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합법화하라"

17일, 공무원노조 조합원 2000여명 상경투쟁 벌여

등록 2002.10.18 08:19수정 2002.10.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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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5시 30분경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를 향해 달려가는 공무원 노조원들을 경찰이 저지하고 있다.
17일 오후 5시 30분경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를 향해 달려가는 공무원 노조원들을 경찰이 저지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화가 단단히 났다. 조합원 2000여명은 17일 하루 종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고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합법집회 왜 막나?" - "억울하면 소송해!" / 김정훈 기자

각 지방에서 올라온 공무원노조 간부들이 이처럼 과격한 시위를 벌인 것은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공무원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안' 때문.

국무회의는 지난 15일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은 인정하지만 단체 행동권은 허용하지 않는다. 명칭은 공무원 조합으로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무원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하고 국회에 법안을 상정했다.

이는 그동안 공무원노조가 주장해 온 '공무원노조 합법화'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공무원들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강제연행되는 노조원.
강제연행되는 노조원.오마이뉴스 권우성
공무원노조는 국무회의 법안이 발표되자 곧바로 "이번 공무원조합법안의 내용은 한 마디로 '공무원은 노동자가 아니다'는 것을 나타낸 것과 다름없다"는 성명서를 내고, 17일 '공무원노조 전국간부 상경투쟁 결의대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공무원노조 간부 2000명은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각 지방에서 올라온 것이다.

하지만 이날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공무원노조 전국 간부 상경투쟁 결의대회'는 오후 5시에 명동성당에서 진행됐다. 집회 예정 장소였던 여의도 한나라당 건너편 국민은행 앞은 전경들에 의해 봉쇄돼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날 결의대회에 대비해 국회, 한나라당, 민주당사, 집회예정지에 각각 전경 1중대를 배치하고, 소방차와 응급차를 대기시켜 놓는 등 집회를 막기 위해 강경한 대처를 하고 있었다. 이때부터 집회를 막으려는 경찰과 경찰의 감시를 피해 집회 장소를 물색하려는 조합원들 사이에 '숨바꼭질'이 시작됐다.

경찰들의 철통같은 경비 때문에 여의도에서 집회가 불가능해지자 집행부는 장소를 종묘공원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이미 종묘공원은 경찰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었다. 심지어 경찰들은 공원 안을 돌아다니면서 '집회에 참석할 것 같은 사람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시민들을 연행했다. 또한 경찰은 공무원노조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경찰의 방침에 항의하는 시민들도 연행했다. 많은 시민들은 경찰의 이같은 과잉진압에 불만을 품고 강력히 항의를 하기도 했다. 결국 종묘공원에서 50여명의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은 종묘공원에서 구호 한번 외쳐보지 못하고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공무원 노조원들이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해 종묘입구를 가로막은 경찰들.
공무원 노조원들이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해 종묘입구를 가로막은 경찰들.오마이뉴스 권우성
비합법노조라는 이유로 여의도 국회 앞과 종묘공원에서의 집회를 막자 공무원노조 조합원 2000여명은 마지막 보루인 명동성당으로 집결했다. 이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는 민주노총 간부들이 모여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정부의 주5일제 근무안'에 대해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었다. 오후 2시부터 서울 시내를 떠돌아다닌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은 오후 5시에 명동성당에 깃발을 꽂고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반면 100여명의 조합원들은 명동성당으로 가지 않고 정부종합청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무원노조 설립을 불허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항의하는 뜻에서 정부종합청사를 기습할 계획이었다.

오후 5시 30분경, 공무원노조 조합원 100여명은 평범한 시민인 것처럼 가장하고 흩어져서 정부종합청사 쪽으로 향하던 중 주위에 있던 경찰들에 진압당했다. 일부는 경찰의 진압을 피해 정부종합청사 앞까지 뛰어갔지만 끝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붙잡힌 공무원들은 "공무원도 노동자다. 노동3권 보장하라"는 구호를 계속 외쳤다.

행정자치부가 있는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부근에서 공무원노조원들이 기습시위를 벌였다. 경찰의 봉쇄를 뚫고 청사를 향해 달리는 노조원의 옷을 경찰이 붙잡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있는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부근에서 공무원노조원들이 기습시위를 벌였다. 경찰의 봉쇄를 뚫고 청사를 향해 달리는 노조원의 옷을 경찰이 붙잡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앞에서 경찰에 강제연행되는 공무원 노조원.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앞에서 경찰에 강제연행되는 공무원 노조원.오마이뉴스 권우성
정부종합청사를 기습하려던 조합원들이 전원 연행됐다는 소식이 명동성당에서 집회를 진행하던 조합원들에게 전해지자 조합원들은 스크럼을 짜고 정부종합청사로 행진을 시도했다. 하지만 100m여 지점에서 경찰의 진압에 가로막혀 더 이상 행진을 진행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무력진압으로 조합원 9명이 방패로 이마와 머리를 찍혀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기도 했다.

이날 집회로 공무원노조는 9명의 조합원이 부상을 당하고 150여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집회는 8시 30분경까지 진행됐고, 이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다음달 4, 5일에 또 다시 대규모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공무원노조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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