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작성이 제일 어려워요"

'기자만들기' 15기 실습생의 하루

등록 2002.10.30 04:19수정 2002.10.3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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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
거친 숨소리를 내며 오마이뉴스 사무실에 들어선다.
"다들 나오셨나요?" , "어젠 술도 많이 마시지 않았는데..."


a '기자만들기'종강 수업을 마치고, 본사 근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기자만들기'종강 수업을 마치고, 본사 근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 문석환

실습생인 그는 오전 9시 30분까지 나와야 한다. 그러나 11시를 조금 넘겨 도착했다. 아직 나오지 않은 동기생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경원대 졸업반인 이명익(25, 자동차과)씨는 오마이뉴스 '기자만들기' 15기 이론과정을 수료하고, 지난 21일부터 실습에 참여하는 중이다.

"어젯밤(24일) '기자만들기' 종강파티 때문인가 봐요", "지각하는 분들이 많네요"
"뚜뚜~뚜뿌뿌~010-000-0019" 동기생에게 전화한다.
"형! 아직 안 오셨네요?", "다음주에는 나올 거예요?" 등등 이런저런 안부의 말을 전한다.

그리고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이사 방으로 들어간다.
"똑똑"
"그래, 오늘은 뭘 기획했나?"라며 오대표가 질문한다. 그는 "러시아 인질극 사태를 분석하는 기사를 기획했다"고 말한다.

그런 후에, 상근기자의 비어있는 자리를 찾아 앉는다. 컴퓨터를 켠다. 한참을 고민한다. 모니터를 주시한 채 고민은 계속된다. 자료를 검색한다. 읽고 또 읽고. 클릭, 클릭, 클릭. 그러나 좀처럼 내용은 채워지지 않는다. 그러길 1시간, 시계는 12시를 넘어섰다.

함께 실습하는 동기생이 "밥 먹자"고 한다.
"끄덕끄덕"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이 있는 지하로 발길을 옮긴다.
"왜 방송은 러시아 인질극을 9.11, 발리 테러와 동시 선상에 놓고 있죠", "체첸 분쟁의 의미를 다시금 조명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그는 식사 내내 '러시아 인질극'을 화제로 열변을 토한다.

식사를 끝낸 후, 그는 사무실로 올라가지 않고 밖으로 나간다. "어디 가냐"고 묻자, "근처 서점에 가야겠다"며 걸음을 재촉한다. 서점에 도착한 그는 사회학 코너를 찾았다. '당신들의 대한민국','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 '부시의 음모'로 명기된 책을 뒤적이며, 자신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그대로 적고 있다.

방대한 분량을 인간 복사기처럼 적고 있음이 안타까워 "혹시 복사기가 없냐"고 묻자, "서점에 복사기가 있으면 책이 팔리겠냐"고 "우물가에서 숭늉 찾으면 안 된다"며 짜증 섞인 어투로 대꾸한다.

시계바늘이 어느덧 4시 25분을 가리키고, 그의 노트는 깨알같은 글씨로 채워졌다.
"이 정도면 되겠네, 빨리 가서 작성해야지." 그는 잰걸음으로 서둘러 문을 나선다.


a 왼쪽부터 이명익, 구자훈 씨

왼쪽부터 이명익, 구자훈 씨 ⓒ 문석환

오마이뉴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몇 가지를 물어봤다.

- '기자만들기'는 무슨 이유에서 수강했습니까?
= 기자가 되려고요.


- 실습은 왜 하고 있습니까?
= 물론, 기자가 되려는 연장선상의 일환이죠.

- 실습 5일째인데, 어떻습니까?
= 재밌고, 체질에 맞는 것 같고, 음.. 앞으로 많이 공부해야겠어요.

-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 기사작성이 가장 어렵네요.

- 언제까지 실습할 생각입니까?
= 일주일간 하는 실습인데, 주말 아르바이트로 인해 오늘이 마지막이 되겠네요.

- 졸업반인데, 취업진로는 정했습니까?
= 지금부터 언론고시를 준비해서 내년에 도전하려고 해요.

- 생각하는 언론사는 있습니까?
= 한겨레신문, 오마이뉴스 정도.

- 지원하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신문다운 신문이라 생각하거든요.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승강기는 우리를 토해내고, 그는 모니터 앞에 다시 앉았다.
"타닥∼탁탁탁" 그의 열 손가락이 자판을 두드린다. "오늘은 일찍 들어갈 것 같네"라며 동료가 위로하듯 말을 건넨다. 그는 그제도, 어제도 상근기자보다 늦게 집에 돌아갔다.
"그래요, 오늘은 일찍 가야죠"

이미 어둠은 도시를 삼켰고, 막차 시간도 가까워졌다. 그 순간, 그는 열 손가락이 정지한 채, 두 눈은 기사를 주시한다. 그리고 미소를 입가에 띄운다. "딸각" 그의 오른손 검지가 마우스를 힘껏 누르고 있다. 기사를 등록한 그는 빌딩 숲을 가로질러 내일을 향해 달려간다.

덧붙이는 글 | 위 <<르포-동행취재>> 기사는 25일 기획.작성 됐으며, 30일 등록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위 <<르포-동행취재>> 기사는 25일 기획.작성 됐으며, 30일 등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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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강원정치 대표기자, 2024년 3월 창간한 강원 최초·유일의 정치전문웹진 www.gangwoninnews.com ▲18년간(2006~2023) 뉴시스 취재·사진기자 ▲2004년 오마이뉴스 총선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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