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석 (주)승진산업 - 맥스 대표오마이뉴스 유창재
최근 프로야구에 대한 열기가 한국시리즈로 달아올랐다. 정규리그 4위팀인 LG가 현대(3위)와 기아(2위)를 꺾고 한국시리즈(KS)에 진출했으며, KS 정상을 차지하기 위해 올해로 8번째 도전하는 삼성(1위)과의 승부를 펼쳤다.
팽팽한 투수전도 관중의 손에 땀을 쥐게 하지만 야구를 즐기는 재미는 뭐니뭐니 해도 투수의 공을 공략해 더 멀리, 정확히 쳐내기 위한 타자들의 '방망이 싸움'에 있다. 야구방망이의 길이는 33.5인치, 무게는 870그램. 방망이를 어떻게 만드는가에 따라 타자가 친 야구공이 1미터 차이로 담장을 넘어갈지, 야수의 글러브 속으로 들어가 아웃을 당할지가 결정된다. 야구방망이에 따라 승부의 승패가 결정되는 셈이다.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은 주로 '미즈노' '사사키' '슬러거' '루이빌' 등 외국산 방망이를 사용해왔다. 타자들이 그동안 외국산 제품을 주로 사용했던 것은 '좋은 타구를 뿜어대기 위해 품질 좋은 배트를 사용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난 2000년부터 두산의 선수들이 국내 토종 야구방망이 '맥스(Max)'를 사용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판도가 달라졌다.
국산 야구방망이는 2001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이 우승을 차지한 '사건'을 계기로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 결과 이번 2002년 프로야구 정규시리즈뿐만 아니라 한국시리즈에서도 선수들의 50% 이상이 국내 토종 야구방망이 '맥스'를 사용했다. 토종야구방망이 돌풍을 몰고 온 '맥스' 제조업체인 ㈜승진산업 공금석(41) 사장을 지난 7일 대전광역시 중구 대사동 한밭경기장 옆에 위치한 맥스 2호점에서 만났다.
- 야구방망이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원래 야구를 좋아했다. 12년 전부터 전통 목공예를 비롯해 생활용 목공예품을 생산하는 가업을 이어왔다. 그러던 중 3년 전 친구인 전대영 청주기계공고 감독에게 '국산 야구방망이를 만들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게 됐다. 평소 좋아했던 야구의 국산화를 해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나무로 된 제품을 만드는 것'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야구에 대한 기술적인 도움은 전 감독으로부터 받았다. 그 후 많은 선수들이 관심을 보여줘 '맥스'가 만들어졌고 성장하게 됐다."
- 국내 야구배트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프로야구팀 8개 구단, 대학 28개 학교 등에서 소비하는 야구배트 시장은 연간 매출 30억 정도다. '맥스'가 시장에 뛰어들기 전까지 '미즈노'나 '사사키' 등 외국 브랜드 위주였지만 지난 99년 6월 '맥스'가 출시되자 서서히 달라졌다. 불과 3년 사이에 시장 점유율은 70% 수준에 올랐고, 국산이 80%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점차 사회인 체육에서도 나무방망이를 사용해 소비가 증가되고 있다."
- 야구방망이 시장에서의 외국 제품과 경쟁하는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시장규모가 작다. 한국프로야구가 20년이란 역사를 쌓아오면서도 야구용품에 대한 '국산화'를 하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다. 미국이나 일본의 거대 브랜드들이 이미 국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해왔으며, 지금도 힘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맥스'도 국제공인 야구배트로 지원서류를 제출했다. 품질에 자신 있었기 때문에 대한야구협회에서 말한 대로 2달 전에 등록했다. 그러나 게임시작 10일 전에 '안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5개월 전에 등록해야 한다'는 것과 '국제공인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일본의 제품은 유명메이커란 이유로 '국제공인' 인증절차 없이 통과됐고, 맥스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수긍하기 힘들었지만 '야구협회의 어려운 사정에 그랬거니'고 내년을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외국에 나가는 선수들에게 우리의 방망이를 들려주고 싶다."
- 시장에 '맥스'를 처음 내놓았을 때 선수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처음에는 선수들이 국산 방망이를 보면 발로 차버린다고 할까,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품질에 대한 평가를 하기에 앞서 사용해보지 않은 브랜드에 대한 선입견이 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