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은 공익 탈쓴 사익추구집단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 48>

등록 2002.12.04 14:12수정 2002.12.0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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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는 의식을 규정한다. 맑스주의에서 빌려와 자주 인용되는 이 말은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조직에도 적용된다. 가령 조·중·동의 존재는 조·중·동의 의식을 규정한다.

조·중·동의 겉모습은 신문이다. 신문은 본디 권력과 자본을 견제하고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여 사회에 공익을 추구한다는 소명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조·중·동은 사회구성원들에게 공익을 추구하는 신문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대부분의 사회구성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바로 이것이다. 신문이라는 겉모습이 사회구성원들에게 조·중·동의 진짜 모습이 언론권력이며, 자본이라는 점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권력과 자본을 견제해야 하는 그들이 바로 권력이며 자본이다. 그들이 언론권력과 자본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존재가 의식을 규정하는' 그만큼 당연하다. 공익(신문)의 탈을 쓰고 사익(권력과 자본력의 극대화)을 추구하는 게 '조·중·동 자전거일보'의 진면목인 것이다.

박 정권 이래 역대 독재정권의 채찍과 당근정책에 따라 정권의 하위수단이 된다는 조건 아래 허용된 조·중·동의 권력화와 자본화는 전두환-노태우 정권과 김영삼 정권에 이르기까지 계속되었다.

권력을 지향하는 그들은 힘의 논리를 철저히 따랐고 또 따른다. 군사독재와 문민독재 동안 일관되었던 곡필의 대가로 주어진 당근은 아주 달콤했다.

온갖 특혜를 받으면서 거대 자본화의 길이 착착 진행되었다. 그뿐이 아니다. 사회 민주화의 진전으로 정치권력이 약해지면서 조·중·동의 언론권력은 상대적으로 강해졌다.


오늘날 언론개혁이 어려운 까닭 중에는 힘의 논리와 물신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양화를 구축하는 악화'의 힘이 아주 막강해져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조·중·동은 오늘도 자기들의 언론권력과 자본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들은 그 무기를 갖고 있다. 수많은 사회구성원들이 공익을 추구하리라고 인식하고 있는 신문-그들의 겉모습-이 바로 그 수단이다. 그러니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자신을 무기로 자신을 살찌울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하여 조·중·동은 일상적으로 자본력과 언론권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회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한다. 조·중·동이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에 열성인 이유도 이회창 후보와 한나라당이 특별히 예뻐서가 아니라 이회창 집권이 그들이 권력과 자본을 극대화하는 데 이롭기 때문이다.


또 그들이 "부시대통령도 사과했으니"(동아), "부시 대통령 사과 잘 했다"라며 이구동성으로 부시의 간접사과를 치켜세우거나 "반미를 넘어 해법을 찾자(조선)"면서 우리 국민보다 부시를 대변하는 것도 부시가 특별히 예뻐서가 아니라 그들의 사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사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여중생을 장갑차로 압사시킨 미군에 대한 무죄평결은 조·중·동의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에 이롭지 않은 사회환경을 조성한 게 틀림없다. 그래서 조·중·동의 안간힘은 안쓰럽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조·중·동의 바람과는 달리 국민의 분노 여론은 식지 않고 있다.

급기야 한나라당이 조·중·동의 지침을 따르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다. <조선일보>는 위 사설 "반미를 넘어 해법을 찾자"에서 "한미간 소파(주둔군 지위 협정) 개정 요구만 해도 국제 관례 등에 비춰볼 때 미국이 문제가 된 '공무 중 발생한 범죄'에 대한 관할권은 양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는데 한나라당은 12월3일부터 여중생 사망사건에 관련된 주한미군병사들이 한국법정에서 다시 재판을 받도록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이회창 후보도 서명운동 발대식에 참석하여 서명을 받기로 했고, 이부영 소파개정 특위위원장은 "미군 법정에서 무죄 평결을 받은 두 미군도 한국법정에서 재판이 다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열을 올렸다.

한국 신문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조·중·동의 주장을 한나라당조차 받아들일 수 없게 된 것인데, 그렇다면 그 70%는 국민 몇 %를 대변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그들의 수구적 성격이 그들의 사익 추구를 오히려 배반하는 한계점에 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앞으로 그들이 수구적 성격을 수정할지는 이번 대선 결과가 큰 변수로 작용할 터인데, 그렇지만 어떤 상황이 온다고 해도 그들이 사익 추구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려고 애쓰리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사익 추구 작업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진행되고 있다. 고문 교사 혐의자인 정형근에 대해서는 "고문 교사혐의자 국회의원, 인권국가의 수치"와 같은 사설 한 자락 쓰지 않았던 그들이 검찰의 피의자 고문치사에 대해서는 열 올리는 이율배반도 그 때문이며, 국가보안법 개폐에는 극렬하게 반대했던 그들이 국가정보원의 도청 의혹에 대해서는 신문지를 도배하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출처가 밝혀지지 않았고 진위 여부가 불분명한 의혹인데 그들에겐 이미 의혹이 아니다. "도청 내용도 범법 의혹 짙다"(동아), "정부, '국정원 도청' 전모 밝혀라"(동아), "도청, 김대통령이 직접 나서야"(동아), "도청, 우리가 이런 세상에 살았나"(조선), "DJ정권 운명을 걸고 도청 수사를"(조선), "이래도 '불법 도청 없다' 인가"(조선) 등의 사설 제목만으로도 그들은 이미 도청 의혹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a 홍세화씨

홍세화씨 ⓒ 희망네트워크

출처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폭로에 대해서는 기정사실화하고 대서특필하지만, 이회창 후보가 세경진흥으로부터 22억을 받았다는 폭로는 물증과 출처가 있음에도 당연히 축소 보도한다.

이 점에서 조선은 항상 그렇듯이 단연 '일등신문'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4면에 2단 기사로 작게 취급했는데 그나마 한나라당의 "선거분위기 반전시키려는 모략"을 똑같이 부각시킨다.

내일도 또 그 내일도 조·중·동의 이런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2002년 대선을 앞둔 시기, 신문의 편파·불공정·왜곡보도에 대한 감시운동을 위해 각계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민주화운동의 대표세대인 3,40대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희망네트워크'(www.hopenet.or.kr)의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는 매주 화, 목, 토 격일간격의 모니터링 칼럼을 이어가고 있다.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에는 홍세화씨를 비롯해 권오성 목사, 김창수 민족회의 정책실장, 중앙일보 문화부장을 지낸 방인철씨,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 한서대 이용성교수, 소설가 정도상씨,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근식 교수, 대학생 오승훈씨, 김택수 변호사, 문학평론가 김명인씨 등 각계 전문가가 함께 하고 있다.

독자로서 필진에 참여하고자하는 분들은 희망네트워크 홈페이지(www.hopenet.or.kr)「독자참여」란이나 dreamje@freechal.com을 이용.- 편집자주

덧붙이는 글 2002년 대선을 앞둔 시기, 신문의 편파·불공정·왜곡보도에 대한 감시운동을 위해 각계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민주화운동의 대표세대인 3,40대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희망네트워크'(www.hopenet.or.kr)의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는 매주 화, 목, 토 격일간격의 모니터링 칼럼을 이어가고 있다.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에는 홍세화씨를 비롯해 권오성 목사, 김창수 민족회의 정책실장, 중앙일보 문화부장을 지낸 방인철씨,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 한서대 이용성교수, 소설가 정도상씨,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근식 교수, 대학생 오승훈씨, 김택수 변호사, 문학평론가 김명인씨 등 각계 전문가가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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