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옌안에서 마오쩌동과 함께 한 에드가 스노우도서출판 두레
에드가 스노우와 가진 뜻밖의 조우
전시장 안에는 마오쩌동(毛澤東) 저우언라이(周恩來) 주더(朱德) 린빠오(林彪) 펑더화이(彭德懷) 덩샤오핑 등 중국 공산혁명의 주역들과 이름 모를 홍군 전사들의 다양한 사진이 진열되어 있었다. 1921년 공산당 창당부터 23년 제1차 국공합작, 27년 난창(南昌)봉기, 29년 장시소비에트 수립, 34년 대장정까지를 소개하는 희귀한 사진과 자료, 다양한 지도들. 1840년 아편전쟁부터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까지의 기록물을 전시한 베이징의 중국혁명기념관과는 달리 장정공원은 오직 대장정에 초점을 맞춰 조성한 점이 이채로웠다.
평소 보기 힘든 자료를 살펴보고 있던 중 한 장의 사진이 필자의 눈을 붙잡았다. 한 외국인이 마오쩌동과 인터뷰하는 장면을 담은 것이었다. 밑에 달린 설명을 보니 '1936년 옌안에서 마오과 함께 한 아이더쟈·스눠(埃德加·斯諾)'라고 적혀 있었다.
"아이더쟈·스눠? 도대체 누구지?" 잠시 의문에 휩싸인 필자의 머리 위로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에드가 스노(Edgar Snow). 사진에 기재된 연도에 당시 바오안(保安)이라 불렸던 옌안에 들어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중국 공산당의 실체를 전세계에 최초로 보도했던 '중국의 붉은 별'(Red Star Over China)의 저자 스노우였다.
스노우가 쓴 '중국의 붉은 별'을 통해 중국과 맺어졌던 과거의 인연이 떠올라 필자는 흥분에 사로잡혔다. 유달리 조숙한 독서광이었던 필자는 한글 번역판이 처음 국내에 발간됐던 지난 86년 학교 앞 서점에서 이 책을 접했다. 갓 연합고사를 마친 중3의 어린 학생에게 '중국의 붉은 별'은 557쪽에 달하는 두터운 부피가 거북스럽지 않을 만큼 재미가 넘쳤다.
중국 고대소설 '수호전'이 그렸던 양산박의 영웅들을 연상케 하는 공산당 지도자들의 활약상과 공산혁명에 몸을 받친 무명용사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1주일동안이나 필자를 책에서 떠나지 못하게 했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뒤 접한 장정공원의 자료들은 바로 '중국의 붉은 별'에서도 하이라이트로 묘사했던 장면들을 사진으로 생생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필자가 지나왔던 청뚜에서 송판에 이르는 길이 그 옛날 홍군이 걸었던 장정로라는 사실에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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