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실현을 외치는 사람들

[동행취재] 김영규 사회당 후보 전국 유세단과 1박2일

등록 2002.12.15 16:10수정 2002.12.1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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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시민들과 악수를 하며 사회당 지지를 호소하는 기호5번 김영규 후보

시민들과 악수를 하며 사회당 지지를 호소하는 기호5번 김영규 후보 ⓒ 최대연

2002 대선에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을 알려나가기 위해 학업과 생업을 중단하고 전국을 순회하며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들이 있다. 가진 돈과 체력을 모두 쏟아가며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진보정당의 전국 순회 유세단이 그들이다.

12일(목) 오후 4시, 지하철 시청역 근처 삼성플라자에서 삼성 재벌 규탄 집회를 마친 사회당 유세단은 곧 버스를 타고 거제도로 향했다. 장장 7시간이 걸리는 장시간의 여행이었다. 하루종일 유세를 펼친 유세단에게는 버스 여행도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이동 중에 버스 안에서는 ‘Matewan’이라는 영화가 상영됐다. Matewan이라는 탄광촌에서 벌어지는 광부들의 파업과 단결을 다룬 한 영화다. 보름 가까이 진행된 전국 순회 때문에 피곤할 법도 한데 버스 안에는 자는 사람 하나 없다. 영화가 끝나자 이번에는 여럿이 둘러앉아 즐겁게 웃으며 게임을 시작했고 노래도 부른다. 그 중에는 세상모르게 자는 이들도 있다.

밤 11시가 넘어서야 도착한 거제도. 여관에 닿자마자 유세단은 각자의 방으로 뛰어들어가 TV를 켠다. 12일 밤은 사회당 김영규 후보가 TV 합동 토론회에 나오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방마다 “역시 우리 후보!”하는 소리와 박수가 함께 터져 나온다.

토론회는 새벽 1시가 다 돼서 끝이 났다. 유세단원들은 그제서야 피곤함을 기억한 듯 잠자리에 들었다. 동행 취재의 첫날은 이렇게 지나갔다. “꽉 짜인 일정 때문에 자유롭게 계획을 세워나가는 게 쉽지 않아요. 우리 조에서 나름대로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계획을 세웠으면 해요.” 사회당 전국 유세단에 결합한 강남대 김보화 씨의 말이다. 피곤함보다는 욕심이 많은 모습에 '지금은 선거운동 중'이라는 게 더욱 실감난다.

다음날 새벽 5시, 유세단의 기상시간이다. 7시에 거제도 대우조선소 공장 앞에서 출근 유세를 하기 위해 유세단원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이른 새벽에 대우조선소 앞에 다다른 유세단원이 분주하게 자리를 잡고 선전전을 준비한다.

자전거를 탄 출근 노동자 행렬이 바쁜 출근길에도 잠시 멈추어 서서 유세 발언에 귀기울이기도 한다. 그러나 애써 외면하며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 추운 새벽, 제대로 잠도 이루지도 못한 유세단의 선전전은 고달파 보인다.


a 진주 중앙시장에서 유세를 펼치는 사회당 유세단

진주 중앙시장에서 유세를 펼치는 사회당 유세단 ⓒ 최대연

11시, 진주 중앙시장. 유세단이 대우조선 앞에서 바쁜 아침식사를 마치고 두 번째로 도착한 곳이다. 유세단은 이 곳에서 전날 TV 토론회를 마치고 밤새 진주로 내려온 사회당 김영규 후보를 만났다. 시장 입구에서는 김영규 후보의 연설이 이어지고, 유세단원들은 조별로 나뉘어 시장 곳곳을 헤치고 다닌다.

“기호 5번 사회당 김영규입니다. 서민들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장사를 하던 진주 시민들과 시장을 보러 나왔던 시민들이 눈길을 멈추고 바라본다. 유세단의 “보수정당 후보들, 그놈이 그놈이다”는 말에 “맞다, 맞다!”하며 박장대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찬장사를 하는 안옥수 씨처럼 “사회당 후보는 TV에서도 몇 번 봤다. 서민 위한 정치를 잘 할 것 같다. 이번에 진보정당이 표를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고 우호적인 입장을 나타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아직도 진주는 이회창이 대세다. 사회당 유세단에게 들으란 듯이 “대통령은 아무나 하나”라고 읊조리거나 “이회창”을 외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에도 그 동안 전국을 순회하면서 이런 분위기도 많이 경험한 듯 사회당 유세단은 꿋꿋하다.

유세단의 바쁜 일정은 창원에서도 계속됐다. 창원대에 도착해 늦은 점심 식사를 마친 유세단은 오후 3시, 창원 시내로 향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정우 3가에 도착한 유세단이 자리를 잡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사회당 지지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거제·진주와 달리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창원에서 유세단원들은 웃음을 머금었다. "지켜보는 사람이 많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인상이 변하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한 유세단원 말이다. 창원에서는 KBS, MBC 등 방송국과 기타 언론사의 취재도 있었다.

지나가는 시민들도 사회당의 유세에 적잖은 관심을 보였다. 추운 날씨에도 발길을 멈추고 가만히 후보의 연설을 경청하는 시민과 연설이 끝난 후 박수를 치는 시민도, 사회당의 ‘돈세상을 뒤엎어라’는 모토에 호기심을 느끼며 유세단에 말을 거는 사람도 있었다.

창원에서의 일정을 마친 유세단은 다음 일정이 있는 진해와 마산으로 향했다. 취재는 여기서 끝났다. 그러나 유세단에게는 그날 밤이 될 때까지 가야할 곳이 아직 많다.

사회당 대선 유세단은 하루에 4,5개 이상의 도시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난다. 하지만 이런 이들의 활동으로도 진보정당의 생각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에 걸림돌이 많다. 그래서 유세단은 그렇게 바쁘게 살면서도 부족함을 느낀다. 언론의 외면을 비롯한 여러가지 선거법의 제한 때문에 불리한 면이 많은 진보정당에게 유세단은 희망이다.

덧붙이는 글 | 대학생신문(www.e-unipress.com)에 실린 기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대학생신문(www.e-unipress.com)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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