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갈등'이 '상생과 발전'의 계기로

제천 호박종돈장 공사를 둘러싼 제천시와 지역주민들과의 갈등 극복기

등록 2002.10.16 13:30수정 2002.10.1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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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종돈장 공사 허가를 둘러싸고 최근까지 제천시와 마찰을 빚어온 봉양읍 주민들은 시정관계자 및 사업주와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사업주의 사업포기를 이끌어내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특히 제천시는 주민들의 종돈장 예정부지 매입에 따른 "환경친화시범마을" 조성사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어, 관(官)과 민(民)의 혐오시설유치에 따른 갈등을 원만히 해결했다는 보기드문 좋은 선례를 남기고 있다.

청정제천을 시정주요사업으로 추진하는 제천시로서는 이번 종돈장 허가로 적잖은 부담을 안고 있었으며 민선 2기 시장의 지속적인 환경정책 추진의지를 시험하는 잣대가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제천시와 사업주, 그리고 지역주민들은 자칫 감정적으로 흐를 수 있는 극한대립을 피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한 결과 건설적인 대안을 이끌어 내게 되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지자체 행정의 귀감이 되고 있다.

제천시 봉양읍 장평리일대(아래사진)는 수려한 자연경관과 깨끗한 환경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여름철이면 많은 행락객들이 찾는 곳이다.
봉양읍 장평 1구 마을 앞을 흐르는 장평천의 수려한 자연경관
봉양읍 장평 1구 마을 앞을 흐르는 장평천의 수려한 자연경관유윤식

봉양읍 장평 1구 마을 앞을 흐르는 장평천의 수려한 자연경관
봉양읍 장평 1구 마을 앞을 흐르는 장평천의 수려한 자연경관유윤식


그러나 호박종돈영농조합법인(경기도 양평 소재)은 지난 6월부터 이곳 마을 인근에 사업장을 이전하기 위해 현 부지 1만2천평을 매입하고 8월 중순경 제천시로부터 농지전용 및 건축허가를 받았다.

사업주는 종돈장이 최첨단시설을 갖추고 있어 환경을 해치지 않는다며 관계공무원과 마을 이장들을 설득하여 사업을 추진하였지만, 정작 지역주민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사업을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인근마을에 위치하여 환경을 해치고 있는 장평돼지농장
인근마을에 위치하여 환경을 해치고 있는 장평돼지농장유윤식
지역주민들은 관계기관의 졸속허가과정도 납득하기 어렵거니와 그동안 인근 소규모 종돈장으로부터 많은 농사피해와 악취에 시달려 온 터라 기업형 종돈장 허가는 주민정서를 무시한 처사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현재 인근 장평종돈장(위 사진)은 300두 정도의 소규모 양돈장으로 시설이 낙후되어 있고 분뇨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부근 주민들의 많은 원성을 사고 있다. 따라서 대규모 종돈장 유치에 따른 인근 농가의 피폐를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럼에도 제천시와 사업주는 적법한 허가절차를 통해 이루어진 사업인 만큼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였고 지역주민들 또한 물리적으로 공사를 막겠다며 정면 충돌위기까지 가게 되었다.


그러나 종돈장 철폐를 위한 대책위원회(위원장 박해식)와 봉양 환경지키기 모임(상임 대표 김명섭 외 2인)은 감정적이고 물리적인 대립은 서로에게 아무런 득이 없다는 것을 판단하고 생업을 접으면서까지 제천시와 사업주를 상대로 설득작업에 나섰다.

그 결과 종돈장 사업주 김모씨는 부지매입비용 2억8천만원을 변상해준다면 사업을 포기할 의사를 비추었고 제천시는 지역주민들이 부지를 매입하면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나서면서 대책위원회는 그동안의 활동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곧바로 대책위원회는 부지 매입을 위한 투자자를 찾기에 나섰다.
그러나 적지 않은 돈을 선뜻 투자하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고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다가 인근주민 ㅇ씨가 사업투자를 위한 의사를 비추면서 사태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어 주민들을 대상으로한 사업투자설명회를 갖고 어려운 농가사정에도 불구하고 십시일반으로 출자금을 100만원 이상씩을 출자하기로 약속하고 부족한 예산은 일반 출자자를 공모하여 충당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리고 출자자에 대해서는 각종 특혜를 부여할 것이라고 김명섭 상임대표는 밝혔다.

환경친화 시범마을로 탈바꿈할, 공사중인 종돈장 부지 전경
환경친화 시범마을로 탈바꿈할, 공사중인 종돈장 부지 전경유윤식

환경친화 시범마을로 탈바꿈할, 공사중인 종돈장 부지 전경
환경친화 시범마을로 탈바꿈할, 공사중인 종돈장 부지 전경유윤식

현재 지역주민들은 이곳에 "환경친화 시범마을"을 조성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천시와 구체화하고 있는 가운데 생산·가공시설, 향토민박시설, 전시시설, 체험시설등을 갖춘 복합적인 환경시범마을을 조성할 예정이다.

현재 이 마을에 보편화되어 있는 채소 유기농업과 연계한 생산시설로서 대단위 무농약 콩밭을 조성하여 여기에서 생산된 콩으로 두부 가공공장과 메주, 간장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또한 이곳에서 생산된 유기농산물을 소비자와 직거래할 수 있는 판매장을 개설하고 저온창고 등 농산물 포장 집하시설도 갖출 계획이다.

그리고 이 지역의 수려한 경관을 관광상품으로 특화시켜 황토민박촌 10동을 비롯한 먹거리 식당 그리고 야생화단지와 허브단지등을 조성하여 자연학습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또한 자연지형을 활용한 산책로와 희귀조류, 미니동물원도 만들 계획이다.

현재 제천시는 공사부지까지의 진입로 확장공사를 위한 용역을 모두 마친 상태이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때에 생업을 접으면서까지 매달려야 했던 종돈장 문제가 전화위복으로 마을이 더욱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마을 주민들은 그 동안의 시름을 잊고 있다.

또한 이곳에서 조상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터득한 기술로 충북농기계연구소를 세워 국내외에 선진농법을 두루 전수하고 있는 마을 주민 이해극(52세) 소장은 "그동안 마을 주민들이 모두 힘을 합쳐 종돈장 공사를 저지시킨만큼, 이곳을 전국에서 제일가는 환경친화형 마을을 만들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밝혔다.

앞으로 살기 힘든 농촌, 떠나는 농촌에서 사람과 자연이 함께 공생하는 생태지향적인 농촌의 새로운 모습을 이곳 장평리 마을에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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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과 성찰을 통해 개인적 과제를 극복하며, 당면한 시대적 과제를 늘 정면으로 응시하고 뜻을 함께 하는 이들과 연대하며 사는 교육운동가입니다. 오마이뉴스의 살아있는 시대정신과 파사현정(破邪顯正) 사필귀정 [事必歸正] 정론직필[正論直筆] 기자 정신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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