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날 노 후보의 기자회견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노 후보는 D-8일인 11일 '새 정치를 위한 기자회견'을 한데 이어, D-2일인 17일 '낡은 정치 청산과 새로운 정치시대 개막'이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대선에서 '낡은 정치와 새 정치'라는 키워드를 유지하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17일 기자회견은 11일 회견보다 좀더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다. 17일 기자회견의 핵심은 (1) DJ 정부의 부패와 실정에 책임이 있는 세력과 인사들의 새정부 국정 참여 배제 (2) 당선 직후 민주당 개혁에 착수하여 취임 전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 사항은 모두 '탈DJ'와 관련이 있다. 그동안 "인위적인 탈DJ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던 노 후보는 '탈DJ'라는 뜨거운 감자를 '낡은정치 청산'의 한 과정에 편입해 거스를 수 없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만드는데 일정정도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대위의 한 핵심 관계자는 "호남지역 유권자들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전국적인 민심을 얻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11일 기자회견이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 인사위원회 신설,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신설 등 주로 제도개혁에 중점을 뒀다면 17일 기자회견은 '인적 물갈이'에 비중을 두고 있다. 노 후보는 "낡은 권위주의 정치의 행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인사에 부당 개입하는 등 국정 운영과 쇄신에 장애를 가져왔던 인사, 부패와 관련 있는 인사, 실정에 책임이 있는 인사 등은 법적으로 혹은 정치적으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을 분명히 했다. 또한 "당의 문화를 전면 개방"해 "젊고 유능하며 도덕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새로운 인재들을 적극 영입해서 당의 면모를 일신하겠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이 모든 '새정치를 위한 노무현의 비젼'은 "특정지역에 편중되지 않는 전국통합정당 건설"로 수렴되고 있다.
한나라당 "패색이 짙어지니 이회창의 정치개혁안까지 베끼는 후안무치"
한나라당은 노 후보의 정치개혁 기자회견에 대해 "뒤집어진 선거판세에 당황해 기자회견을 급조했지만 알맹이는 전혀 없는 말장난"이라고 폄하했다.
남경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지금이라도 뒤늦게나마 이 정권의 잘못과 부정부패를 인정한 것은 다행이지만 진정 부패·무능 세력과 결별한 의지가 있다면 어느 세력, 어느 인물을 도려낼 것인지 확실히 밝혀야 옳다"며 "정치개혁은 아무나 따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남 대변인은 "뼈를 깎는 반성 없이 불쑥 신당창당을 하겠다니 우습다"면서 "동교동계 등 기존 부패무능세력에다 과격한 노사모까지 합류된 신당이라니 정당이 아니라 이념도 정책도 없는 부패·과격 패거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 | "선거용과 집권후 청사진, 두개 다다" | | | 노무현 후보 기자회견 전문 및 일문일답 전문 | | | | 낡은 정치 청산과 새로운 정치시대 개막
'새로운 대한민국' 정치시대 선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대통령 선거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이번 선거를 통해 낡은 정치가 종언을 고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정치'의 시대가 개막될 것임을 선언합니다.
낡은 정치, 20세기 정치, 3김식 보스정치, 패권주의와 지역주의 정치, 대립과 분열의 정치, 부패정치는 종식될 것입니다. 그리고 국민통합의 정치, 상생의 정치, 국민이 참여하고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 깨끗한 정치, 전혀 새로운 21세기 정치의 서막이 열릴 것입니다.
낡은 정치, 과거 정치와의 단절
저는 당선과 동시에 낡은 정치를 청산하기 위해 나서겠습니다. 먼저 민주당부터 개혁하겠습니다. 민주당은 새로운 정치의 주역이 되기 위해 전면적인 환골탈태를 통해 새롭게 태어나야 할 것입니다.
저는 선거가 끝나면 당원과 국민들에게 새로운 정치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새정치를 주도할 정치세력의 정비를 제안함으로써, 본격적인 정치개혁과 민주당 개혁에 착수할 것입니다. 취임 전에 가시적인 성과를 끌어내겠습니다.
국민과 당원의 뜻을 모아 신당을 창당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탈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당의 문조를 전면 개방하겠습니다. 새 정치와 뜻을 함께하는 젊고 유능하며 도덕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새로운 인재들을 적극 영입해서 당의 면모를 일시하겠습니다. 특정지역에 편중되지 않는 전국통합정당을 건설하겠습니다.
아울러 김대중 정권의 부패와 실정에 책임이 있는 세력과 인사들도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하겠습니다. 낡은 권위주의정치의 행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인사에 부당 개입하는 등 국정운영과 쇄신에 장애를 가져왔던 인사, 부패와 관련 있는 인사, 실정에 책임이 있는 인사 등은 법적으로 혹은 적치적으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할 것입니다. 그들이 새 정부의 국정에 참여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국민참여형 국정운영 원칙
저는 국민경선, 후보단일화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국민의 힘으로 후보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노무현 정권이 서면 이것은 국민이 만들어낸 정권입니다.
제가 당선이 되면 진정한 '국민참여의 시대'를 여는 정부를 만들겠습니다. 국민과 항상 대화하고 주요 국정 현안을 국민과 의논해서 풀어나가는 국민참여형 국정운영을 실현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국민들과 대화의 장을 정기적으로 마련할 것입니다.
또 국민통합형 국정운영을 실현하겠습니다. 야당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삼아 상호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모든 연고주의·정실주의·지역주의를 타파하겠습니다. 국가발전에 기여하려는 모든 인재들에게 능력에 따라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인사대혁신을 단행하겠습니다. 전국적으로 널리 인재를 모아 능력 있는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것입니다.
새 정부에서는 일체의 비선정치·측근정치는 배제될 것입니다. 특정인이 국정운영에 사적으로 개입하거나 전횡을 행사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모든 공직자가 법에 따라 허용된 권한 이상의 개인적 영향력을 갖지 못하도록 할 것입니다. 대선에서 공을 세웠다 하여 국정의 책임 있는 자리를 나누어주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12월 19일, 낡은정치 청산과 한국정치의 새시대를 여는 날
마지막으로 국민여러분께 호소합니다.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새시대, 새정치를 이끌어갈 21세기 첫 대통령으로 저를 밀어주십시오. 새정치의 실현을 위해서는 국민여러분의 압도적인 지지가 필요합니다.
12월 19일을 낡은 정치 청산의 날, 새로운 한국정치가 탄생하는 날, 21세기 '새로운 대한민국'이 출범하는 국민 승리의 날로 만들어 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감사합니다.
2002년 12월 17일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 노무현
<일문일답>
- '김대중 정권의 부패와 실정에 책임이 있는 세력과 인사들도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책임이 있는 세력과 인사'가 구체적인 범법 사실이 드러난 사람들인가, 아니면 특정 정치 세력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내가 법적으로 정치적으로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한다고 이야기했다.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법적으로 책임이 없는 사람도 정치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포괄적으로 뭉뚱그려서 말씀드린 것이다."
- 문호개방 용의를 말했는데, 한나라당 인사도 포함되어 있는가.
"배제하지도 않지만 아직은 거국내각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내가 문호개방이라고 한 것은 그동안 정당의 기반이 양당 모두가 지역적으로 편중돼 있고 여러 가지 계층이나 역사적인 맥락에 있어서 일부 국민들에 편중돼 있는 것이 오늘 우리 정당의 현실이기 때문에 이 한계와 벽을 깨겠다는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어느쪽이 되더라도 또 절반의 정권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우려를 깨끗이 씻어내겠다. 지금까지 우리 정당의 기반이 편중돼 있고 따라서 인맥도 편중돼 있을 가능성을 극복하겠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 취임 전에 대대적인 당직개편을 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취임 전에 새로운 신당 창당 작업에 착수하겠다는 것인지 지금 기자회견문만 봐서는 명확치가 않다.
"제가 명확하게 말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당의 개혁을 제안하고 적극적으로 주도해 나가겠다는 뜻일 뿐이고 제 스스로가 모든 것을 전담할 상황이 아니다. 민주적 절차가 필요하니까. 오래전부터 재창당 이야기도 있었고 백지신당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것이 선거 때문에 이루어지지 못했다.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서 이번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민심을 더욱더 적극적으로 반영해서 당에서 함께 해야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당직개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재창당, 또는 신당을 포함한 민주당의 대개혁이 있어야한다. 그것이 나아가서는 기존 정당의 벽과 한계를 허물고 좀더 폭넓게 인재들이 동참하는 대개혁이 될 수도 있다. 당직개편은 아마 해당이 안될 것 같다. 제가 할 일이 아니니까."
- 전국적으로 널리 인재를 모아서 능력 있는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방식은 무엇인가.
"당선되고 나면 좀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겠다.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방안중에서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아직까지 조금 남아있다. 지금 단계에서는 원칙만 밝히겠다. 그동안 지역편중의 인사가 우리 정치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부담을 주고 국민들의 반발을 사왔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골고루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대원칙을 표명한 것이다."
- 국민통합형 운영과 야당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삼아 상호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금 원론적인데 구체적인 방안을 가지고 있는가.
"가시적으로 드러나 있는 현상은 우리사회가 정치 영역에서 지역적으로 대결구도를 가지고 있다. 또한 계층적인 측면에서 정당이 단층을 이루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흔히 말하듯이 수구기득권이라든지 또는 개혁적이라든지. 이런 것을 다 통합해 나가겠다는 큰 뜻을 표현한 원론적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제가 야당과도 대화를 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국민 통합형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뜻도 들어있다. 그동안 오랜 세월동안 한국에 독재-반독재의 긴 투쟁의 여정이 있기 때문에 투쟁을 대단히 정의롭게 생각하고 꼭 필요한 정치과정으로 생각해왔던 그런 사고의 잔재가 아직 남아있다. 그래서 지금도 대화를 잘 하지 못하고,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끊임없는 대결정치를 해왔다.
한국정치와 사회운영의 패러다임을 이제 대화와 타협의 정치, 대화와 타협의 문화로 바꿀 때가 됐다. 반독재 투쟁을 한지도 이미 15년이 지나지 않았는가. 이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가로막고 있는 하나의 요소가 지역구도였다. 지역구도가 해소되면서 그냥 지역구도만 해소하고 또 다른 대결구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역구도가 해소될 때 우리 정치인의 패러다임도 바꾸자.
상대를 인정하고 상대가 주장하는 것도 옳은 것일 수도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열어 나가자는 것이다. 그런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제 희망도 거기에 포함돼 있다."
- 오늘 기자회견에 공표한 내용이 이틀남은 영남표심을 겨냥한 선거용인가, 아니면 당선 후 집권 청사진인가. 어느 쪽에 강조점이 가 있는가. 훌륭한 지도자는 선거 당시의 공약에 얽매여서도 안된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두개 다다. 제가 그동안에 여간 다급해도 선거용만으로 어떤 정치행위를 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왔다. 진심으로 이것을 내가 책임지고 실행할 수 있는 것일 때 이것을 선거용으로 하고, 또 선거에 상당히 불리함이 있더라도 제 소신에 반하면 거의 반대하고 채택하지 않고, 그 두 개를 일치시키려고 노력해왔다. 오늘 말씀드린 것도 실행할만한 각오와 자신감을 가지고 말씀드리는 거다.
말하지 않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굳이 이 시점에서 말하는 것은 아직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한나라당에서 적극적으로 그렇게 의구심을 갖도록 부추기고 있기 때문에 그점에 관해서 제 단호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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