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후보가 유세 도중 지지자들로부터 살아있는 '희망돼지'를 선물받고 활짝 웃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두 번째 승인은 민주당의 선거전략이 이런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바람에 상당히 근접해 있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 임하면서 이른바 PMI 즉 정책선거(P), 미디어선거(M), 그리고 인터넷선거(I)와 함께 돈 안쓰는 선거, 국민참여 선거라는 5가지 선거운동방식에 대한 기본 원칙을 정했다.
민주당의 이런 선거운동방식 자체가 하나의 선거혁명이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었다. 역사적으로 그런 선거는 처음이었다. 서울 여의도와 보라매공원 그리고 부산 수영만에 100만명을 끌어 모아 돈을 뿌리는 익숙하지만 낡은 선거방식 대신에 유권자를 찾아가 오히려 그 유권자들로부터 64억원이나 되는 희망돼지 저금통을 거둔 이런 선거는 처음이었다.
세 번째 승인은 지난 6·13 지방선거와 8·8 재보궐선거에서 무참히 패배한 이후 민주당 내부에 생긴 변화의 흐름이었다. 그것은 조직과 선거·정치문화에 자원봉사자가 대거 수혈되고 인터넷이 접목된 것으로 상징된다.
우선 발런티어들은 소액의 활동비만으로 엄청난 자발성과 창의력을 갖고 신나고 즐겁게 선거운동을 했다. 이런 자발성과 창의력은 기존 당료 조직에 침투해 들어가 조직문화를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 생산성과 효율성에서 한나라당은 민주당을 따라잡지 못했다. 그들은 정보를 빛의 속도로 전파하는 인터넷이라는 신무기로 무장했다.
민주당은 인터넷을 120% 활용했다. 10월 중순 아직도 당내 갈등이 치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대위 본부장들이 노트북 회의를 하는 장면이 연출되었을 때 출입기자들마저 처음에는 이것을 '텔레비전 그림을 위한 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노트북 회의를 한 뒤로 실무자들은 조직문화가 위에서 아래까지 서서히 문화적으로 변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의 위아래 의사소통은 거의 리얼타임이었다. 하루 온종일 보고서를 들고 윗사람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클릭과 전화로 보고와 지시가 가능했다. 그래서 선대위의 위아래,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거의 리얼타임으로 진행되었다. 정두환 민주당 기획본부 기획협력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나라당은 어떤 아이디어를 채택하려면 위에 올라가는데 하루, 밑으로 내려오는데 하루 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퇴색되거나 죽었다. 그에 비해 우리는 거의 한두 시간 내에 정확히 위에까지 보고가 올라가고 지시가 밑에까지 반영되어 내려오는 식으로 의사소통이 거의 리얼타임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인터넷을 통해서 무수히 올라왔고 그런 아이디어를 발견해서 위로 올릴 때 이런 것들이 선거운동 하나하나에 그때그때 적용되었다. 그런 측면에서 한나라당이 '스피드 싸움'에서 우리한테 진 것이다."
자멸한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전략'
그것은 뒤집어 말해 한나라당의 1차적 패인은 국민의 변화의 바람과 그 바람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의사소통이 여전히 옛날식이었고 따라서 선거운동 방법도 구식이었다는 데 있다. 이제까지의 역대 선거는 조직을 동원해 돈을 살포하는 머릿수로 경쟁하는 선거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새정치 대 낡은 정치'라는 큰 구도의 컨셉으로 그 컨셉에 맞는 선거운동을 한 반면에 한나라당은 끝내 구식을 고집했다.
한나라당이 처음 내세운 '나라다운 나라'라는 구호는 너무 공허했고 중반부터 내세운 '부패정권 심판'은 너무 '낡은 구호'였다. 상당수의 국민은 6·13지방선거와 8·8 재보궐선거에서의 민주당 패배와 대통령의 두 아들을 감옥 보낸 것으로 심판했다고 인식하고 있는데 한나라당은 여전히 텃밭인 영남권의 반DJ정서의 '약발'이 유효한 것으로 착각했다. 그밖에 한나라당이 승부수로 간주한 도청자료 폭로나 북한 선적 나포 같은 '미국발 북풍'과 '핵개발 북풍' 같은 낡은 변수들은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거나 여중생 사망으로 인한 반미정서 속에서 상쇄되었다.
이처럼 민주당은 선거구도의 컨셉에서부터 광고전에 이르기까지 한나라당을 압도했다. 한나라당은 선거운동 방법론에서도 졌다. '부패정권 심판'이라는 구호에서부터 초보 운전사가 대한민국이라는 차를 몰고 가다가 사고가 났다는 식의 부정적인 광고컨셉, 그리고 공작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도청자료 폭로전술 등 선거구도와 방법론 그리고 선거전략의 핵심이 죄다 네거티브 일색이었다. 민주당도 물론 기양건설 로비자금 폭로 등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선거중반에 노무현 후보가 당에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공개 금지함으로써 이른바 민주당내 '반창'(反昌)팀은 할 일이 없었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상대의 부정이 아니라 새로운 것이 뭔지를 보여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승인을 하나 더 덧붙인다면, 그것은 민주당이 이긴 것이 아니라 '국민참여의 민주주의의 위력'을 인지하지 못한 한나라당이 자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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