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따리 장사도 돈 건네야 수월

지역 폭력배 '통관시켜 주겠다' 유혹
中 세관 통과하려 수입의 절반 '상납'

등록 2002.11.20 14:10수정 2002.11.2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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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인 뱃사람은 아니지만 생업을 위해 1주일 중에서 6일을 배에서 먹고 자는 사람들을 소위 따이공이라고 부른다. 이들이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들고 가는 상품만도 연간 수천억원 어치에 달한다. 따이공들이 경제활동의 큰 몫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을철부터 본격적인 성수기를 맞이하는 이들에게 중국정부의 제재가 가해지기 시작하면서 생계유지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맘때쯤이면 가을철 의류와 신발 등에 대한 중국쪽의 수요가 살아나고 중국에 진출해 있는 중소제조업체들의 화물운송 수요의 증가로 일손이 부족할 시기지만 올해에는 여느 때와 다르게 혹독한 시련기를 겪고 있다.

한국과 중국정부간의 통관제약이 강화된 것과 각종 농산물 파동 탓도 있지만, 이들을 더욱 괴롭히는 것은 중국 현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부당한 일 때문이다. 통관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수입품목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도 어려운 판국에 각 지역세관과 현지 폭력배들이 서로 짜고 따이공들의 주머니를 털고 있기 때문이다.

즉, 통관이 가능한 일부 수입품목 아이템을 일방적으로 선정한 뒤 통관을 시켜주지 않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는데 이럴 경우 예전 같으면 세관원에게 조금의 뒷돈을 주거나 정기적으로 식사를 초대하는 등 평소의 친분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부터 따이공들이 감소하자 세관원들의 주머니도 빈약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세관원들은 통관절차를 더욱 까다롭게 해 은근히 더 많은 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현지 폭력배들까지 동원돼 따이공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통관이 어려운 수입품목을 지역 폭력배가 통과를 시켜주는 대가로 런민삐 600위안(한화 9만원) 가량을 중간에서 따로 챙긴다는 얘기다. 이는 따이공들이 한국과 중국을 한 번 오가며 벌 수 있는 수입(평균 20만원 가량)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어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인천-따리엔(大連)을 오가며 따이공을 하고 있는 유 모씨는 "최근 들어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미 관례화되고 있는 것 같다"며 "한번 오갈 때마다 통관품목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며, 다른 수입 품목을 가져가는 동료 따이공들이 이러한 경우를 당할 때 마음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재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따이공들의 주요 루트는 인천-톈진(天津)과 인천-칭다오(靑島) 항로이며, 따이공 사업에 종사하는 인원은 칭다오가 70~80여명, 톈진이 30~40여명, 따리엔이 120~150여명 수준이다. 한-중간을 오가는 여객선을 이용 생계를 꾸리는 따이공 전체는 500~600명 가량으로 추정되며, 이들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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