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하 시인.자료사진
<한라산>의 작가 이산하가 오마이뉴스를 통해 발표한 신작시 '두 소녀의 죽음' 역시 거친 목소리로 미국과 무능한 한국정부를 꾸짖고 있다. 우리가 믿을 것이란 '우리 스스로'밖에 없음을 다시금 상기시키고 있다.
'아쉬움은 남지만 미군 당국의 사법권을 존중한다'는/이 피눈물나도록 가증스러운 친미 허수아비 정부를 믿지 말자/대통령이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이 영광스런 인권국가도/더 이상 믿지 말자/총독부 중의원으로 전락한 이 썩은 대한민국 국회도 믿지 말자/그리하여 오로지/추운 거리로 나와 양심과 정의의 촛불을 켠 우리 자신만을 믿자...
월드컵열풍에 휩싸여 두 소녀의 죽음을 까맣게 잊고 살았던 부끄러움이 절절하게 드러나는 이산하의 시는 그날 우리가 어디에 있었던가를 묻고 있다. 잔치의 불꽃놀이를 하던 순간 무자비하게 짓밟힌 순결한 꿈을 어떻게 부활시킬 것인가를 묻고 있다. 그 물음은 '시어(詩語)는 아름다워야 한다'는 달콤한 명제를 무너뜨린다.
'너희 미국놈들이 살인마에게 무죄를 선고함으로써/너희들의 양심에 사형을 선고했음을 우리 모두 잊지 말자/...북한의 남침...동북아의 평화...세계의 평화를 위한다는 미명 아래/너희 미군들은/영원히 이 땅을 떠나지 않으리란 것을 우리 결코 잊지 말자...'
☞ 이산하 시인의 시 전문보기
시인들이여, 다시 저항을 노래하라
앞서 언급한 김남주의 말이 다시 떠오르는 시절이다.
"시인이여. 입을 열어 피압박 민중의 처참한 삶을 노래하지 않고, 식민지 조국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말하는 시는 무엇이고, 문학이란 무엇인가?"
안찬수와 박남준, 이산하의 시에는 약속이나 한 듯 거리에서 외쳐지는 구호 몇 구절이 섞여 있다. 이는 시어와 일상어가 별개의 것이 아니며, 시인 또한 분노와 아픔에 눈물 흘리는 보통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시에 다름 아닌 우리들의 뜨거운 구호가 어린 두 넋이 떠도는 차가운 겨울하늘에까지 가 닿을 수 있을까?
"살인미군 즉각 처벌하라"-이산하의 시 중에서.
"소파협정 개정하라"-박남준의 시 중에서.
"미군은 물러가라"-안찬수의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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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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