이 후보단일화에 관심을 보이더니 갑자기 한나라당에 가서 혼란스럽다"며 당내 후보단일화 주장을 은근히 비판했고, 김경천 의원은 "지금 이것이냐 저것이냐 논할 때가 아니다. 후보단일화를 해서 정권재창출을 하는 것이 우리 목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해 상호 갈등이 계속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한나라당 "적반하장…국회 등원하라"
민주당의 강력한 반발에 대해 한나라당은 "적반하장"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압박했다.
이날 오전 선거전략회의에서 서청원 대표는 "우리는 도덕적으로 한점 부끄러움도 없다"면서 "자발적 동참을 마다할 이유는 없고 오신다면 환영한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민주당은 먼저 과거의 잘못을 국민에게 정중히 머리 숙여 사과한 후 이야기해야 옳다"면서 "자신들이 그런 짓을 해놓고 국회를 파행시킨 것은 이 정권이 얼마나 비도덕적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일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이들 두 의원 외에도 자발적으로 우리 당에 입당의사를 밝혀온 의원들이 많이 있음을 밝혀둔다"면서 "민주당은 좀 창피한 줄 알아야한다, 오죽하면 여당 의원이 제 발로 집권당을 걸어나가겠는가"라고 말했다.
이규택 원내총무는 성명서를 통해 "국회의원 입당과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책임있는 정당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며 민주당의 국회 등원을 촉구했다.
이 총무는 또 "국정을 포기하고 국회를 방치하는 것은 반의회주의적이고 반민주적인 작태"라며 "우리당은 단독으로라도 본회의를 열어 대정부질문을 계속하여 민생을 챙기는 제1당의 모습을 견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부겸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어제 입당한 두 분들이 사정이 절박해 입당했다 하더라도 지금은 정기국회와 대정부질문 중이라는 시점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파행의 책임은 우리에게도 있다"고 자성론을 폈으나, 이어 서청원 대표가 "누차 강조하지만 두분의 입당은 공작이 아니다. 이 시기에 온 것은 기획이 아닌 자발적 의사표시임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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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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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는 당사를 밤섬으로 옮겨라" "제 발로 오는 사람을 어찌 막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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