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던지는 '한 표'

선거는 부자의 표나, 가난한 사람의 표나, 그 어떤 사람의 표도 동등하게 '한 표'라는 것을 몸소 느끼는 체험이다

등록 2002.12.18 21:41수정 2002.12.1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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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00년 4월 13일 전북진안 한 마을주민들이 경운기를 타고 투표소로 가고 있다

2000년 4월 13일 전북진안 한 마을주민들이 경운기를 타고 투표소로 가고 있다 ⓒ 동아일보

19일이 대선이다.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도 있을테고, 나라고 맨날 정치에 관해 머리 싸매고 관심 갖고, 시국 걱정하고.. 그러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냥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투표권이 있는 사람은 투표에 꼭 참여했으면 좋겠다.

지난 6월 월드컵 때 시청앞으로, 광화문으로 몰려나가서 다같이 하나되어 열심히 응원했던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그렇게 투표장에도 다같이 가서 투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냥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 월드컵을 응원했던 그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게 그냥 투표장을 찾는 우리들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이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느냐와는 상관없는 얘기다.

난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를 해봤다. 투표하는 행위 자체는 사실 별거 아니다. 그냥 투표장 가서 본인 확인하고 투표용지에 도장 찍고 투표함에 넣고 나오면 끝이더라.

근데. 그 간단한 행위를 마치고 동사무소를 나올 때 참 감회가 새로웠다. 뭔가 모를 뿌듯함이랄 수도 있고, 설레임이랄 수도 있고. 아무튼 색다른 느낌이었다.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갓 선거권을 얻어서 투표를 한 20대 초반의 내 표나, 한 가정을 책임지는 4~50대 가장의 표나, 나이 지긋한 노인의 표나, 남자의 표나, 여자의 표나, 세칭 잘 나간다고 하는 지체 높은 사람의 표나, 보잘 것 없는 실패자라고 무시 당하는 길거리 노숙자의 표나.

그 어떠한 사람의 표도 동등하게 '단 한 표'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 그 사실이, 투표라는 행위를 마친 나에게 참 새삼스러운 의미로 다가왔다.


중고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소선거구제가 어쩌고 대선거구제가 어쩌고, 비밀투표의 원칙이 어쩌고. 그런거 다 배워봤을거다. 선거권이라는게 국민으로서의 신성한 권리이자 의무이고, 대선이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차대한 일이라는 따위의 거창한 말을 하고 싶은게 아니다.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는 선거가 충분히 귀찮은 일일 수도 있지만, 귀찮을 때 집 앞 슈퍼마켓에 뭐 사러 나가는게 싫은 것과는 조금은 다른. 투표장에서 내 손으로 도장을 찍고 문을 나설 때 느껴지는 (말로 뚜렷이 설명할 순 없지만) 나름대로의 감회, 그거 한번쯤 느껴볼만한 것이라는 말을 하려는 것 뿐이다.

누굴 찍든, 기권을 하든. 특히 이번에 처음 투표권이 생긴 사람들은 꼭 한번 투표장에 가보자. 슬리퍼를 질질 끌고 가든, 츄리닝을 입고 슈퍼마켓에 가는 차림으로 가든. 나라는 사람한테 동등하게 주어진 그저 그 "한 표"를 한번 행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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