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없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이코노피플 - 3> 심형래 영구아트 대표이사 사장

등록 2002.10.18 10:07수정 2002.10.2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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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래 영구아트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심형래 영구아트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오마이뉴스 권우성
"앞으로는 자기의 컨텐츠를 가지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것은 '영화산업'입니다. 전 세계 사람들의 입맛에 맞고 누구나 좋아하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면 모든 분야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해나갈 수 있습니다. 두고 보십시오. 내년 이맘때 '영구아트무비'가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코미디언이자 영구아트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심형래(46)씨. 그는 '용가리' 이후 침묵했다. 오랜 침묵을 깨고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는 심형래 사장을 10월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영구아트 엔터테인먼트에서 만났다.

영구아트 엔터테인먼트를 들어서는 순간 범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처음 눈에 들어오는 '용가리'의 거대한 모형은 아직도 심 사장이 건재함을 과시하듯 당당히 서 있었다. 그리고 용가리 모형 주위에 가려진 채 설치되어 작업 중인 '드래곤 워즈'(영제 : D-war)의 세트는 감탄사를 연발할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져 위용을 자랑했다.

눈을 돌리자 가려진 천막 사이에서 '비밀 병기'를 일일이 작동하며 점검하고 있는 심형래 사장을 볼 수 있었다. 직원들과 함께 영화에 사용될 소품을 놓고 동작을 살피고 있는 그의 모습은 코미디언 심형래가 아니었다. 처음 대면하는 그의 눈빛은 우리나라 최초의 SF영화 제작자로서, 영구아트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로서 진지함이 배어나왔다.

"점차 제조업은 중국 때문에 힘들어지고 국내 기업들은 테크놀러지(기술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 등의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독자적인 컨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바로 '자기 컨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제가 선택한 것은 '영화산업'입니다. 영화 한 편으로 4만5000여 개의 중소기업을 살릴 수 있습니다. 영화가 만들어낸 캐릭터와 컨텐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극장이나 비디오샵, DVD샵, 인터넷 공간, 항공기내 등 갈수록 미디어를 방영할 수 있는 채널들이 늘어나고 있다. 약 1000개의 채널들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하드웨어는 증가한 반면, 소프트웨어는 부족하다. 그래서 심형래 사장은 앞으로의 산업을 '소프트웨어' 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 예로 지난해 닌텐도사가 '포켓몬스터'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은 10조원이었으며, 이외에도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있다. 이것이 영화 산업이 지닌 힘이라며 심형래 사장은 "앞으로의 사업은 상품성 있는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아이디어' 싸움"이라고 강조한다.


"그 동안 '용가리' 때문에 사기꾼이다, 어린애 코묻은 돈을 뺏아갈 수 있느냐, 이런 저런 많은 말을 들었습니다. 우리의 기술력으로 SF영화를 만들어 세계 시장에 진출하려는 노력에 대해 격려보다는 비난을 많이 받았습니다. 실제로는 배급하는 사람에게 '1불'도 받지 못하고 손실을 봤습니다. 너무 몰랐기 때문이죠. 마치 걸음마를 처음 배우는 아이에게 왜 뛰지 못하냐고 나무라는 것과 같이 말했죠. 그래서 이번에 제작중인 '드래곤 워즈'(D-War)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겁니다."

심 사장이 처음으로 공개한 'D-War'의 5분 짜리 도입부분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과거 '용가리'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장면 요소 하나 하나가 보여주는 정교함과 세밀함, 사실감은 뛰어났다. '용가리'가 1메가디램의 크기라면 'D-War'는 200메가디램의 크기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손으로 만든 영화로 승부한다

현재 제작중인 '드래곤 워즈'(D-War)에 사용될 코끼리 미니어처를 직접 점검하고 있는 심형래 사장.
현재 제작중인 '드래곤 워즈'(D-War)에 사용될 코끼리 미니어처를 직접 점검하고 있는 심형래 사장.오마이뉴스 권우성
심형래 사장은 다가오는 시대에는 미디어와 생명공학이 산업을 지배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때문에 독자적인 컨텐츠의 필요성을 특히 강조한다. 심 사장은 "처음에 무시를 받았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결국에는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 세계적인 인물이 됐다"는 점에서 빌게이츠와 스필버그를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고 자신만의 '소프트웨어'를 창조하고 있다. 결국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 '아이디어'와 '테크놀러지'가 경쟁력이 될 것이다"고 말한다.

"이제는 상상하는 모든 그림들을 영상으로 담아낼 수 있습니다. 이제 시나리오가 좋아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모든 사람에 취향에 맞는 영화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이것이 저의 철학입니다. 이제는 영화를 '기획력'과 '컨셉'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영구아트 엔터테인먼트는 미국을 타겟으로 'D-War'를 제작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개봉한다는 계획에 따라 '10억불(약 1조2000억원)'을 목표로 그는 뛰고 있다. 이에 대해 영구아트 엔터테인먼트를 방문해본다면 누구도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철저한 시장경제의 분석에 따라 경험에 의한 과학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으며, '한국'이 가진 이미지로 미국 시장을 겨냥해 뛰고 있다.

특히 심형래 사장이 가지고 있는 '정직'한 경영방침은 수익에 대해 사원들과 함께 나누는 것. 10억불의 목표를 달성하면 60여명의 사원들에게 '30억원'의 특별 보너스를 줄 것이라고 말한다.

"어느 기업이 직원들에게 30억원을 준다면 미쳤다고 하겠지만, 수익에 대해 사원들과 분배하는 기업이라고 알려지면 그 회사의 주가는 오르지 않겠습니까. 그것이면 됐죠. 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 하는 고민일 것입니다. CEO는 자기를 희생할 줄 알아야 합니다."

영구아트무비는 독자적인 컨텐츠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고자 한다. 남이 잘 됐다고 해서 따라하는 아류작을 만들지는 않을 생각이다. 영구아트무비가 그 동안 구축한 기술력과 인프라는 세계 유수 메이저 영화제작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심형래 사장은 실제적인 '경험'을 중요시한다. 인력을 키워내기 위해 유럽이나 미국 등 영화제작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직원들의 해외 출장과 연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60여 명의 직원과 아르바이트생 30여 명이 함께 하는 회의에서 나오는 의견은 적극 반영한다. 좋은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열린 경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셈이다.

"우수한 인력을 만들었을 때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고, 좋은 영화로 많은 수익을 창출합니다. 그 인력들이 또 다른 영화나 방송 등 미디어 시장에 나가 우수한 작품을 만들어내면 우리나라의 작품의 질이 좋아져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결국 더 큰 고용이 창출되고 젊은 인재를 양성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영화작업을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는 영화 실리콘밸리를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이런 말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인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하는 정신입니다."

영구아트무비의 마케팅은 관객들의 욕구에 맞는 영화를 '정직'하게 최고의 영화를 만들어 배급한다는 방침이다. 그 동안 '영화'를 들고 개봉해달라고 구걸하듯이 다니는 것이 관례처럼 됐었는데, 이제는 최고의 영화로 배급사들이 찾아오도록 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심형래 사장은 직원들에게 그 분야에서 1인자가 되라고 직원들에게 말한다. 사원들의 잠재의식 속에 숨어 있는 열정을 꺼내어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영화' 'SF영화의 1인자'가 되기 위해 '영구 심형래'식의 경영을 하고 있다.

"이젠 '용'의 가치가 변할 것입니다. 그 동안 형상화하지 못했던 '용'의 모습을 실제로 보시게 될 것입니다. 그 동안 가졌던 선입관을 버려주십시오. 이제는 잘하면 박수를 쳐주시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 <오마이뉴스> 제24호에 실린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주간 <오마이뉴스> 제24호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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