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경과 나고야의 노숙자들

경제 대국의 노숙자 2

등록 2002.12.16 09:38수정 2003.01.06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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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전거로 빈캔을 재활용해서 살아가고 있다.   2001 19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전거로 빈캔을 재활용해서 살아가고 있다. 2001 19김창배
“사진 찍었으니 200엥 주세요”

길거리에 이불을 깔고 동료와 같이 앉아 있는 노숙자의 모습을 멀리서 보고 사진에 담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우리 돈으로 약 2000원의 돈을 요구했다. 일본의 노숙자들이 누군가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 모습을 처음 볼 수 있었다. 이곳은 동경의 노동센터가 있는 다이토우구(台東區)의 산야(山谷)라는 곳이다.

산야의 곳곳엔 실업자들의 목소리가 벽에 그려져 있다, 실업자 문제 해결을 위해 격렬하게 항의하면서 그을린 벽과 그들의 주장이 적힌 플랜카드며 낙서가 여기저기 쉽게 눈에 띄었다.

오사카의 노동센터가 시내 중심가(西成區:니시나리구)에 있는 것과 달리 동경의 산야(台東區:다이토우구)는 외곽에 떨어져 있어서인지 노숙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몇년 전과 비교해 보면 일본의 수도, 동경은 사람들이 많이 있는 중심가 쪽의 노숙자들은 현격하게 줄었다. 특히 신주꾸 역의 서쪽 통로의 빈 박스 촌은 완전히 사라졌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통로 안쪽에 한두 명씩 빈 박스를 깔고 자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긴 하지만 무리를 이루던 빈 박스 촌은 존재하지 않았다.

반면 신주꾸역(新宿)에서 10분 떨어진 신오꾸보(新大久保) 역 주변의 공원엔 예전보다 노숙자의 수가 부쩍 늘었다. 특히 와세다 대학 도야마 캠퍼스가 있는 도야마(戶山) 공원은 노숙자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 곳 중의 한 곳이다. 주변역과의 거리도 가깝고, 걸어서 10분 거리에 신주꾸의 유흥가가 있기 때문에 신주꾸 역 빈 박스촌의 철거 대상자들이 정부의 단속을 피해 이곳으로 이주해 왔다.

일본은 전국에서 노숙자들과 관련된 사건이 자주 일어난다. 청소년들에 의한 집단 구타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심한 경우 살인 사건으로까지 이어지곤 한다. 얼마 전에는 노숙자가 청소년을 거꾸로 가해한 사건이 있었다. 오사카의 히라노구(平野區)의 백로 공원이란 곳에서 손으로 만든 긴 창(직접 제작)에 청소년이 베였는데, 사건은 세 명의 청소년들이 공원에 있는 노숙자에게 나가라고 하면서 언쟁이 시작됐고. 노숙자는 자기 보호 차원에서 긴 창을 휘두르다 소년들을 벤 사건이었다.

이처럼 크고 작은 노숙자 관련 사건들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 반면 신주꾸의 도야마공원에선 참으로 보기 좋은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공원의 나무 밑에는 파란 천막을 쳐 놓고 노숙자들이 기거하고, 노숙자들은 산책하는 시민들을 위해 떨어진 낙엽을 치우며 산책로를 닦아 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파란 천막 앞의 공터에서는 해맑게 웃으며 그네 타는 3~5세의 어린 아이들과 공놀이 하는 가족 등 많은 사람들이 함께 웃고 즐기며 여유를 만끽하는 보기 좋은 모습이 펼쳐지기도 한다.

산야의 노동센터와 신주꾸역 근처 외에 우에노(上野) 공원과 스미타(墨田)강 주위등 곳곳에 노숙자들이 기거하고 있다. 특히 주변에 일본 최고 대학, 동경대가 있고, 관광객이 많이 찾는 우에노 시장 그리고 미술관, 동물원이 있는 우에노 공원은 북쪽으로 가는 열차의 출발지이며 벚꽃이 필 때면 어김없이 많은 일본인들이 찾는 곳이다. 우에노 공원에 가면 화장실의 수돗물을 사용하기 위해 가지런히 줄 서 있는 노숙자들의 풍경, 공원 곳곳의 나무에 가지런히 널려 있는 세탁물 풍경 등이 펼쳐져 있다. 특히 벤치에 누워 자는 노숙자 뒤로 연인들과 가족들이 보트를 타며 즐겁게 휴일을 만끽하는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걸 느끼게 해준다. 이처럼 사람의 왕래가 많은 이곳은 몇 번이나 철거했어도 노숙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중의 한 곳이기도 하다.

일본의 동경(東京), 오사카(大阪), 교토(京都), 나고야(名古屋) 등의 대도시의 노숙자들은 조금 씩 다른 거주 문화를 갖고 있다. 일본 최고의 상업 도시인 오사카의 경우는 파란 천막과 빈 박스, 그리고 나무로 조그맣게 집을 지어 거처로 삼는다. 꼭 필요한 잠자리 공간만 만들어 기거한다. 이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노숙자가 오사카 시내의 중심가에 몰려 있다 보니 공간이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 교토와 나고야의 노숙자들은 동경과 오사카의 노숙자들과 공간 면에서 대조적이다. 일본의 예전 수도였던 쿄토는 상업도시인 오사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 활동이 많지 않아 노숙자들의 수가 아주 적다. 주로 가모(鴨:오리)강가의 다리 밑의 넓은 장소를 주 거처로 이용하는데. 나고야의 노숙자들이 고속도로 밑의 넓은 공간에 짜임새 있게 짜놓은 나무 집을 거처로 삼는 것과 비슷하다. 특히 나고야의 노숙자들은 개개인의 빨래터며 마당, 애완견 등 어떠한 근거로 공간을 정해 놓은 게 아니지만, 그들만의 룰을 지키며 서로 이해하면 살고 있다. 상대적으로 동경과 오사카에 비해 노숙자의 수가 적다 보니 넓은 공간에서 생활이 가능하다.


노숙자들의 하루하루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살아가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비록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진 않지만 열심히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깡통이나 빈 박스를 수거하는 사람,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버려진 가전제품이나 생활용품을 주어다 수선한 후 되파는 사람, 전철이나 지하철을 돌아다니며 버려진 신문이나 잡지, 만화책을 수거해 되파는 사람, 밤늦은 시간에 편의점 앞에 놓여진 음식으로 사는 사람, 국가나 봉사단체에서 주는 급식으로 살아가는 사람 등이 있다.

일본의 곳곳엔 남을 생각할 줄 아는 편의점 책임자들의 마음 씀씀이가 있다. 유통기간이 끝나가는 음식을 따로 담아 밖에 내 놓으면 노숙자들이 그걸 찾아서 끼니를 때우곤 한다. 노숙자들도 그런 마음 씀씀이를 이해하고 그들이 펼쳐 봤던 편의점 쓰레기봉투는 나중에 꼭 원상태로 묶어 놓는다. 서로 누군가가 말하지 않은 그들만의 약속인 셈이다. 노숙자들 중에는 고마움의 표시로 편의점 앞의 도로를 깨끗이 치워주기도 하고 또 그러면 고맙다고 예를 하는 편의점측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오사카 시내의 국도 42번과 26번의 교차로(花園北:하나조노키타)에 있는 주유소에는 매일 밤 영업이 끝나고 나면 노숙자들이 모여든다. 사거리 코너에 있는 주유소인데 그곳을 지날때마다 노숙자들이 잠을 청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주인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 가슴이 뭉클해진다. 비록 좋은 시설의 호텔은 아니지만, 이슬이라도, 바람이라도 피해가면서 쉬라는 주인의 마음씨는 참으로 따뜻하다.

매서워져만 가는 추운 겨울에 거리에서 떨고 있는 노숙자들은 물론 중국의 이곳저곳을 떠돌며 허기와 추위, 중국 당국의 감시 등과 싸우는 북한의 이주민을 비롯하여 많은 어려움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뒤돌아 볼 수 있는 마음만이라도 가질 수 있는 연말연시가 됐으면 한다.

쿄토와 오사카를 왕래하는 전철역 앞  2002  20
쿄토와 오사카를 왕래하는 전철역 앞 2002 20김창배
다리 밑의 뒤에 보이는 호텔 못지 않게 소중한 보금자리  2001 쿄토  21
다리 밑의 뒤에 보이는 호텔 못지 않게 소중한 보금자리 2001 쿄토 21김창배
동경의 우에노 공원 2002  22
동경의 우에노 공원 2002 22김창배
2000원 달라고 하던 동경 산야의 노숙자  2001  1
2000원 달라고 하던 동경 산야의 노숙자 2001 1김창배
한 낮에 거리에 누워 자는 노숙자의 모습!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 이것도 평화의 한 종류일까?  동경의 산야   2
한 낮에 거리에 누워 자는 노숙자의 모습!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 이것도 평화의 한 종류일까? 동경의 산야 2김창배
동경 산야의 노동센터 앞 2001  3
동경 산야의 노동센터 앞 2001 3김창배
"사토상과 야마오까상이 죽은지 17년과 16년"  "金町일가 해체" "일일고용자 전국 궐기대회" 산야의 노동 센터 2001   4
"사토상과 야마오까상이 죽은지 17년과 16년" "金町일가 해체" "일일고용자 전국 궐기대회" 산야의 노동 센터 2001 4김창배
동경의 동쪽에 흐르는 스미다 강 2001  6
동경의 동쪽에 흐르는 스미다 강 2001 6김창배
동경의 동쪽에 흐르는 스미다 강가  2001  7
동경의 동쪽에 흐르는 스미다 강가 2001 7김창배
우에노 공원 서쪽 연못가 2001  9
우에노 공원 서쪽 연못가 2001 9김창배

우에노 공원 2001  11
우에노 공원 2001 11김창배
하루 하루 살기도 버거운데...........  우에노 공원 2001 12
하루 하루 살기도 버거운데........... 우에노 공원 2001 12김창배
요코하마의 버스터미널 2001  13
요코하마의 버스터미널 2001 13김창배
신주꾸역의 서쪽 통로 2001  14
신주꾸역의 서쪽 통로 2001 14김창배
나고야의 수도 고속도로 밑 2001  15
나고야의 수도 고속도로 밑 2001 15김창배
나고야의 수도 고속도로 밑 2001  16
나고야의 수도 고속도로 밑 2001 16김창배
나고야의 수도 고속도로 밑 2001  17
나고야의 수도 고속도로 밑 2001 17김창배
부지런한 노숙자가 볕에 이불을 말리고 있다. 나고야 2001  18
부지런한 노숙자가 볕에 이불을 말리고 있다. 나고야 2001 18김창배

덧붙이는 글 | 김창배 기자는 포토 저널리스트로 96년부터 노숙자들의 모습에 주위 깊게 관찰하고 계속 늘어가는 노숙자들을 2000년 겨울부터 일본의 대도시를 돌며 본격적으로 사진에 담고 있습니다. 현재는 뉴욕의 노숙자 모습을 촬영하고 있으며, 이외 북한의 꽃 제비와 한국의 5일장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http://kchangp.com.ne.kr/ 이곳에 노숙자들의 생활 모습이 더 담겨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김창배 기자는 포토 저널리스트로 96년부터 노숙자들의 모습에 주위 깊게 관찰하고 계속 늘어가는 노숙자들을 2000년 겨울부터 일본의 대도시를 돌며 본격적으로 사진에 담고 있습니다. 현재는 뉴욕의 노숙자 모습을 촬영하고 있으며, 이외 북한의 꽃 제비와 한국의 5일장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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