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질주하는 뷰티이데올로기,루키즘

등록 2002.12.11 11:53수정 2002.12.1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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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계동에 사는 주부 정모(36)씨는 불어난 몸 때문에 일주일에 세 번은 같은 동네에 사는 두세 명의 주부와 함께 수영장에서 수영강습을 받는다. 그의 주변엔 살을 빼기 위해 헬스나 에어로빅을 찾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이모(27)씨는 바쁜 회사업무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한번은 피부과에서 피부맛사지와 같은 스킨케어를 받는다.뿐만 아니라 한달에 두어번씩 미용실에서의 머리손질도 빠지지 않는다.

"능력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주는 외모가꾸기는 필수"라는 그에게 있어 돈을 쓸 때 우선순위에 드는 것은 바로 외모관리비용이다.


요즘은 이모씨와 같은 바쁜 직장인을 위해 점심시간을 이용한 헬스나, 치아미백, 런치필이라 이름 붙은 간단한 성형 수술 또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란 얘기가 있다. 같은 조건이라면 외모가 뛰어난 것이 더 낫다는 의미겠지만 지금의 우리사회에선 조건이나 자격보단 뛰어난 외모를 더 선호하고 우선시하는 추세가 아닌가싶다.

10대 청소년들이나 직장인 주부에 이르기까지 살을 빼고자 하는 다이어트 열풍은 둘째치고라도 국제 통화료를 아껴 쌍꺼풀 수술을 한다는 광고가 우리생활에 버젓이 등장할 정도로 얼굴 어디를 고치고 손댔다라는 성형수술도 이젠 더 이상의 얘기거리가 아닌 시대가 왔다.

어느새 외모도 실력의 일부라고 받아들여지는 우리사회의 외모우선주의는 연령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우리의 생활과 소비행태에도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실제 종합광고사 제일기획이 여성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파란통신 라이브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 여성들이 외모는 필수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상대방의 피부나 몸매를 통해 생활수준도 짐작할 수 있다고 까지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여성들의 외모추구형태,소비와와 제품선택의 가치기준또한 과거와는 다른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전반적인 여성 소비형태는 과거와는 달리 갈수록 외향적,자기만족적으로 바뀌어가고 있으며


a 루키즘의 상징적 그림

루키즘의 상징적 그림 ⓒ 우성남

실제적 제품구매역시 실용성과 같은 사용가치의 우선보단 브랜드를 중시하는 상징적 이미지에 중점을 두는것으로 분석되었다. 연령별로 보자면 초·중·고생으로 대표되는 1318세대는 타인의 관심과 튀고싶다는 욕구를 반영하듯 나이키운동화, 키플링 가방, 악세서리, 소품등에 집착한다.

대학생으로 대표되는 1924세대는 색조와 기능성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고 선글라스,시계,액세서리 브랜드 의류등에 관심이 높다.

경제적 자립도가 높고 결혼을 전후한 2534세대는 외모에 대한 관심이 가장 고조되는 시기로 기능성 화장품은 물론 피부관리, 바디케어 같은 전신 미용이나 성형수술, 다이어트에도 적극적이다.

외모를 부의 상징이나 사회적 지위라고 생각하는 35-43세대는 피부나 몸매관리에 적극적이며 바디 슬리밍이나 기능성 속옷, 고기능성 고가 화장품 등에 대한 소비도 많다. 뿐만 아니라 명품브랜드나 보석 등에도 애착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의 외모에 투자되는 비용을 조사한 또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패션시장과 명품 브랜드 시장을 제외하고 미용성형 5천억원, 다이어트 1조원, 화장품 5조5천억원 등 무려 7조원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나와 있다. 이렇듯 여성들의 외모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집착은 예전부터 우리나라 전반에 만연되어온 지위지향적 사고, 지역의 협소성, 외모로 평가되는 사회풍조, 텔레비전이나 신문 잡지 인터넷과 같은 매스미디어의 확대와 영향력에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굳이 루키즘(외모지상주의)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사회를 지배해 온 뷰티 이데올로기가 외국의 언론에까지 그 위세를 떨칠정도로 위험수위에 올라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외국 브랜드의 상품들이 한국에서 속속 판매성공을 거두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 이래 인류의 끊이지 않는 최대의 욕망과 욕구의 하나가 바로 미와 젊음, 행복의 추구라고 한다. 오늘날 우리는 자의든 타의에 의해서든 다른 사람들 속에 섞여 다른 사람과 함께 만들어진 기준과 가치관속에서 살아가며 잣대 매겨지고 있다.

이렇듯 무시할 수 없는 다의적 타자지향의 현대인들에게 있어 주체성의 확립이나, 내면적 아름다움과 같은 외모집착풍토에 반하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과연 얼마나 설득력을 갖고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이다.

우리사회에서 미를 바라보는 다양한 기준들과 이러한 기준들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상위의 새로운 가치관의 확립이 정착되지 않는 한 현재의 뷰티이데올로기는 우리에게 던져진 또 하나의 과제로 남겨 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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