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8일 낮 12시 민주당의 친노무현쪽 의원들이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정대철 대표와 김원기 고문 등과 모임을 가졌다.오마이뉴스 권우성
기다렸다는 듯이 불거져 나온 '개혁신당론'
그로부터 네 달이 지난 4월 하순. '노무현 코드'와 맞는다는 민주당의 신주류·개혁파 의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개혁신당'을 화두로 한 정계개편 논의에 불을 붙였다. 이들이 4·24 재보선 직후 정계개편 논의를 수면 위로 떠올린 것은 잠시 중단된 정계개편 논의를 재개하기에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 때문이다.
개혁특위에서 제출한 당 개혁안이 계속 짜깁기되며 본래의 형태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 놓였고, 4·24 재보선 결과도 민주-개혁당의 단일 후보만 당선됐을 뿐 사실상 참패로 나타났다. 따라서 부분적인 정당 개조로 안일하게 대처한다면 내년 총선 때까지 당내 분란은 분란대로 이어지면서 명분도 상실하는 최악의 경우를 맞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 28일 오전 이상수·이해찬·신기남·이재정 의원 등 친(親)노무현쪽 10여명의 인사들이 모여 5월초에 개혁의원모임 전체회의를 열어 개혁세력을 응집할 수 있는 신당 창당 등 세부적 논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이날 낮에는 재야출신 의원들이 오찬 회동을 가졌고, 지난해 12월 22일 민주당 해체를 주장했던 서명파 의원들도 이날 저녁 모임을 통해 '개혁신당' 등 정계개편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이들 의원들이 한결같이 '개혁신당'을 화두로 삼고 있는 건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이심전심이건 사전협의건 간에 정계개편에 대해 정면돌파 할 시기라는데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이다. 실현 가능성 유무를 떠나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내년 총선 전에는 신당에 대한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날 서로 다른 조찬·오찬 모임에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강철 당 개혁특위 위원이 연이어 모습을 비친 것도 여운을 남기는 대목이다.
이날 오전 모임을 가진 친노무현쪽 인사들은 '민주당의 환골탈태'와 '개혁세력 단일대오'에 대해 입을 모았다. 참석자 가운데 한 사람인 이해찬 의원은 '(이날 모임이) 신당 창당을 의미하는가, 리모델링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에 "민주당의 틀로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라며 '민주당 개조론'이 아닌 새로운 대안 모색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추미애 "개혁신당의 정신과 철학이 무엇이냐" 회의론 제기
그러나 '개혁신당 논의가 현실화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정치권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정치적 명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인 힘의 역학관계로 볼 때 개혁신당이 탄생하더라도 폭발적인 추동력을 얻기 어렵다는 회의론에서부터, 개혁파 의원 일각에서도 '개혁신당의 철학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27일 추미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개혁신당을 한다는 사람들에게 신당의 정신과 철학이 있는지 들어보지 못했고, 고민하는 사람들도 없다"며 "신당은 민주당의 자존심과 정체성·혼을 갖고 가야 한다"고 개혁신당론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또한 추 의원은 "바겐세일 한 상품을 믿고 샀더니 점포를 폐쇄하고 다른 가게로 옮겨 사장을 바꾸고 신장개업을 하면 물건에 하자가 생겼을 때 소비자는 누구한테 하소연하느냐"며 "민주당 지지자들이 정권재창출하라고 표를 줬더니 신당을 하면서 버리고 가면 무엇으로 지지세력한테 표를 얻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추 의원의 이같은 지적은 개혁신당 논의에 불이 지피는 의원들에게는 적잖은 부담이다.
지난해 노무현 후보의 핵심 참모였던 민주당의 한 지구당위원장도 "지역구민들의 바닥민심과 지금의 개혁신당 논의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 개혁이라는 명분만큼이나 지지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민주당의 해체를 전제로 한 개혁신당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민주당 활용론을 제기하는 쪽도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정계개편을 추진하면 죽도 밥도 안될 수 있다"며 "새로운 인물들을 불러들여 총선 전에 국민과 당원들이 심판하게끔 하는 게 순리에 맞는 당 개혁"이라고 주장했다. '물리적인' 분리보다는 '화학적인' 통합 효과를 노리는 게 낫다는 것이다.
어쨌든 '개혁신당'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 논의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거대 담론으로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여러 갈래의 방안들도 모두 정계개편을 핵심 쟁점으로 삼고 있다. 그 누구도 내년 총선을 1년도 채 안 남긴 상태에서 '정치판의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 여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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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당'은 노무현 코드에서 나왔다 대선때 약속 '전국 통합정당' 연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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