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죽음과 미선, 효순이의 죽음이 하나로 다가와"

[광화문에서 만난 사람들-3] 姑 박종철 군 아버지 박정기 씨

등록 2002.12.11 17:42수정 2002.12.11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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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김오주

조계종 단식 기도회 첫날, 광화문 열린 마당에서 스님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 중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고(姑) 박종철군의 아버지 박정기씨가 민주화실천유가족협의회를 대표해 조계종 스님들을 지지방문한 것이다.

지난 1월에는 서울대에서 姑 박종철군에게 명예 학위를 수여하는 일이 있었다. 또 박종철 열사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민주화 관련 의문사로 인정되면서 박정기씨는 늦게나마 억울하게 죽은 아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달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이후로도 박정기씨는 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을 대신해 싸우는 곳을 지지방문 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해방 이후 학생과 노동자들이 억울하게 많이 죽었어요. 그게 모두 우리 민족이 강대국의 손에 놀아나는 세상을 바꾸려고 했던 것이고, 민주화를 이루려고 했던 것입니다. 효순, 미선이의 죽음에 우리가 분노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15년을 넘는 세월의 싸움을 통해서 박정기씨에게는 아들의 죽음과 미선,효순이의 죽음도 둘이 아닌 하나가 돼 있었다. 독실한 불교 신자이기도 한 박정기씨는 그 동안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단식 기도회와 불교 조계종 스님들의 단식 기도회를 빠짐없이 함께 하고 있었다.

"오늘은 낮 3시부터 이곳에 와서 단식 농성 입제식을 함께 했어요. 민주화실천유가족협의회는 앞으로 매일 스님들의 단식 기도회를 지지방문할 생각이랍니다."

미국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자 박정기씨의 목소리는 마치 효순,미선의 아버님인 것처럼 힘이 들어갔다. "남의 나라에 와서 분단을 만들어놓고, 효순,미선이를 장갑차로 밀어 형체도 없게 죽여놓고 대리사과로 무마하려는 미국의 태도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박정기씨는 마지막으로 "87년부터 2002년까지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억울한 죽음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야 합니다" 라고 덧붙였다.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은 다름 아닌 박정기씨의 삶을 통해서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대학생신문(www.e-unipress.com)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대학생신문(www.e-unipress.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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