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을 맞은뒤에도 연설을 중단하지 않고 끝까지 마쳤다. 연설을 마친 노무현 후보가 농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주월간지사진공동취재단
<4신:낮 3시40분>
WTO는 눈물의 씨앗이고, 신자유주의는 세계화의 덫이다
| | 한-칠레 자유무역협정과 WTO 쌀 개방 협상 | | | | 전국 농민대회에 사상 최대규모인 7만명 정도의 인파가 몰린 것은 농민들이 느끼는 우리 농업의 위기의식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특히 농민들은 지난 10월 24일 체결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과 오는 2004년으로 예정된 WTO 쌀 개방 협상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의 경우 우리나라 과수농가에 적잖은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무역협정으로 대폭 낮아지는 관세는 국내산보다 가격이 훨씬 싼 칠레산 포도, 사과, 배, 키위, 등의 신선과일의 수입으로 이어져 국내 과수 농가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과수 산업을 하던 농민들이 채소류나 특용작물 등으로 업을 전환할 경우, 전체 농산물의 과잉생산과 가격불안정을 불러올 것으로 농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에 체결된 한-칠레 자유무역협상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WTO협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2004년으로 예정된 WTO 쌀 개방 협상에서 수입농산물이 대폭 개방되면 가격경쟁력에서 뒤떨어지는 우리 농산물 시장에 큰 타격을 불러올 것이 불보듯하다는 게 농민들의 입장이다. 우리의 쌀값은 미국의 4.5배, 중국의 5.7배로 생산비의 50%나 되는 토지 값과 외국에 비해 3배나 비싼 농기계 가격 등 생산비가 턱없이 비싼 현실에서 아무리 품질을 높인다 하더라도 외국산과 가격 경쟁이 될 수 없다. 현재 우리 농가소득에서 쌀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절반은 넘는 상황임으로 쌀 시장의 개방은 농민들의 영농포기와 농업파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농민단체들이 우려하는 바다. / 최유진 기자 | | | | | |
정광훈(전농 전 의장) 전국연합 공동의장은 이날 식전행사에서 다음과 같은 인사말로 '성난 농심'을 대변했다.
"WTO는 눈물의 씨앗이고, 신자유주의는 세계화의 덫이다. 농민들은 조선시대 때 양반에게 쌀을 거둬 바쳤고, 일제시대에는 600만~1000만석이 일본으로 공출됐다. 이승만 정권 때 국가 예산의 90%가 농민들의 쌀이었고, 박정희 정권 때 민중들의 배고픔을 달래준 것도 농민들의 쌀이었다. 이제 와서 우리를 떠미는가. WTO 쌀개방·한-칠레 FTA 협상은 일제시대 제국주의적 을사보호조약과 마찬가지다."
일본 농민운동가 우찌다 게이스케씨와 마시모토 야스시사씨는 "오늘 농민대회에서 내건 요구안은 인류공생을 위해 꼭 이루어져야 할 목표"라며 "한국의 윤봉길 의사는 농업이 생명의 창고라고 했다. 우리 농민들은 긍지와 자신감을 갖고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후 3시30분, 전국 농민대회 본행사가 열렸고, 한강 둔치에서는 200∼300여개의 깃발들이 휘날려 흡사 깃발 전시장을 보는 듯했다.
오늘 새벽 6시에 해남에서 출발해 한강둔치에 도착했다는 이옥균(48)씨는 "지금도 농촌은 많이 어렵다. 죽어라 농사를 지어도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외국 농산물까지 들어오면 농민들은 다 죽으라는 얘기"라고 분통을 터트린 뒤 "그렇지만 오늘 농민대회 참가자들이 너무 많아 마음이 든든하다"고 대회 참가 소감을 밝혔다.
경북에서 온 김월순(57)씨도 "추운 아침부터 아이들 밥 해주고 올라왔다"면서 "우리는 더도 아니고 지금처럼 쌀 농사를 짓게 해달라고 말하는 것이다"라면서 얼굴을 붉혔다.
아빠 손을 잡고 농민대회에 참석한 어린이들도 눈에 띄었다.
경남 사천초등학교에 다닌다는 강주원(4학년), 강주호(2학년) 형제는 "농민대회에 참석한 것은 세 번째"라면서 "미국이 우리 나라에게 나쁘게 한다. 어떻게 하면 미국을 없앨 수 있을지 올 때마다 생각한다. 경찰도 우리에게 먼저 잘못한다"라고 말했다.
'우리쌀지키기 100일걷기대회'에도 참여했다는 일산초등학교 4학년 장혜솔양은 담임교사의 허락을 맡아 학교를 조퇴한 뒤 농민대회에 참가했다. 장양은 "우리 나라 쌀이 제일 좋은 쌀이라고 알고 있다. 우리 쌀을 지켜야 한다"고 당차게 말했다.
한편 정현찬 전농 의장은 본대회 인사말을 통해 "지난 1970년 바로 이 날 전태일 열사가 노동자도 사람답게 살아보자고 외치면서 분신했고, 32년이 지난 오늘 해방이후 최대 규모의 농민들이 모여 대회를 열었다"며 "오늘은 노동자, 농민들이 새 세상을 열어가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또한 "이제 농민의 손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당을 만들고, 이번 대선에서도 농민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덕상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도 연대사에서 "농촌의 붕괴는 정부의 농업 포기 정책과 개방 농정의 결과이고 직접적으로 WTO의 결과"라면서 "정부는 또한 경제특구를 만들어 외국 자본의 세금을 감면하고 노동자를 착취하는 법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노동자와 농민이 앞장서서 역사 결정의 주체로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은 "쌀개방에 동의하는 정당, 쌀개방을 막으려고 노력하지 않는 정당을 농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강조한 뒤 "오늘 농민대회를 마치고도 정부로부터 납득할 만한 답변이 없을 경우 11월 25일부터 전국에서 트렉터와 트럭시위를 전개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3신:낮 2시20분>
한강둔치에 모인 7만명 농민 인파
▲전국에서 버스를 타고 상경한 수만명의 농민들이 여의도 한강둔치를 가득 메우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 | | 노무현, 정몽준, 권영길 후보 참석 예정 | | | 정치권의 '성난 농심' 달래기 | | | | 이날 농민대회에는 이회창 후보를 제외한 주요 대선 후보들이 모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전농측은 농민대회에 앞서 이회창, 노무현, 정몽준, 권영길 대선후보에게 행사에 참석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민주당 노 후보와 민노당 권 후보만이 참석을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두 대선 후보는 이날 오후 4시경 농민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할 예정이며, 전농측은 이들에게 쌀개방 반대 등에 대한 서약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몽준 후보 역시 뒤늦게 참석한 것으로 확인돼 이회창 후보를 제외한 세 후보가 모두 참석한 셈이 됐다.
노 후보는 이날 "농업은 경제발전의 원천이자 민족의 생명산업"이라며 "농민의 아들로서 농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인사말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오늘날 우리 농업·농민·농촌은 수입개방 등 높은 파고 속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맞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은 농민들이 처한 위기의 현실을 직시하여 농업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 | | | |
무려 7만명 정도의 농민들이 여의도 한강둔치에 모였다. 사상 최대 규모다. 그만큼 실패한 농정에 대한 농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는 반증이다.
이들이 전국 각지에서 타고온 버스만도 3000여대(경남 529대, 전남 620대, 경기 230대, 강원 130대, 전북 430대, 충남 500대, 충북 200대, 경북 445대). 전농 측은 대중교통을 통해 집회에 참석한 농민도 2∼3만명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전농측은 "경찰과는 미리 평회집회를 선언한 뒤 교통협조를 요청했고,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특별한 마찰은 없다"면서 "행사가 끝나는 5시30분경, 자진해산할 것이며, 경남농민회 등 일부 인원만 남아 여의도 주변 도로를 행진한 뒤 정리집회를 가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낮 1시20분 현재 전국농민대회 식전행사인 문화공연이 끝났고, 본 행사에 들어갔다. 여의도 한강둔치는 지금 전국에서 올라온 농민들의 함성으로 가득 메워져 있다.
<2신:13일 낮 12시50분>
농민들, 한강둔치에 속속 집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