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선거법에 관한 유권해석에서 편파성 시비로 중앙선관위가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선관위 9명의 위원 중 5명이 '서울 법대' 출신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선관위 구성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일파만파로 커져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중앙선관위 9명 위원 중 김헌무, 박영무, 이용웅, 임상현, 전용태 위원이 서울대 법대 출신이며 유지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과 정수부 부위원장이 각각 같은 대학의 사법대학원과 행정대학원 출신이다.
이러한 논란은 지난 18일과 20일 선관위가 주요한 현안에 대해 내린 두차례의 결정에 대한 특정후보 지지자들의 비난이 맞물리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최근 선관위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를 위한 TV토론을 한 차례만 중계방송 형식으로 가능하게 해 국민의 알권리 침해와 '돈 안드는 선거'에 대해 공언해 왔던 애초의 입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또 자발적인 정치인 팬클럽을 폐쇄토록 하고 그 대표들을 고발하는 등의 초강수로 결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위헌논란까지 빚은 바 있다.
특정 유력 대선후보의 동문이 우연의 일치로 선거에 있어서 핵심적 결정을 내리는 중선관위 위원의 반수가 넘게 포진해 있는 것은 따져보면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막론하고 대한민국에서 서울대 인맥이 요직을 꿰고 있음을 상기한다면 이 역시 쓴웃음 한 번 짓고 넘길 수도 있는 일이다.
또 대통령임명 3인, 국회선출 3인, 대법원장지명 3인으로 위원이 선정되는 분립에 기초한 위원회 구성을 한다고 변명할 여지도 충분하다.
그러나 그들이 그럴 뜻이 있든 없든지 간에 선거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결정을 내리는 법제도적 힘을 보유하고 있는 헌법기관의 멤버가 선거의 이해당사자를 동문으로 둔 사람들로 반수 넘게 구성돼 있다는 것에 많은 국민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주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다.
특히나 학벌중심 사회에서 일부 대학 출신들이 사회의 핵심 영역에 똬리를 틀어 동종교배를 일삼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임을 고려하면 우려는 커질 수 밖에 없다.
최근 이회창 후보의 동문들이 주축이 돼 선거운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일부 보도를 통해 확인된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의구심이 잦아들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선거관리의 공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중선관위 스스로가 "선거기간 중 동창회와 동문회 개최를 금지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던 불과 몇 달 전의 전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중선관위가 동문이 과반수 이상을 점유한 동문회 조직으로 전락한 사실을 어떻게 봐야 할지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고 있음을 깨닫기 바란다.
무엇보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지난 18일 중선관위에 방문한 이후 중선관위의 균형추가 한쪽으로 쏠린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시기임을 중선관위는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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