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장착품 불법노상판매 활개

대기업 명함도용 소비자 현혹 피해속출

등록 2002.10.23 09:38수정 2002.10.23 12:16
0
원고료로 응원
카 네비게이션 등 승용차에 장착하는 고급 상품들을 도로변에서 판매하는 노상 방문판매가 늘고 있지만, 업체들이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항을 교묘히 이용하는데다 소비자 보호 관련 법규마저 미비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방문판매의 경우 계약한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소비자가 계약 취소를 원할 경우 전액 환불받을 수 있지만, 이미 장착된 물품은 예외가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상품이 전문가의 장착이 필수적인 점을 악용, 판매금액의 30%가 넘는 금액을 위약금으로 요구하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

TV, 영화, 뮤직 비디오 등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영업사원의 말을 듣고 최근 길거리에서 J사의 차량용 LCD를 구입한 김모(27)씨는 다음 날 바로 계약을 해지하려 했지만 이미 제품을 차량에 장착했기 때문에 제품 손실료 60여만원을 물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450만원이나 되는 J사의 카 네비게이션을 구입한 이모(25)씨도 고가의 위약금 때문에 계약 해지를 포기한 것도 그 단적인 예다.

LCD를 구입한 김모(28)씨는 "계약 해지를 하기 위해 서울 본사에 계속 전화를 걸어 항의하자 제품 손실료를 총 구입 금액의 10%인 20여만원 선으로 해 주겠다고 하더라"면서 "계약서에 명시된 위약금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로 조모씨는 지난 22일 거리에서 국내굴지의 대기업인 D사의 명함을 도용, 사은행사로 차량용 AV기기를 월1만9천800원에 장착해 주는 행사를 한다고 해서 구입의사를 밝혔다.

구매를 하면서 구매계약서와 임대계약서 2본을 작성해 주는가하면 대기업인냥 명함을 도용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구매를 하면서 구매계약서와 임대계약서 2본을 작성해 주는가하면 대기업인냥 명함을 도용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안영건
그러나 장착이 끝날 무렵 이 직원은 총 부담액이 430만원이라며 신용카드 결제를 유도했다. 다음날 확인해 보니 판매자는 D사와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고 금액도 부담스러워 바로 계약해지를 요청했지만 고액의 해지위약금을 요구하고 했으나 위약금 명목으로 37만원을 요구 합의했다는 것이다.

보통 길에서 물품을 판매할 경우 판매자는 방문판매 사업자로 등록해야 하고 판매 시 소비자에게 상호 및 판매원 성명, 주소, 전화번호, 판매물품의 명칭 및 가격 등이 명기된 계약서를 발행해 줘야 한다.


이와 같은 사례는 AV기기 판매사업자가 마치 대기업 직원이 특별행사를 하는 것처럼 가장해 소비자를 허위·과장광고로 현혹해 물품을 판매한 경우인데 임대계약서와 구매계약서 2장을 발행하는 모순을 여실히 드러냈다.

계약서 상에는 계약체결일로부터 36개월 경과후(1개월이내)해지 요청이 있을 경우 판매금액의 70%를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고 명시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상품가격도 정확하게 고지하지 않은 채 일단 차량에 부착한 뒤 대금을 청구하는 것은 방문판매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업자의 부당 행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방문판매법은 “청약철회 등이 불가능한 경우 그 사실을 상품의 포장 등에 명기하거나 시용 상품을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상품 사용에 의해 청약철회를 방해받지 아니한다”고 명시, 청약철회를 거절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한편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안산지부의 한 관계자는 "차량 장착품 계약 해지에 대한 소비자 고발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법을 교묘히 벗어나는 일방적인 계약으로 사실상 소비자를 보호하기 어려운 실정이어서 관련 법규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현재 이 건에 대해서는 100% 반품토록 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일간지에서 사회부 기자로만 17년 근무해왔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2. 2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3. 3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4. 4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5. 5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