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원과의 산책> 표지다빈치
<유인원과의 산책>을 읽으며 이 세 여성 과학자들의 삶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인간과 가장 가깝다고 하는 침팬지, 마운틴고릴라, 오랑우탄을 돌보고 양육하고 관찰하고, 멸종 위기에서 구해내는데 전 생애를 쏟아 부은 그들의 열정, 자신이 선택한 학문으로 인해 예기치 못한 커다란 변화를 살아야 했던 그들 삶의 행로는 실로 감동적이었다. 자연과 인생의 신비에 새삼 놀랐다.
30여년 전 비루테가 오랑우탄을 찾아 헤매었던 탄중푸팅(Tanjungputing)이 보르네오의 오지에 있었다. 열대의 자연이 살아 숨쉬는, 세계에서 세 번째 큰 섬이라는 보르네오. 그 보르네오의 인도네시아 영토를 칼리만탄이라 부른다. 아프리카를 제외하고 유인원이 살고 있는 곳은 현재 보르네오와 수마트라 뿐이다.
지난 1월 국제 협력단 소속으로 칼리만탄에서 봉사 활동을 하는 친구의 조언으로 칼리만탄 여행을 떠났다. 여행하기 쉽지 않은 지역이라 했다. 그러나 그저 스쳐가는 흔한 풍물이 아니라 현명한 세상을 보고 싶다면, 오지와 밀림, 자연의 신비와 함께 인간이 자연 속에서 이렇게도 살아갈 수 있구나 하는 철학을 알고 싶다면 이곳에 오라는 말이 내 발길을 잡아 끌었다.
그곳은 광활한 열대 우림과 습지, 온갖 새와 동물들, 지천으로 널린 과일과 꽃, 쏟아지는 스콜, 달빛, 끝없이 이어진 거대한 강. 감탄할 만한 자연을 간직한 곳. 그러나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파괴가 점점 확산되고 있고, 자연이 파괴됨에 따라 그곳에 사는 동물들과 현지 주민들의 고통스러운 삶이 뒤따르며, 그 사이를 목재 수입상들이 들락거리는 혼탁한 곳임을 친구는 또한 기억하라고 했다.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 섬을 떠난 비행기는 칼리만탄 남부의 거점 도시 반자르마신(Banjarmasin)에 나를 내려 놓는다. 반자르마신은 바리토강을 중심으로 한 수상 생활이 무척 인상적인 도시이다. 그 반자르마신에서 다시 프로펠러가 달린 16인승 소형 비행기를 타고 팡칼라분(Pankalabun)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