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징계, 민간위원이 제동

경남도 인사위 '보류' 결정, 경찰-공무원 물리적 충돌 벌이기도

등록 2002.11.26 17:58수정 2002.11.27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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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영길씨 등 징계 대상 공무원 3명이 인사위원들에게 항의의 뜻을 전달하기위해 행정부지사실을 들어서고 있다.

김영길씨 등 징계 대상 공무원 3명이 인사위원들에게 항의의 뜻을 전달하기위해 행정부지사실을 들어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공무원노조 결성과 관련한 공무원들을 징계하고자 했던 행정자치부의 계획이 벽에 부딪혔다.

민간 인사위원 사퇴 입장

경남도 인사위원회 7명의 위원 가운데 황태진 변호사, 옥원호 경남대 교수, 정영애 창원대 교수 등 4명의 민간위원이 27일 경남도에 인사위원 사퇴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애 위원은 사퇴 입장을 밝힌 배경에 대해, "재판에 계류중인 사건에 대해 인사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것은 부당할 뿐더러 아직까지 공무원노조에 대해 판단하기 일러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남도 인사위원회는 26일 공무원노조원 3명의 징계여부를 논의한 결과 '보류'결정을 내린 바 있다.

경남도청 관계자는 27일 오후 "아직 사퇴서를 제출한 위원은 없다. 개인 자격으로 사퇴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면서, "사퇴서의 수리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윤성효 기자
26일 경남도청 행정부지사실에서 열린 경남 소속 해당 공무원 3명에 대한 인사위원회(위원장 장인태, 행정부지사)에서 민간위원들이 징계에 반발한 것이다.

결국 경남도 인사위원회는 의견이 합치되지 않아 '보류' 결정을 내렸고, 다음 징계위원회 회의 일정을 잡지도 못한 채 회의를 끝냈다. 도 인사위원회는 장 부지사를 비롯해, 전수식 도 자치행정국장, 박종흠 건설도시국장이 참여하고 있다. 민간위원으로는 황태진 변호사, 옥원호 경남대 교수, 안두환 전직 공무원, 정영애 창원대 교수다.

이날 회의에 참여했던 한 인사위원은 "민간위원들이 대체적으로 징계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전국공무원노조 경남지역본부(본부장 김영길)는 징계 보류에 대해, "경남도 인사위원들에게 행정자치부의 부당한 징계방침을 거부해 줄 것을 직접 만나 요구하였으며, 지방자치 발전과 시대적 요구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면서, "무기 연기는 시대의 요구와 지역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앞으로 어떠한 지시와 명령에도 지방자치권을 수호하는 것이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밝혔다.

경남도 인사위원회에서 징계 대상에 올랐던 공무원은 3명이다. 전국공무원노조 결성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영길 본부장과 10월 행정자치부장관실 점거농성을 벌인 강수동 교육선전국장(진주시청 소속), 강동진 교섭국장(사천시청 소속)이다.

행정자치부에서 징계 지시 공문을 내렸지만, 경남도에서는 일단 보류 결정이 남에 따라 일단 징계 파문은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경기도 인사위원회가 징계 대상 공무원 강아무개씨에 대해 해임 처분을 내려 놓아, 앞으로 상황에 따라 형평성에 있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a 경남도 인사위원회 회의를 무산시키기 위해 공무원들이 행정부지사실 앞 복도를 가로막자 경찰 병력이 출동, 공무원들을 해산시키고 있다.

경남도 인사위원회 회의를 무산시키기 위해 공무원들이 행정부지사실 앞 복도를 가로막자 경찰 병력이 출동, 공무원들을 해산시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강수동씨 환영식 열기도, 경찰과 물리적 충돌 빚어

경남지역본부는 이날 오후 1시 도청 앞 광장에서 구속 후 벌금형을 받고 나온 강수동 국장에 대한 환영식을 가졌다. 강수동 국장은 "모든 공무원들이 다 같은 마음일 것으로 안다"면서, "공무원노조가 공무원들의 힘으로 합법화될 때까지 싸워나갈 것"이라 말했다. 이날 환영식에는 경남도 내 공무원 400여명이 참석했다.


이후 환영식을 마친 공무원들은 오후 2시로 예정돼 있던 도 인사위원회의 회의를 막기 위해 경남도청 2층으로 올라가 행정부지사실 앞 복도를 가로막았다. 전수식 도 행정자치국장이 네 차례나 공무원들 앞에 와서 비켜줄 것을 요구했지만, 공무원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1시간 넘게 인사위원회와 경남지역본부 간부들이 실랑이를 벌였지만, 공무원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오후 3시11분경 경찰 병력을 동원, 복도를 가로막고 있던 공무원들을 해산시켰다. 공무원과 경찰이 밀고 당기는 속에 충돌이 있었으며, 10여분만에 공무원들의 저지선이 무너지고 말았다. 해산한 공무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징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경찰과 충돌을 빚는 과정에서 김종천(전국공무원노조 창녕지부장)씨가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씨는 가슴 통증과 오른쪽 팔 마비 증세를 보였으며, 치료를 받은 뒤 나왔다.

김영길 본부장은 "경찰까지 동원해서 자기 부하 직원들을 죽이려고 할 수 있느냐"면서, "시간만 나면 자치분권을 주장하는 도지사가 장관의 공문 쪽지 하나에 부하 직원을 징계하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a 행정자치부장관실 점거농성을 벌였다가 구속되었던 강수동씨 석방 환영식이 26일 오후 1시 경남도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참석 공무원들이 공무원노조 합법화를 바라는 의미에서 공무풍선을 하늘로 날리고 있다.

행정자치부장관실 점거농성을 벌였다가 구속되었던 강수동씨 석방 환영식이 26일 오후 1시 경남도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참석 공무원들이 공무원노조 합법화를 바라는 의미에서 공무풍선을 하늘로 날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 26일 도청 경찰 투입 규탄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가 26일 경남도청에 경찰 병력 투입을 규탄하고 나섰다. 54개 단체로 구성된 '공직사회, 대학사회 개혁과 공무원, 교수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경남지역공동대책위원회'(이하 '경남공대위')는 27일 "경찰병력을 도청에 투입한 김혁규 경상남도지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경남공대위'는 "어제 경남도청은 계획된 작전을 방불케 하는 사건이 저질러졌다"면서, "공무원노동자 3명을 징계하기 위하여 경찰병력 5개중대가 배치되고 경찰 봉고차량, 승용차 등 강제연행하기 위한 만만의 준비태세를 도청 현관 앞에서 연출하였다. 이는 사전에 경남도지사와 경찰의 협의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라 밝혔다.

또 '경남공대위'는 "도청 내에 경찰병력 투입을 용인한 김혁규 지사를 강력히 규탄하고 350만 도민들의 뜻을 져버린 책임을 지고 백배 사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경남공대위는 재정삭감 운운하며 지방자치권을 말살하려는 행정자치부의 일방적 지시를 단호히 거부하고 공무원노동자에 대한 보호를 촉구하기 위하여 지난 11월 21일 김혁규 도지사와 공식적으로 면담 요청을 하였다."

"그러나, 도지사는 아무런 통보도 없이 면담시간 직전에 어디론가 사라지고 행정부지사를 앞세워 경남공대위 대표자들이 요구한 부당징계 거부에 대하여 중앙정부의 지시이므로 어찌할수 없다는 관료 공무원의 습성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불과했다."

그리고 '경남공대위'는 "경찰병력을 투입해 맨손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으려는 공무원노동자들을 강제로 해산시키고 인사위원회를 강행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부하직원들을 누구보다도 먼저 보호하고 감싸안아야 할 책임있는 도지사가 도청내로 전투경찰의 군홧발을 들여놓게 한 것은 자방자치 발전을 가로막는 처사이며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지방분권에 대한 350만 도민들의 요구를 기만하는 행위임에 다름없다."

'경남공대위'는 "공무원노동자들의 정당한 행동을 지지하며 결과적으로 지역민들의 전폭적인 요구를 헤아려 현명하게 인사위원회를 무기 연기한 민간위원들의 노력에 징계거부를 결의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자신의 부하직원들을 폭력경찰을 동원하여 강제로 해산시키고 119 구급차로 병원으로 후송되는 사태까지 일어나게 한 김혁규 경남도지사는 지탄받아 마땅하며 지금이라도 즉시 사죄하고 행자부의 일방적인 징계지시를 단호히 거부할 것을 다시금 강력히 촉구한다."

'경남공대위'는 "향후 경상남도와 시,군에서 행자부의 명령과 지시에 순응하여 공무원노동자들에 대한 징계를 강행한다면 이제는 바라만 보지 않을 것"이라며, "전 조직력을 동원해서라도 공무원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징계를 저지시키는데 강력한 연대투쟁을 펼쳐나갈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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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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