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숙사 무엇이 문제인가

“눈치보고 밤에는 11시까지 점호하러 가야”

등록 2002.11.27 20:43수정 2002.11.28 09:33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7일 또 한번의 수능시험이 치러졌고 예비 대학생들이 생겨났다.

03학번이라는 이름으로 대학을 선택할 새내기 중에는 서울로 상경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고 집과 멀리 떨어진 지방으로 내려가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한가지 갈림길에 선다. 기숙사와 자취 혹은 하숙.

전국에 기숙사가 설치되어 있는 대학이 대다수지만 이들 기숙사는 많은 한계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a 건국대 여학생 기숙사 방. 4인1실로 공간이 협소하지는 않지만 난방이 잘 안 된다고 한다

건국대 여학생 기숙사 방. 4인1실로 공간이 협소하지는 않지만 난방이 잘 안 된다고 한다 ⓒ 최대연

바늘구멍 들어가기

우선 기숙사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힘들다. 기숙사 정원이 한정되어 있어 기숙사생을 뽑을 때 주로 학교와 집과의 거리를 재고 성적으로 기숙사생을 거른다. 또한 기숙사에서 살 수 있는 기간도 2-3년으로 정해져 있다. 한성대는 대학종합평가제도가 시행되면서 99년 축구부 숙소를 개조하여 기숙사를 신설했으나 현재 기숙사의 정원은 ‘여학생 19명’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학생복지위원회의 한 집행부원은 “학교가 작아서 기숙사를 늘릴 형편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생복지위원회 차원에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밝혔다.

총학생회 문화국장은 “한성대 학생들은 대부분이 서울 사람들이라 기숙사 요구가 크지 않다”고 했으나 실제 게시판에서는 신입생들의 남학생 기숙사는 없는지, 왜 없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성신여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숙사 정원이 163명으로 턱없이 부족해 지방 학생들은 기숙사 입사 경쟁을 또 한번 치러야 한다.


지각하면 벌점 10점

힘겹게 기숙사에 들어가면 다른 문제들과 부딪힌다. 학생들이 가장 불평을 하는 부분은 기숙사의 규율. 보통 기숙사는 통금시간을 밤 11-12시 사이로 정해 취침 전 점호를 하는데 점호시간을 어기면 소정의 벌점을 받게 된다.


여대의 경우 남녀공학에 비해 규율이 훨씬 엄격한 편이다. 숙명여대 기숙사는 11시에 점호를 하는데 지각하면 3점, 무단외박을 하면 5점의 벌점을 받으며 벌점이 15점이 되면 퇴사 처리된다. 기숙사 내 금주, 금연은 당연하며 애초에 담배 피우는 학생은 입사가 불가능하다.

김경자 사감은 “기숙사생의 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문제가 생기면 곤란하다. 규율이 엄하고 보수적이긴 하지만 성폭력 사건이나 기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전영신 기숙사생은 “질서가 필요한 것에는 동의하지만 삭막하다. 통금이 너무 엄격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반면 성균관대 수원캠퍼스의 통금은 새벽 1시로 꽤 자유로운 편이다. 기물파손이나 싸움을 포함한 ‘18가지 조항’을 위반하면 벌점을 받지만 규제가 심하지 않아 벌점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a 숙명여대 기숙사 세면실. 공동으로 쓰는 곳이지만 그다지 청결해 보이진 않는다

숙명여대 기숙사 세면실. 공동으로 쓰는 곳이지만 그다지 청결해 보이진 않는다 ⓒ 최대연

나는 매일 토끼밥을 먹고 있다

한편 성균관대는 PC실의 인터넷이 잘 연결되지 않아 학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전체학생 1600여명 중 기숙사 정원이 1886명으로 많은 편인데 기숙사내 PC실에서 인터넷을 접속하는 것은 녹록치 않다.

기숙사 행정부서의 백승덕 과장은 “인터넷 회선 관리는 학교측에서 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며 기숙사생들이 게임은 자제할 것을 호소했다. 현재도 기숙사 홈페이지 게시판은 학생들의 인터넷의 거북이 속도에 대한 비난·요구글이 쇄도하고 있다.

기숙사 내 식당밥의 질에 대해선 여타 학교가 비슷한 불만을 갖고 있다. 물론 개개인의 입맛을 다 맞출 수는 없지만 청결 상태나 반찬의 종류는 적어도 5대 영양소는 꼭 갖춰야 하지 않느냐는 반응이다.

강남대의 한 기숙사생은 “매일 토끼밥을 먹고 있다”며 식당측에 여러 번 건의를 해도 별반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식당은 규칙적인 생활이나 쓸데없는 시간·인력 낭비를 막기 위해 식사시간을 보통 아침 7-8시 반, 점심 12-2시 등으로 정해 두었고 이를 어기면 밥을 먹지 못한다.

실제로 늦잠을 자거나 수업이 겹치면 밥을 먹지 못하는데 그러면 기숙사비에 포함되어 있는 식사비를 낭비하는 결과이다. 쿠폰(식권)제를 시행해도 별로 다르지 않다.

대진대 기숙사는 핸드폰이 잘 터지지 않는다고 한다. 기숙사에 기지국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라고. 현재 기지국 유치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현대 젊은이의 필수품인 핸드폰의 이용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은 큰 문제라고 학생들은 말한다.

기숙사비는 자취나 하숙을 할 경우보다 훨씬 저렴하다. 한 학기당 건국대 64-72만원, 고려대 90만원, 성균관대 70만원, 성신여대 70만원, 숙명여대 75만원 정도로 대충 60-90만원 사이며 고려대처럼 학교가 아닌 사기업이 운영할 경우 기숙사비가 약간 더 비싸다. 그러나 기숙사가 그 비용만큼 학생들을 만족시키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a 건국대 기숙사 세탁실. 기숙사내 세탁실, 헬스실, 휴게실, 무인 매점 등이 마련되어 있으며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관리·운영한다

건국대 기숙사 세탁실. 기숙사내 세탁실, 헬스실, 휴게실, 무인 매점 등이 마련되어 있으며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관리·운영한다 ⓒ 최대연

기숙사, 자치운영으로 나아가야

건국대의 경우 기숙사는 4명의 ‘자치위원회’에 의해 운영된다. 예산이나 벌점, 관생선발 등 모든 행정업무를 학생 스스로 담당하고 있다. 건국대 기숙사는 신관과 성관으로 나뉘어 있는데 성관은 축산대생만의 기숙사로 기숙사비가 신관에 비해 저렴하다. 성관의 특징적인 것은 남녀가 한 건물에서 생활한다는 점. 이성호 자치위원장은 별 문제될 만한 상황은 없었으며 오히려 자율적으로 규제해 편하다고 한다.

최근 자치위원회가 돈을 횡령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나돌았지만 최미혜 자치위원장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기숙사는 아무래도 단체생활이다 보니 서로 배려가 필요하고 사생활이 침해될 소지가 다분하다. 도난사고도 많은 편이라, 성균관대의 경우 복도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의 찬반 여부를 설문조사했고 절반 이상이 찬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숙사의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기숙사에 들어가야만 하는 학생들이 많다. 자치적인 기숙사 운영, 통제가 아닌 질서로의 탈바꿈, 식사의 영양 확보, 생활의 낙후된 부분 개선이 요구된다.

덧붙이는 글 | 대학생신문 1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대학생신문 1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3. 3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영상] 가을에 갑자기 피어난 벚꽃... 대체 무슨 일? [영상] 가을에 갑자기 피어난 벚꽃... 대체 무슨 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