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아팠니? 이젠 편히 쉬렴..."

강릉 청소년들의 여중생 추모 촛불시위

등록 2002.12.11 12:29수정 2002.12.1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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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인 7일 새벽부터 종일 내린 비로 인해 강릉의 체감온도가 영하로 내려갔다. 이런 악천후 속에서 '미선이, 효순이 살인만행 규탄 촛불추모제'는 청소년들의 적극적 참여와 주도로 진행됐다.

김소윤(16, 강릉여중)양은 "효순, 미선 사건으로 인해 미국이 우리들에게 행하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며 "미국이 강대국이지만 이젠 우리도 미국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a 곰인형을 안고 있는 모습이 '효순이, 미선이' 또래 친구임을 연상케 한다.

곰인형을 안고 있는 모습이 '효순이, 미선이' 또래 친구임을 연상케 한다. ⓒ 김경목

김양은 또 "이런 일로 인해 앞으로 청소년들은 깨어난 사고를 지닐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사실을 모르는 친구들이 여전히 많고, 일부의 선생님들만이 개별적으로 수업 시간에 잠깐식 얘기하곤 한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박연옥(19, 강릉 주문진고)양 역시도 "학교선 불과 10% 정도만이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일부 선생님들만이 우리들에게 얘기하고 있다"며 만족스럽지 못한 학교 현실을 아쉬워했다.

그러나 박양은 "백악관을 테러하고 싶을 만큼 화가 나고, 황당하기만 한 이 사건을 결코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불평등한 소파협정이 개정되는 날까지 계속 싸우겠다"며 고등학생다워 보이지 않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a '촛불추모제'에 참여한 여중생들이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촛불추모제'에 참여한 여중생들이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 김경목

뿐만 아니라, 우연히 지나다가 동참한 조선미(16, 강릉 주문진중), 지소영(16, 강릉 주문진중)양, 인터넷에서 이 사실을 알게돼 참여한 김준영(17, 강릉 경포고), 이성구(18, 강릉 농공고)군 모두는 이구동성으로 "미국이 밉다. 화가 치민다" 등 반미감정을 드러냈다. 또 "온라인 활동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알려내고, 계속적으로 참여를 할 것이다"며 자신들의 주장을 N세대답게 표현했다.

한편, 박영선(18, 강릉 주문진고)양은 "부시가 사과할 것 같고, 문제도 잘 해결될 것 같다"며 청소년다운 긍정적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와 같은 성숙한 청소년들의 모습에 유은영 위원장(여, 23, 강릉대 사회당 학생위원회)은 "청소년들이 주최가 돼 더군다나 척박한 지역적 환경 조건 속에서 추모제가 치뤄졌다는 사실에 그저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또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의 본질을 파헤치고, 은폐됐던 미군의 만행에 분노할 줄 아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또 "범국민적인 힘을 얻어 조그마한 것이라도 얻을 수 있고, 한 순간에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여 주장했다.


a 한 여학생이 살인미군을 규탄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한 여학생이 살인미군을 규탄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 김경목



덧붙이는 글 | 어느 여고생이 '촛불추모제'와 관련해 시민들께 호소하기 위해 섰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조국에게

"우리에겐 요즘 우리 정부가 어디 있는지 보이질 않습니다. 마치 이 나라를 떠나 어디 다른 나라에 망명정부라도 세운 것이 아닌가 할 정도입니다. 최근 주한미군의 오만에 가득 찬 행태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데 정작 나서야 할 정부는 '할 말' 은 못하고 오히려 '못할 말'로 빈축만 사고 있는 것입니다.

의정부의 두 여중생을 장갑차로 압사시킨 주한미군 두 병사가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자국민 보호엔 끔찍한 미국이 앞뒤 안 가리고 무리수를 둔 것이나, 그 밑바닥에는 우리나라에 대한 멸시가 깔려 있습니다.

주한미군이 우리를 얼마나 우습게 보면 저희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같이 얼렁뜽땅 재판 열어 평결하고 무죄 선고하고 거기에다가 출국까지 시킨단 말입니까?

주한미군의 장갑차는 우리 여중생만 깔아뭉갠 것이 아닙니다. 한 주권국가로서의 우리나라의 위신과 우리의 국민적 자존심까지도 깔아뭉개 버렸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창피한 줄도 모릅니다.

나는 주한미군의 그런 기만적 재판에 분노하지만 그보다 더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우리 정부 관료들의 속국 노비임을 자처하는 행태 입니다. 도대체 해야할 말이 무엇이고 하지 말아야 말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해야 할 말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당연히 재판의 불공정성에 대한 지적이며 재판 결과에 대한 강한 불만 표시입니다. 그것이 대다수 국민의 목소리이기도 합니다.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등에 업고 있는 이러한 사안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토록 어렵단 말입니까?

하지 말아야 할 말은 무엇입니까?
눈치보며 굽신거리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일체의 말입니다.
예를 들면, 정부 당국자의 논평에서 나왔던 "주한미군의 사법체계를 존중한다" 따위의 말입니다. 그런 말을 하려면 아예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합니다. 도대체 최소한의 자존심도 없는 것입니까?

왜 '반미'가 일어나고 있으며 그 원인제공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성찰은 없이 오로지 '반미'는 안 된다는 식입니다. 우리 국민이 아무 일이 없는데 할 일 없이 '반미'하고 있겠습니까?

지금의 우리 국민의 '반미'는 당연한 권리 행사입니다, 짓뭉개진 자존심의 일부나마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몸짓입니다. 미국과 주한미군이 우리나라와 우리를 존중하고 상식에 맞는 행동거지를 보인다면 어느 누구도 '반미'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주한미군이 왜 저토록 오만해져 있는 줄 아십니까? 거기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그들의 잘못에 따끔하게 지적을 하고 재발방지를 요구해왔다면 그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계속해서 같은 잘못을 저질러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입니다. 우리의 이웃 일본은 그저 인신이 구속되는 정도의 하찮은 일에 정부가 나서서 성명을 발표해 구해내는 마당에, 미국이란 나라는 자국의 병사가 남의 나라에서 사람을 죽여도 무죄로 만들어 빼내는 마당에, 제 땅에서 사람이 처참하게 죽어나가도 미국의 비위를 거스르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으니 이런 나라를 과연 '주권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까. 지구상에 자국민 보호를 이렇게 하는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 또 있단 말입니까?

나라와 국민의 짓뭉개진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항의에 나서는 시민 학생에게 말씀 드립니다. 끝까지 싸워 이겨내야 합니다. 억울하게 죽은 미선이, 효순이를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어느 여고생이 '촛불추모제'와 관련해 시민들께 호소하기 위해 섰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조국에게

"우리에겐 요즘 우리 정부가 어디 있는지 보이질 않습니다. 마치 이 나라를 떠나 어디 다른 나라에 망명정부라도 세운 것이 아닌가 할 정도입니다. 최근 주한미군의 오만에 가득 찬 행태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데 정작 나서야 할 정부는 '할 말' 은 못하고 오히려 '못할 말'로 빈축만 사고 있는 것입니다.

의정부의 두 여중생을 장갑차로 압사시킨 주한미군 두 병사가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자국민 보호엔 끔찍한 미국이 앞뒤 안 가리고 무리수를 둔 것이나, 그 밑바닥에는 우리나라에 대한 멸시가 깔려 있습니다.

주한미군이 우리를 얼마나 우습게 보면 저희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같이 얼렁뜽땅 재판 열어 평결하고 무죄 선고하고 거기에다가 출국까지 시킨단 말입니까?

주한미군의 장갑차는 우리 여중생만 깔아뭉갠 것이 아닙니다. 한 주권국가로서의 우리나라의 위신과 우리의 국민적 자존심까지도 깔아뭉개 버렸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창피한 줄도 모릅니다.

나는 주한미군의 그런 기만적 재판에 분노하지만 그보다 더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우리 정부 관료들의 속국 노비임을 자처하는 행태 입니다. 도대체 해야할 말이 무엇이고 하지 말아야 말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해야 할 말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당연히 재판의 불공정성에 대한 지적이며 재판 결과에 대한 강한 불만 표시입니다. 그것이 대다수 국민의 목소리이기도 합니다.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등에 업고 있는 이러한 사안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토록 어렵단 말입니까?

하지 말아야 할 말은 무엇입니까?
눈치보며 굽신거리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일체의 말입니다.
예를 들면, 정부 당국자의 논평에서 나왔던 "주한미군의 사법체계를 존중한다" 따위의 말입니다. 그런 말을 하려면 아예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합니다. 도대체 최소한의 자존심도 없는 것입니까?

왜 '반미'가 일어나고 있으며 그 원인제공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성찰은 없이 오로지 '반미'는 안 된다는 식입니다. 우리 국민이 아무 일이 없는데 할 일 없이 '반미'하고 있겠습니까?

지금의 우리 국민의 '반미'는 당연한 권리 행사입니다, 짓뭉개진 자존심의 일부나마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몸짓입니다. 미국과 주한미군이 우리나라와 우리를 존중하고 상식에 맞는 행동거지를 보인다면 어느 누구도 '반미'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주한미군이 왜 저토록 오만해져 있는 줄 아십니까? 거기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그들의 잘못에 따끔하게 지적을 하고 재발방지를 요구해왔다면 그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계속해서 같은 잘못을 저질러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입니다. 우리의 이웃 일본은 그저 인신이 구속되는 정도의 하찮은 일에 정부가 나서서 성명을 발표해 구해내는 마당에, 미국이란 나라는 자국의 병사가 남의 나라에서 사람을 죽여도 무죄로 만들어 빼내는 마당에, 제 땅에서 사람이 처참하게 죽어나가도 미국의 비위를 거스르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으니 이런 나라를 과연 '주권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까. 지구상에 자국민 보호를 이렇게 하는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 또 있단 말입니까?

나라와 국민의 짓뭉개진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항의에 나서는 시민 학생에게 말씀 드립니다. 끝까지 싸워 이겨내야 합니다. 억울하게 죽은 미선이, 효순이를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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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강원정치 대표기자, 2024년 3월 창간한 강원 최초·유일의 정치전문웹진 www.gangwoninnews.com ▲18년간(2006~2023) 뉴시스 취재·사진기자 ▲2004년 오마이뉴스 총선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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