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北, 핵무기 개발" 파문

북한 "존재하지도 않는 핵 거론, '약탈자'처럼 위협"

등록 2002.10.17 11:33수정 2002.10.1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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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 특사자격으로 지난 10월 3일 방북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한미간 최종협의를 위해 방북 하루 앞선 2일 방한, 최성홍 외교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 특사자격으로 지난 10월 3일 방북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한미간 최종협의를 위해 방북 하루 앞선 2일 방한, 최성홍 외교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북 핵개발 계획 美국무부 성명 전문

미국 고위 관계자들이 이달초 광범위한 현안들을 논의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가 이끌고 간 미 특사단은 북 한이 제네바 협정 등과 같은 핵무기 협정을 위반하고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우라늄 을 농축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정보를 미 당국이 최근 입수했다는 점을 북한측에 전했다.

북한 관계자들은 핵무기 개발 계획을 시인했다. 북한은 미국을 비난하려고 했으며 제네바 협정이 무효화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켈리 차관보는 북 한이 수년 전 핵무기 개발 계획에 착수했다고 지적했다.

우방과 협의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지난 여름 동안 대북 관계를 호전시키기 위한 과감한 접근법을 개발했다. 미국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와 탄도탄 미사일 개발 및 수출, 주변국에 대한 위협, 테러 지원, 북한 주민에 대한 비참한 처우 등과 같은 현안에 대해 입장을 전향적으로 바꾼다면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경제적.정치적 조치를 제안할 준비를 했다. / 연합뉴스
북한이 비밀리에 핵무기개발 계획을 추진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비밀개발설은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가 이달초 특사자격으로 방북했을 때 북한 고위당국자가 "핵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당국의 즉각적인 해명이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비밀개발설이 이 시점에서 불거진 배경 등에 대해서는 의혹이 일고 있다. 왜냐하면 켈리 특사는 이달초(3~5일) 북한을 방문하고 왔으며 귀환후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이같은 내용이 일부 외신을 통해 보도된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어제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즉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은 있되, 현재 완성된 핵무기는 없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경우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 사실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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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미 국무부측의 이같은 발표를 놓고 미국이 지난 12일 발생한 발리테러사건 등을 기화로 이라크 침공 여론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주장과 함께 수교를 전제로 현재 진행중인 북-일간 대화에 대한 불만과 견제용 포석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북-일대화, 남북관계 개선 등으로 모처럼 동북아에 조성된 화해무드는 이번 북한의 핵개발 비밀추진설 폭로로 인해 북-미관계를 시작으로 국제정세가 다시 급격히 냉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CNN은 16일 인터넷판을 통해 "제임스 켈리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이달초 방북 당시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회담을 갖는 동안 북한이 최소한 핵무기 2개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했다는 증거를 북한 당국에 제시했고 북한측은 이를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AP통신도 "북한은 미국 정부에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면서 익명의 한 관계자의 말을 빌어 "북한은 미국 외교관들에게 반핵 합의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국 백악관은 16일 공식발표를 통해 "북한이 비밀 핵무기 개발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을 미국측에 시인했다"고 밝혔다.

CNN에 소개된 강석주-켈리 '대화록'

북한의 핵무기 비밀개발설은 이달초 미국측 특사로 북한을 방문했던 제임스 켈리 미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의 '증언'이 결정적 단초라고 할 수 있다. 켈리 차관보는 그러나 아직 결정적 증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음은 10월6일 미국 CNN에서 보도한 켈리 특사와 강석주 북한 제1외무부상 간의 대화 가운데 북한핵 관련 부분이다.

켈리: 미국은 94년과 다른 기술(우라늄 농축)을 이용한 비밀 핵무기 계획을 가지고 있고, 북한이 적어도 두 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강석주: (켈리를 쳐다보며) 당신 대통령이 우리를 악의 축이라고 불렀다.... 당신네 군대가 한반도에 배치되어 있다... .물론, 우리는 핵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지. (Your president called us a member of the axis of evil. ... Your troops are deployed on the Korean Peninsula. ... Of course, we have a nuclear program.)
/ 손병관 기자

숀 매코맥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시인함으로써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제네바 핵 합의를 '실질적으로 위반했다'"면서 "미국이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 등 우방들과 우선적으로 협의하고 다음 조치로 미국 의회 의원들과도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 상황의 평화적인 해결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이 지역의 모든 사람들이 이 문제에 이해관계가 걸려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어떤 평화스러운 국가도 북한이 핵무기로 무장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는 또한 16일 공식 성명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북한과 미국은 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한이 핵무기 개발 계획을 포기하고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재료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도록 사찰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제네바 협정을 맺은 바 있다.

미국의 언론들은 미 당국의 한 관계자의 말을 빌어 "북한의 이 같은 행동은 '제네바 핵합의 틀이나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보고 앞으로 북한과 핵 문제에 대해 더 이상 협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하고 있다. 따라서 북미관계는 물론 북·일 관계, 남북관계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가 급격하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 "북한의 핵 개발 반대"

북한이 새로운 핵개발 의혹을 시인한 것과 관련해 정부의 움직임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대화를 통해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용토록 강력히 촉구해 나가기로 했다.

북한의 핵사찰 경과 및 일지

북한은 1974년 9월 IAEA(국제원자력기구) 가입한 후 이어 1985년 12월 NPT(핵확산금지조약)에도 가입했다. 한국과 북한은 1991년 12월 31일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서명했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 핵무기 제조 접수 사용 금지 ▲ 핵에너지 평화목적 이용 ▲ 재처리 및 농축시설 미 보유 ▲ 쌍방합의 대상에 사찰 실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어 1992년 3월 14일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를 설립했으며, 북한은 93년과 94년에 걸쳐 NPT와 IAEA의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1994년 10월 21일 북한은 미국과 제네바 기본합의문을 체결하고 11월 1일 핵활동의 동결을 선언했으며, 95년 3월엔 제네바에서 체결된 미국과 북한의 합의문 이행과 북한에 대한 한국 표준형 경수로 지원 및 자금조달을 추진하기 위해 KEDO(한반도 에너지 개발기구)가 설립됐다.

1999년 3월 북한은 미국의 금창리 지하시설 사찰을 수용했으며, 3번에 걸쳐 사찰을 진행하기로 협의했다. 원래 99년 1월15일로 예정돼있던 경수로 부지 공사기간이 연기되자 북한은 같은 해 8월 경수로 건설지연에 따른 긴급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했다.

이후 북한은 2000년 2월 2일 대북 경수로 지연을 이유로 94년 이뤄졌던 제네바합의와 관련 파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 최유진 기자
임성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의 핵개발 문제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 어떠한 경우에도 북한의 핵개발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임 수석은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북한이 모든 핵 의혹과 관련해 IAEA의 사찰을 즉시 수용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국제사회에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 수석은 그러나 "북한이 이달초 켈리 특사의 방북시 미국이 제기한 핵개발 의혹에 대해 솔직히 시인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는 북한이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밝힌 것이 아닌가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17일 오전 이태식 외교부 차관보를 통해 '북한의 핵개발 의혹과 관련,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 차관보는 외무부에서 갖은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어떠한 북한의 핵 개발에도 반대한다"면서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제네바 기본합의와 비확산 협정,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모든 의무를 계속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핵 문제를 포함한 모든 문제는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우리 정부는 이를 위해 한·미·일 3국간 공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차관보는 또 "우리 정부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 진행중인 남북간의 대화경로를 통해 북측에도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정부는 17일 오후 정세현 통일부 장관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임성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밝혔다.

NSC 상임위에선 북핵 문제와 관련한 한·미·일 3국의 공조방안과 함께 오는 26일(현지시간)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핵사찰 수용을 유도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평양방송, 미 '존재하지도 않는 핵' 거론 '약탈자처럼 위협'

a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편 북한 국영 평양방송은 북한의 비밀 핵무기계획 추진 시인설이 전해지기 하루전인 16일 미국에 대해 북한과의 관계에서 오만하며 '약탈자(robber)처럼'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제시했다고 비난했다.

서울에서 수신된 평양방송은 이날 논평을 통해 "북-미간의 현안을 해결하기를 원하는지의 여부는 미국에 달려있다"면서 "우리는 미국의 태도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양방송은 "제임스 켈리 아시아태평양 담당 미 국무부 차관보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양측간 현안을 논의했으며, 이 방문에서 미국측이 '존재하지도 않는' 핵, 미사일, 인권 문제를 거론했다"고 비난했다

당시 회담에서 켈리 차관보는 북한에 대해 미국의 안보 우려를 수용하는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미국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일본과 한국과의 관계도 위험스럽게 될 것이라며 '위협적이고 오만한 태도'로 임했다고 평양방송은 덧붙였다.

교도통신, "美, 北핵개발 공개는 북-일관계 견제용"

한편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계획을 공개하고 나선 이유는 급물살을 타고 북-일관계를 견제하기 위한 차원일 수 있다고 교도(共同)통신이 워싱턴발로 17일 보도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교도통신은 미국 외교소식통을 인용, "미 정부는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이 진전돼 일본으로부터 북한에 원조 등의 형태로 자금이 흘러 들어갈 경우, 지금까지 유지해 온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이 무의미하게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북한 방문 때 북한측이 일본인 납치를 시인하는 등 양국간에 급속한 진전이 이뤄지는 것을 미 행정부는 원치 않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도통신은 이번 북한의 핵개발 문제로 고이즈미 총리도 대북정책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목소리로 "중단" 촉구..."한·미·일 3국 공조로 풀어야"
- '북 핵개발설' 관련 정치권 반응

북한의 핵 개발 계획 시인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북한의 핵개발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남경필 대변인 명의의 논평 '대북정책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를 통해 한반도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대북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촉구했다. 남 대변인은 "미국이 북한의 새로운 핵개발 의혹시설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북한의 핵개발은 한반도평화는 물론 세계평화를 위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남 대변인은 이어 "이번 사태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가되 한·미·일 3국간의 공조를 더욱 강화해서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도 이날 오전 논평을 내어 북 핵개발 시인 사실에 유감을 표명하고 북한의 비핵화 공동선언 준수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낙연 대변인은 논평에서 "북한은 제네바 북-미 합의와 핵확신금지협정(NPT) 및 남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따른 모든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미국 또한 한국 및 일본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공조하면서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노무현 후보도 이날 오전 세계지식포럼에 참석, "북한도 핵개발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미간 협상, 그 내용을 들어봐도 무엇을 시인했는지 불분명한 듯하다"며 사태의 진위파악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후보는 아울러 "이로 인해 햇볕정책이 정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되며 미국도 일방적으로 해서는 안된다"면서 한미일 3국 공조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민주노동당도 논평을 통해 "어떠한 종류의 핵무기도 개발, 보유, 배치, 사용이 금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현 대변인은 북한이 핵 개발계획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더불어 미국정부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포기의사를 국제사회에 선언할 것을 요구했다. / 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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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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