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부진 사나이들, 체력에는 안밀린다
타고난 건강, 너도 나도 "된장찌개파"

연속기획 <대선후보 4인4색 ④> 건강과 음식

등록 2002.11.03 15:15수정 2002.11.0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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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4인의 '색깔'은 저마다 다르다. 대선후보의 '색깔'을 주제별로 알아보는'연속기획 - 4인4색'. 책과 술, 가문에 이어 네번째는 건강과 음식이다. <편집자 주>


이회창 후보 : 소식주의자지만 운동 좋아하는 강골

a 이회창 후보

이회창 후보 ⓒ 스포츠서울

"내 얼굴이 하얗고 맑아 좋았지만 키가 조금 더 컸으면 하는 아쉬움도 느꼈다고 했다." (이회창, <아름다운 원칙>)

이회창 후보는 부인 한인옥씨가 자신과 맞선을 보고 난 뒤의 느낌을 이렇게 전했다. 이 후보뿐만 아니라 이 후보 집안은 대체로 키가 작다. 그리고 장수하는 사람이 많다. 부친 이홍규씨는 97세에 별세했고, 모친 김사순씨는 91세, 숙부 이완규씨는 90세다. 이 후보 역시 67세다. 그러나 이 후보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잔병치레조차 없는 강골이다.

지난 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만 해도 그는 10여일을 지방에 머물면서 유세를 강행했다. 당시 그의 참모들은 반신반의하면서 고된 지방일정을 잡았다. 그러나 이 후보는 거뜬히 모든 일정을 소화해내 이들을 놀라게 했다.

이 후보가 이런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는 나름의 비결은 '소식과 절제'다. 고인이 된 부친 이홍규씨는 가족들에게 "더 먹고 싶을 때 숟가락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면서 "아무리 좋은 음식도 마음이 편치 않은 상태에서 먹으면 독이 된다"고 강조해왔다고 한인옥씨는 전했다.

이 후보는 전통음식을 좋아한다. 한여름에도 별다른 건강식 없이 평소 때처럼 된장찌개 하나로 여름을 난다고 한다. 그는 육류보다 생선류를 선호한다. 그렇다고 가리는 음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소식이기는 하지만 하루 세끼를 꼬박 챙기고, 짧은 시간 안에 조금 모자란 듯이 식사를 한다. 식단은 밥과 국 위주다. 국은 무국, 콩나물국, 우거지된장국 등이 주를 이루고, 밑반찬으로 멸치조림과 콩자반이 절대 빠지지 않는다. 그는 또 나물 등 기름기가 적은 음식에 젓가락이 자주 가는 편이다.

지방 일정 등으로 바빠서 점심을 해결하지 못하면 차 안에서 간단하게 인절미, 찹쌀떡 등의 간식으로 요기를 한다. 패스트푸드는 먹지 않지만 가끔 샌드위치를 찾기도 한다.


그는 피로를 풀기 위해 대추차를 마신다. 술을 마실 때 가장 즐겨 찾는 안주는 대구포다. 그는 군법무관 때 2년간 하루 몇 개비씩 담배를 피운 적이 있지만 그 뒤로 담배를 끊었다.

이 후보는 건강관리를 위해 아침마다 30여분간 조깅과 맨손체조를 해왔다. 그는 어려서부터 축구, 야구, 농구, 권투, 테니스 등 다양한 운동을 했다. 그러나 법관이 된 이후로는 등산을 즐겼다. 주로 찾는 산은 서울 인근의 북한산, 수락산, 불암산 등이다.

이 후보는 고법 부장판사 때 처음 골프를 배웠다. 공직에 있을 때는 어쩌다 찾았지만 변호사 시절에는 한 달에 2∼3차례씩 필드에 나갔다. 고교·대학 동기인 배도 효성그룹 고문은 "회창이는 보통 연습 스윙을 하지 않는다"며 "목표를 정하면 바로 공을 치는데 비거리가 제법 되고, 공을 떼굴떼굴 굴리는 스타일이 아니라 약간은 모험을 하더라도 시원시원하게 때린다"고 전했다.

수면시간은 평균 5시간쯤. 아무리 늦게 잠자리에 들어도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난다고 한다. 이 후보가 간혹 차안에서 낮잠을 잘 때 머리를 좌석 머리받이에 기대지 않고 꼿꼿이 세운 채 자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언뜻 보기엔 잠을 자는 것 같지 않다. 그러다 보니 수행비서들이 낮잠을 자고 있는 이 후보에게 말을 건넸다가 '아차'하고 돌아설 때도 많다. / 최경준 기자 235jun@ohmynews.com


노무현 후보 : 낙관성과 가리지 않는 식습관...5년째 아침 스트레칭

a 노무현 후보

노무현 후보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무현 후보의 어릴 때 별명이 '돌콩'이다. 키는 작았지만 다부지고 야무져서 붙여진 별명이다. 중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이 권투 사범이었는데 노 후보는 그에게서 잠깐 권투를 배웠다. 노 후보의 친형인 노건평씨는 "한번은 권투 선생님이 우리집에 놀러왔는데 동생이 굉장히 비상한 머리를 가졌고 권투도 다부지고 야무지게 잘한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어릴 적 집안이 가난했던 노 후보는 다른 특별한 운동을 배울 수 없었다. 다만 당시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이 누구나 그렇듯이 문밖에만 나서면 마음놓고 뛰어다닐 산과 들이 있었다. 노 후보는 자전에세이 <여보, 나좀 도와줘>에서 "여름이면 개울에서 멱감고, 가을이면 메뚜기 잡고, 겨울이면 논에서 얼음 지치고 팽이도 치고, 잣치기에다 연날리기까지 놀 거리는 참 다양했다"고 회고하고 있다. 이렇게 자연 속에서 다져진 신체 덕분에 노 후보는 '타고난 건강체질'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대선후보의 빡빡한 일정은 그 자체가 건강의 측면에서 보자면 일종의 검증 과정이다. 그런 측면에서 노 후보의 '건강 검증'은 일단 '이상 없음'으로 보인다.

노 후보는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거의 10개월동안 다른 어느 후보보다도 힘든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꼬박 4월말까지 이인제 후보와 '진검승부'를 벌였던 국민경선, 연이어 계속되는 6·13 지방선거와 8·8 재보선, 잠시도 편할 날이 없는 당의 내분사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각종 TV토론…. 가히 체력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딱 한번 일정을 펑크낸 적이 있다. 지난 5월 18일, 19일 5·18을 맞아 광주를 방문하려 했으나 지독한 감기몸살로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당시에 대해 부인 권양숙씨는 "남편이 그렇게 아팠던 것을 처음 봤다"면서 "목이 굉장히 부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일부터 노 후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나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노 후보의 건강 비결은 세 가지다. 첫째는 정신적인 낙관성이다. 사실 노 후보의 정치이력을 보면 어느 현실 정치인보다도 스트레스 속에서 살았다. 15년 동안 치른 6번의 선거에서 무려 4번 떨어졌고, 춥고 외면 당하는 긴 원외 생활을 겪었다. 이기명 후원회장은 "노 후보는 그렇게 10여년 동안 단련됐다"며 "낙관적이지 않으면 못 버텼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식습관이다. 노 후보가 홈페이지에 밝힌 좋아하는 음식은 삼계탕. 하지만 그와 가까운 사람들은 모든 음식을 다 잘 먹는다고 입을 모은다. 권양숙 여사는 "맑고 담백한 음식을 더 좋아하기는 하지만 음식을 안 가리고 골고루 잘 먹는다"고 전했다.

세 번째는 규칙적인 생활과 아침 스트레칭이다. 노 후보의 아침 기상시간은 새벽 5시. 눈을 뜬 노 후보는 YTN 뉴스를 틀어놓고 1시간쯤 스트레칭을 한다. 권 여사는 "말이 스트레칭이지 자기 편리한 것만 한다"며 "벌써 꽤 오래됐다, 얼핏 기억하기로도 5∼6년 이상은 족히 됐다"고 말했다. 보통 취침시간은 밤 11시에서 12시. 하루에 적어도 5∼6 시간은 꼭 자는 셈이다. / 이병한 기자 han@ohmynews.com


정몽준 후보 : 축구·테니스·등산·온천욕 즐기고 타고난 식성

a 정몽준 후보

정몽준 후보 ⓒ 오마이뉴스 권우성

"나는 건강하다. 이것은 어쩌면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 중 가장 소중한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의 어떤 명예나 부귀도 건강 없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부모님께서 나에게 튼튼한 몸을 물려주신 것에 감사한다. 게으른 것을 싫어하고, 부지런한 정신을 물려주신 것도 고마운 일이다." (정몽준, <꿈은 이루어진다> 중에서)

건강에 관한 정몽준 의원의 자신감은 이렇게 충만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정이 빡빡한 정 의원의 첫 번째 건강비결은 '운동'과 '목욕'이다. 그는 요즘 축구나 테니스, 등산을 주로 한다. 그는 "축구는 11명이 함께 하는 운동이어서 팀플레이 정신을 배울 수 있고, 혼자 하는 등산이나 목욕은 마음을 다스리는 데에 도움이 된다"며 '축구·등산·목욕 예찬론'을 폈다. 특히 테니스와 등산은 현재 그의 핵심측근인 강신옥 변호사(창당기획단장)로부터 배웠다고 한다.

정 의원은 학창시절부터 운동에 소질을 보였다.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 축구·농구·복싱·승마를 했다. 고등학교 때는 농구반을 선택했지만 축구부원들과도 곧잘 어울렸다. 심지어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축구부 선배들과 종로 3가에 있는 막걸리집을 드나들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서울대 재학시절에는 전국종합스키선수권대회에 출전해 4등을 했고, 군 복무시절에는 전국체전(76년) 승마경기에서 은메달을 딸 정도로 운동감각이 뛰어났다. 한때 승마 국가대표를 지내기도 했지만 그가 암울한 70년대 유신시대에 '귀족운동'이었던 스키와 승마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재벌 2세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 의원은 한편 재벌 2세에 대한 선입견을 깨기라도 하듯 대중목욕(온천욕)을 즐긴다. 지난 8월 지리산 산행 때도 그는 구례 화엄사 입구에 있는 대중탕에 들러 온천욕을 즐겼다. 그는 당시 "원래 양평에서 군 복무할 때부터 대중탕에서 목욕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밝혔다. 그는 "만일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전국의 온천을 돌아다니면서 온천 여행기를 쓰고 싶다"고 할 정도로 '온천욕 예찬론자'이다. 그가 온천욕을 즐기는 이유는 역시 숙면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의 두 번째 건강비결은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타고난 식성"이다. 그는 '음식은 보약'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음식을 가리지는 않지만 한식을 즐겨 먹는 편이다. 그는 김밥과 해장국, 눌은밥, 자장면 등을 좋아하고, 반찬으로는 오이지나 열무김치를 잘 먹는다. 인사동의 '툇마루'라는 토속음식점은 정 의원의 단골집 중 하나다. 그는 지난 5월 시사주간지 <한겨레21>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적은 바 있다.

"얼마 전 어느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밀착취재 형식으로 내가 차 안에서 김밥을 먹으며 이동하는 모습을 촬영해 방송한 적이 있다. 나는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다. 물론 김밥도 좋아한다. 외국인을 만나 저녁으로 양식을 먹고 나서는 밤늦게 청진동에 들러 해장국을 먹기도 한다."

정 의원은 또한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것"도 건강비결의 하나로 꼽는다. 그의 '건강론'은 "평소의 생활습관과 음식습관이 자신의 몸을 건강하게 만든다"로 요약된다. / 구영식 기자 ysku@ohmynews.com


권영길 후보 : '냉칠온팔' 목욕법과 수영, 그리고 된장찌개

a 권영길 후보

권영길 후보

권영길 후보는 타고난 건강체질이다. 하루종일 걸어도 좀처럼 지치지 않는다. 권 후보는 "어릴 때부터 걷는 것이 몸에 배서 지금도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닌다"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다져진 체력에다 민생투어를 많이 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걷는 데는 자신이 있다.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고 나서 그는 하루 평균 4시간 정도 잠을 청한다. 숙면을 취하기 때문에 수면시간이 그렇게 부족하지만은 않다.

권영길 후보는 밤새 술을 먹어도 멀쩡하기로 유명하다. 민주노총 초대위원장 시절 함께 일하는 활동가들에게 "누가 술이 제일 세냐"고 물으면 이구동성으로 '권영길 위원장'을 외칠 정도였다.

권 후보는 피곤하면 사우나를 즐겨 찾는다. 그는 유난히 목욕을 좋아한다. 목욕은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운동 가운데 하나다. 언론노조 위원장 시절, '냉칠온팔' 목욕법을 공개해 추종자가 생겼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냉칠온팔'이란 냉탕으로 시작해서 온탕으로 끝내는 목욕 법을 일컫는 말. 원래는 냉탕와 온탕에 머무르는 시간이 3분을 넘기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주법에 좀 변화를 줬다. 냉온탕을 급격히 오가면 심장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는 주위의 권유를 받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뜨거운 물에 20분 정도 몸을 담갔다가 나와서 10분 정도 식히고 찬물로 마무리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목욕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목욕을 좋아했던 그는 전국기관사들의 파업과 관련 수배를 받았을 당시에도 가끔 사우나를 찾았다.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 권영길은 목욕과 관련해 두 가지 규칙을 나름대로 세웠다. 우선 후미진 동네 공중목욕탕을 피할 것. 왜냐하면 목욕을 좋아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경찰이 목욕탕을 뒤지고 다닌다는 정보를 누군가 귀띔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하나는 아침 시간을 피할 것. 잠복 근무를 했던 경찰이 목욕탕을 찾는 시간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중급 호텔 사우나에서 옷을 벗다가 안면 있는 서울 경찰청 간부와 마주친 것이었다. 이 경찰 간부가 모르는 척하고 도망갈 기회를 줘서 겨우 빠져 나오기는 했지만, 잘못 걸렸으면 사우나에서 꼼짝없이 연행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시간이 없어서 자주 즐기지는 못하지만 권영길 후보는 수영을 좋아한다. 고등학교 시절 부산 남부민동 집에서 8km쯤 떨어진 남항 등대까지 가서 아침에 바닷가에 뛰어들 정도로 수영을 자주 했다. 시간이 없어서 바닷가에 가지 못하면 집 근처에 있는 천마산에 올라가 소리를 지르고 발성 연습을 했다. 산에서 연마한 발성 연습 덕분인지 권 후보는 목이 잘 쉬지 않는다.

먹는 음식은 가리지 않는 편이다. 가장 즐겨 먹고 좋아하는 음식은 된장찌개. 지방에 내려가서 음식점에 들어가면 대부분 '된장찌개'를 찾는다. 체력이 떨어지는 여름철에는 열무김치와 된장찌개를 큰 대접에 넣고 비벼 먹는 것이 그의 '건강식'이다.

권영길 후보의 아내 강지연씨가 "어머니가 당신 가졌을 때 산삼을 도라지로 잘못 알고 드신 게 분명하다"고 농담을 할 정도로 그는 건강 체질이다. / 박수원 기자 won@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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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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