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의 전설'로 게임의 전설 만든다

[이코노피플 7] 박관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등록 2002.11.20 00:50수정 2002.11.2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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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남소연
국내 온라인 게임이 만리장성(萬里長城)을 뛰어넘어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에서 '전기(傳奇)'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미르의 전설2'는 지난 2001년 6월에 수출해 상용화 1개월만에 동시접속자수 10만명을 돌파했으며, 중국 게임순위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 9월 동시접속자수 60만을 넘어서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미르의 전설2'는 국내는 물론 해외 게임업체들과 게이머들에게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미르의 전설2' 개발업체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이하 위메이드)의 박관호(31) 사장을 만나기 위해 지난 14일 서울 중구 중림동 위메이드 사무실을 찾았다. 게임회사 위메이드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게임의 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입구에서부터 중국 고전 의상을 변형해 입은 3명의 '미르의 전설' 여자 캐릭터가 손님을 맞이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게임 속에 등장하는 사진들이 걸려 있어 그 느낌을 더했다.

재미를 만들어내는 '꿈 공장'으로 운영할 터

위메이드는 이제 약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게임개발사이지만 '미르의 전설'로 게임시장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회사다.

특히 박관호 위메이드 사장은 게임개발자 1세대 중 한 명이다. 국민대 경영학과 91학번인 그는 "재학 시절 학과 공부보다는 컴퓨터 동아리 활동을 더 열심히 했고, 프로그램을 짜는 선배들의 모습이 멋있어 시작한 프로그래밍 공부가 결국 게임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한다.

박 사장은 대학 재학 중이던 지난 1996년 학교 컴퓨터동아리 선배와 친구들과 함께 '액토즈소프트'를 설립했다. 당시 액토즈는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주로 만들었다. 액토즈에서 박 사장은 게임사업부 이사로 활동했으며, 1999년 '미르의 전설1'을 작품으로 내놓았다.

이후 박관호 사장은 "액토즈가 코스닥에 들어가는 자체보다 애초 좋아하는 게임만을 만들겠다"는 이유로 '꿈'을 이루기 위해 회사를 나와 2000년 2월 지금의 '위메이드'를 설립했다. 현재 위메이드에서는 온라인 롤플레잉(RPG) 게임 '미르의 전설2'와 '미르의 전설3'를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으며, '미르의 전설' 게임의 판권과 수익을 액토즈와 나누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 처음 '미르의 전설1'을 만든 시기를 자체 평가한다면?
"95년 말 군대를 제대했을 때,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당시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지 않은 상태였고, 온라인 게임이란 개념 자체도 미흡했다.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있어 기획력, 기술, 자본 등 모든 것이 부족했던 시기다. 한마디로 '미르의 전설1'은 허술했다. 그렇지만 살아오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되는 것이 그때 '미르의 전설'을 만든 것이다."

- 액토즈에서 독립해 '위메이드'를 설립하게 됐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에 게임을 개발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같이 창업을 했던 사람들과 차츰 견해에 차이가 생겼다. 코스닥에 등록하면서 '너무 돈 쪽으로 가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사업의 방향을 게임에 집중하지 못해 아쉬웠다. 게임에 대한 '꿈'이 있었기 때문에 나왔다. 지금도 위메이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꿈'이다."


- 박관호 사장이 소중히 생각하는 '꿈'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회사가 추구하는 것은 돈이 아니다. 흔히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를 '가치창조'라고 하는데, 우리의 새로운 가치는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게임회사가 게임을 잘 만들면 최고가 아닌가. 위메이드의 가치는 '꿈 공장'이다. 재미를 생산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세계를 뻗어나가는 일이다."

- '미르의 전설2'가 중국 시장을 평정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성공한 요인은 무엇인가.
"사실 운이 좋았다. 우선 '미르의 전설2'는 동양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다. 중국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세계관을 담았다. 게임법도 쉽기도 하지만 완성도와 재미를 충분히 뒷받침했던 것이 성공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게임보다 PC게임이 중국에 먼저 도입이 됐고, 적절할 때 우리가 선점할 수 있었던 점도 성공요소다. 이와 함께 소프트웨어 해킹으로 불법복제가 판치는 중국에서 우리가 이를 적절하게 막았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 중국에서 '미르의 전설2'의 회원수는 얼마이며, 수익은 얼마나 올렸나.
"중국 현지 업체인 산다(www.shanda.com.cn)와 서비스 계약을 맺고 지난해 9월부터 중국 전역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 달에 35위안(한화 약 5000원)을 내고 미르를 이용하는 게이머가 1000만명이 넘는다. 올해 매출은 120∼150억원 정도다. 중국 업체로부터 돈을 다 받지 못했기에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받아야 할 돈이 더 많은데, 한편으론 다 받으리라 생각도 못한다. 앞으로 베타판으로 운영되는 '미르의 전설3'을 상용화하고, 중국에서 동시접속자수가 평균 매순간 100명이 넘어서면 2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할 수 있다."

- 중국 진출의 어려움은 무엇인가.
"중국사람들은 저작권의 의미를 잘 모른다. 라이선스 하면 물건을 구매한 것처럼 생각하고, 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 얼마전 '리니지'에 대해 영등위의 판결이 내려졌다. 이 같은 조치를 어떻게 생각하나.
"영등위가 'PK'(Player Killing) 게임에 대해 선별적으로 가늠해 결정하는 건 불합리하다. 게임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PK는 게임에서 재미있는 요소지만 더 중요한 다른 부분이 있다. 온라인 게임에서 중요한 요소는 '커뮤니케이션'이다. PK는 일부분이고 커뮤니티를 통해 경쟁 요소가 만들어지는 가상세계가 온라인 게임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미르의 전설'도 유료화로 운영되고 있다. 타 온라인 업체의 유료화를 어떻게 평가하나.
"온라인 기업의 유료화는 당연히 필요하다. 인터넷 컨텐츠를 지금까지 무료로 제공해지만 돈이 없으면 컨텐츠 회사는 죽는다. 돈을 벌어야 양질의 컨텐츠를 만들고,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업체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경쟁적으로 양질의 컨텐츠 제작을 활성화할 것이다. 기업이 살아가는데 '피'가 돈이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 앞으로의 계획은?
"실력을 더 쌓아야 한다. 우선 그 동안 쌓은 노하우의 레벨을 높일 계획이다. 성급하게 움직이지 않겠다. 장르적인 면에서 게임 산업이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게임'만을 생각하는데, 게임시장에서 온라인 게임은 일부분이다. 유럽에선 비디오게임이 어마어마하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써 새로운 게임 장르를 개발해 영역을 확장해 나가겠다."

박관호 사장은 위메이드의 140여명 동료직원들이 '근본이 있는 매니아'이길 바란다. 그는 "가슴 속 뜨거운 열정을 머리의 이성으로 스스로 숨어있는 재능을 결과물로 꺼내지 못한다면 발전할 수 없다"면서 "주관을 확실히 가지고 자신의 관심분야에 대해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형성되길 바란다"고 기대의 말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 <오마이뉴스> 제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주간 <오마이뉴스> 제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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