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이 서울 보라매공원을 출발,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향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오후 3시, 약 1,200명에 달하는 농민들은 "김대중 정권은 쌀값을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선두차량의 뒤를 따라 보라매공원을 벗어나 거리로 나섰다. 그러나 이들은 공원 정문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찰들의 제지를 받았다.
거리로 나온 농민들이 3개 차선을 차지하고 행진을 하면서 인근 일대 도로는 극심한 정체를 빚기 시작했고, 선두차량의 스피커에서는 계속 농민들의 문제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일대에 메아리쳤다. 경찰과 실갱이 끝에 여의교에 진입한 농민들은 다시 경찰의 제지를 받고 행진이 좌절되자 멀리 보이는 국회의사당을 향해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일행 가운데 충북 괴산에서 올라온 장금원 할머니(70)도 아스팔트에 주저앉아 피곤한 다리를 주무르면서 "허리, 다리 다 아파도 1년 농사지은 걸 제대로 (값을) 안 쳐주면 어떡하냐"고 하소연했다.
왕복 8차선을 차지하고 행진하던 농민들은 여의도역 사거리에 이르러 차선 점령문제를 놓고 결국 경찰과 충돌이 일어나면서 일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이 과정에서 용인시 연합회에 회원 안모(41) 씨가 전경의 방패에 찍혀, 오른쪽 눈썹 위가 4cm 정도 찢어져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박홍수 한농협 박홍수 회장은 경찰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경찰측은 선두차량의 방송중지와 자진해산을 강력하게 요구해 양자간에 노상에서 팽팽한 긴장이 고조됐다. 이날 행사는 불씨를 남긴 채 오후 6시께 농민들의 자진해산과 함께 막을 내렸다.
이날 행사에 참가했던 양돈업자 김모 씨(43, 남, 경기도 용인 거주)는 김대중 정권의 농업정책에 대해 "농업정책이 있기나 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반문하고는 "70년대부터 지속되어온 저곡가 정책과 경제논리를 적용하여 바라보는 농업정책이 가장 큰 문제"라고 성토했다.
또 충북 영주에서 아버지의 대를 이어 농사를 짓고 있는, 신세대 농부 조규표(28, 남) 씨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만 해도 절대 농사를 짓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농사만큼 값진 것도 없다는 걸 깨닫고 돌아왔다"며 "현실적으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의 무산이 어렵다는 건 알고 있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대책"이라며, 정부의 농업정책을 질타했다.
| | 농민시위로 전국 고속도로 곳곳 정체 | | | 한농연 소속 농민들, 상경중 '서행 시위' | | | |
| | ▲ 행진 도중 여의도 전철역 부근에서 경찰에 맞아 피를 흘리는 집회 참가자가 항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한농연 소속 농민 1200여명이 서울 보라매공원에서 집회를 연 22일 오후 비슷한 시각 전국 주요 고속도로에서는 서울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상경하던 농민들이 '서행 시위'를 벌여 곳곳에서 차량 정체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농연 중앙회는 22일 오후 2시부터 6시 사이 서울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강원도, 충남, 전남북, 경남북도 소속 회원들이 휴게소를 점거하거나 '서행 시위'를 하는 방식으로 서울 집회와는 별도의 시위를 벌였다고 밝혔다.
한농연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께 강원도에서 상경 중이던 800여명의 농민들이 문막 휴게소 근처에서 경찰과 대치했으며, 전북에서 올라오던 회원들도 '서행 시위'를 한 뒤 논산 톨게이트에서 정리집회를 갖고 해산했다.
비슷한 시각 충남에서 상경하던 800여명 천안삼거리 휴게소 부근에서 연좌 농성을 벌였으며 전남 지역 회원 1000여명도 태인 휴게소에 집결해 자체 집회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서울 시위는 비교적 평화롭게 이뤄졌으나 여의도공원을 앞두고 농민과 경찰이 잠시 충돌해 한농연 소속 회원 5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중 한농연 단양시 연합회 소속 신승원(49)씨가 갈비뼈가 부러져 장기를 찌르는 중상 입었으며, 용인시 연합회 소속 안재만(41)씨는 방패에 맞아 이마가 찢어졌다. 부상자들은 인근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 김영균 기자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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