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요제, 거듭나지 못하거든 폐하라

대학생 축제는 TV중계없이 '그들'끼리 치러야

등록 2002.10.24 14:47수정 2002.10.2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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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역사의 대학가요제가 지난주 토요일에 열린 후, 이에 대한 공방이 인터넷게시판을 통해 한 차례 오갔다. 며칠 지나 뜸해지나 싶었는데 주철환 교수가 24일자 중앙일보에 '26년 역사 대학가요제 따지지 말고 즐겨라'라는 칼럼을 실으면서 논란은 계속될 조짐이다.

대학가요제를 둘러싼 공방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대학가요제는 이대로 쭉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 여기에는 외양적으론 콘테스트이면서도 페스티벌을 지향하는 특성과 TV중계까지 포함한다.

둘째, 파격적인 형식의 변화가 선행되지 않는 한 TV중계는 버리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논리에는 대학가요제의 형식과 내용이 변해야 한다는 당위성뿐만 아니라 '왜 대학가요제를 지상파로 장시간 생중계 해야 하는가'라는 원초적인 의문까지 포함한다.

셋째, '아예 없애자'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이제는 그 존속의 의미가 희박해졌다는 논리다.

필자의 주장은 둘째와 셋째 논리에 걸쳐 있다. 즉 존속의 의미가 희박해진 만큼 변하지 못한다면 없애든지 아니면 가요제의 규모나 방법 등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대학가요제가 버젓이 지상파(MBC)를 통해 장시간 생중계된다는 것이다. 이제 대학가요제가 제 아무리 멋진 페스티벌로 환골탈태한다고 해도 지상파 중계는 적절치 못하다. 이는 그 비유가 다소 거칠지만, 미스코리아 중계와도 일면 공통점이 있다.

소위 '쭉쭉빵빵' 미녀들의 뽐내기 잔치를 왜 비싼 돈 들여가며 중계하냐는 논리가 이 사회에 파장을 일으키면서 결국 미스코리아 대회는 지상파에서 퇴출됐다. 마찬가지다. 대학생들의 잔치를 왜 모든 시청자가 지켜봐야 하는가. 대학가요제는 대학생, '그들만의 축제'만으로 충분하다.


주철환 교수는 중앙일보 칼럼에서 '평가하려고 하지 말고 감상만 하지도 말고 빠져들어라... 젊음과 하나가 되고 싶다면서 뭐 그리 이것저것 따지려 드는가'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따질 건 분명 따져야 하고, 또 이 땅의 '젊음'이 대학생만을 지칭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건 알게 모르게 이 사회를 굳건히 지켜온 특권의식의 소산이다. 대학을 나오지 못한 젊음들은 주말밤 한 채널을 도배해버리는 그들만의 가요제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따라서 대학가요제는 TV중계를 하지 않는 대신에 시기도 자유롭게 조정하고 순수한 대학생들만의 축제로 치러져야 한다. 가령 대부분의 대학가가 축제 기간인 5월경에 열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이럴 경우 분명 그 방법과 형식은 대폭 달라질 것이다.

물론 대학가요제가 MBC의 중계에서 떨어져 나간다면 당장 없어질 가능성이 많다. 중계를 포기하는 MBC가 이를 주관할 이유도 없을 것이고, 어느 누가 선뜻 나서서 대학가요제를 순수한 그들만의 축제행사로 만들겠다고 앞장서기도 쉽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대학가요제는 캠퍼스 축제의 하나로 귀속돼야 한다. 대학축제때 문화공연을 하듯이 가요제도 이와 같은 취지로 열려야 한다.

필자는 요사이 대학가요제 참가자들의 실력이 떨어지고, 이들이 가수의 꿈보다는 단순히 경험 삼아 참가하고 있는 경향을 느낀다. 결국 이런 흐름이 '대학가요제가 캠퍼스로 돌아가든지' 아니면 '없어지든지' 하는 선택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본다.

또 냉정하게 말해서 대학가요제는 더 이상 실력파들의 경연장이 아니라 밴드 몇 팀, 솔로, 중창, 통기타, 힙합 등의 구색을 맞추는 초라한 잔치로 전락했다.

이한철(불독맨션의 리드싱어), 김경호, 배기성 등 늦깍이 스타들도 있지만 88년과 93년 무한궤도와 전람회라는 스타를 배출한 것을 정점으로 대학가요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그만큼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대학가요제를 수많은 문화수용자들에게 주입시킬 이유는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모두 대학생이 되는 것도 아닌데 모든 젊음이 대학가요제를 통해 일년에 한번 젊음을 분출해야 한다면 이것만큼 고역도 없다. 대학가요제, 그 명성과 역사, 권위를 훌훌 털어버리고 환골탈태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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