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양심적 병역거부자, 국방위원장과의 만남 가져

“종교적 이유의 병역거부는 인정하지만, 개개인의 양심을 어떻게 보장하나”

등록 2002.10.26 03:20수정 2002.10.2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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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예비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 4인과 국방위원장이 만났다

예비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 4인과 국방위원장이 만났다 ⓒ 원주 기자

예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국회 국방위원장과 정식 면담을 가졌다. 지난 24일(목), 전학협 윤수진 의장과 예비 양심적 병역거부자 염창근(경희대 대학원생), 이충회(서강대 부총학생회장) 등 4인은 장영달 국방위원장(새천년민주당)과 만나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과 대체복무제 개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장 국방위원장은 지난 12일(토) 국방위원회에 전달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10만인 서명운동'으로 모인 5만 3천 여명의 서명을 국회에서 발표했다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그러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여호와의 증인 등 종교적 이유에 국한된 것으로 못박고, 이들을 위한 대체복무제 시행령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a 장영달 국방위원장은 "겨울 밤 보초를 서는 군인은 신부보다 성스럽다"고 말한다

장영달 국방위원장은 "겨울 밤 보초를 서는 군인은 신부보다 성스럽다"고 말한다 ⓒ 원주 기자

-여호와의 증인 등 종교적 이유의 병역거부 이외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현재 감옥에 가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최영 장군 체질 아니고는 군대 가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적 이유가 아니면 인정하기 어렵다.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갈 수밖에 없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실정에서, 한반도에는 강한 군사력이 필요하다. 개개인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다보면 누가 군복무를 이행하려 하겠는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문제처럼, 비양심적 병역거부가 양심적 병역거부라 포장돼 등장할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군사훈련을 받는 것과 같은 강도의 사회봉사역 등을 더욱 오랜 기간 수행할 각오가 돼있다. 대체복무제 확대가 불가능한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의 경우에 한해 대체복무 시행령을 생각중이다. 대부분의 국회의원들 역시 별다른 이견은 없지만, 실질적 당사자인 국방부는 반대하고 있다. 앞으로 군복무를 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줄어가고 있어 대체복무 확대는 어려운 실정이다. 개인적으로는 대체복무제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종교적 교리를 확실히 지키려는 의지를 가지는 사람들에게 적용돼야 한다."

-10만인 서명으로 국회 청원을 할 계획인데 발의할 생각이 없는가
"없다. 양심적 병역거부권 제도화는 곤란하다. 제안하는 내용을 국회의원 중 받아들일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군과 관련한 다른 문제들을 개선하는데는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a 전학협 윤수진 의장과 예비 양심적 병역거부자 염창근 씨

전학협 윤수진 의장과 예비 양심적 병역거부자 염창근 씨 ⓒ 원주 기자

장 국방위원장은 군의문사 등 열악한 병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민관 합동수사제도를 만들 생각이라고 밝힌 한편,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 문제가 군복무를 이행하는 이들에게 피해의식을 준다며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 후보를 그만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 국방위원장은 면담을 마치며 예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군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신부님보다 더 성스러운 행위”라며 병역거부를 재고할 것을 권유했다. 이에 예비 양심적 병역거부자 염창근씨는 “군 복무를 하지 않더라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써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전학협 윤수진 의장은 “합의점은 찾지 못했지만 공식적 이야기를 확인한 것에 만족한다”며 “양심적 병역거부가 국회에서 이슈화가 되고 있다고 보고, 내년 봄에는 10만인 서명으로 국회 청원을 할 것”이라고 이날의 면담을 평가했다.

덧붙이는 글 | 대학생신문 170호(10월 29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대학생신문 170호(10월 29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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