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남성들이여, '선생님'이 됩시다

교단의 여성화를 걱정하며

등록 2002.12.29 04:05수정 2002.12.29 21:36
0
원고료로 응원
아무리 남녀 평등을 부르짖어도, 아직 우리 나라는 뿌리깊은 남아 선호사상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어쩐지 아들을 낳으면 뿌듯해지고, 보기만 해도 신뢰심이 가는 상황을 부인할 부모는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좀 높습니까? 실속은 없고 무늬만 교육열인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지만 그 귀한 아들들한테 뭐가 잘 되라는 건지,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는 없어도 '무조건 잘되라!'하고는 있는 것, 없는 것, 쏟아 붓기 바쁩니다.

교육 이론에 보면 성장기에 꼭 필요하다고 하는 '동일시 교육'이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의도된 교육은 아니더라도 남성이면 남성을 보고 남자다움을 모방하며 자라고, 여성이면 여성을 보면서 자신의 행동과 사고가 여성답게 키워지는 부분이지요.

돌이켜보면, 우리는 짜여진 시간표대로 살다가 얼떨결에 부모라는 위치에 서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싶습니다. 학교에서는 성적표에만 신경을 썼지, 좋은 부모가 되는 교육을 받아 본 적도 없고, 그렇다고 성숙한 가족 문화 속에서 성장된 경우도 드물어서, 결혼을 하고 아빠가 된 사람들은, '식구가 늘었으니 더 열심히 돈 벌어야겠다' 그 생각 먼저 하고, 엄마가 된 사람들은 우리 아이가 남의 아이한테 뒤질세라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열심히 사교육비만 투자하면 되는 줄 아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또 우리는 결손가정이라는 말을 씁니다.

아버지가 안 계신 '편모슬하'나, 어머니가 안 계신 '편부슬하'에서 성장하는 아이가 있는 가정을 말하지요. '결손가정'은 문제아가 나올 가능성이 많다고 하여, 교사들도 각별히 신경을 쓰기도 하고, 결손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훌륭히 성장했는데도 선입견으로 엉뚱한 피해를 보기도 합니다.

옛부터 '애비없는 호로 자식'은 큰 욕으로 쳤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가정 교육 측면에서 보자면 아버지가 없는 '편모슬하'와 같은 가정이 너무 많이 있습니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자녀들의 자는 얼굴을 보고 나가서, 자는 얼굴을 보고 들어 오고, 시간이 나는 날이면 친구들과 술도 한 잔해야 되고, 일요일이면 지친 심신 때문에 잠을 충분히 자야 하고...


아들, 딸이 자라는 우리의 가정에는 '엄마의 그늘'만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이 시대에는 유난히 '마마보이'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학교에 가면 어떻습니까! 초등학교, 중학교는 거의 여선생이고, 고등학교도 점차 교단의 여성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말 심각한 일이지 않습니까? 남성답게 잘 키우고 싶은, 그 귀한 아들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동일시 교육'도 줄 수 없는 현실입니다.

잘났다고 주장하는 대한민국 남성들 중에는 아직도 여자를 하등동물 취급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남자보다 여자는 비이성적이고, 인내심과 탐구심이 결여되고, 단세포적인 사고, 직업의식이 결여되었다는 등 수없이 많이 꼬집으며, 여성은 자신의 보조물 쯤으로 여기며 군림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부모님들도 아무리 똑똑하고 유능한 딸이더라도 결국 종착점은 '결혼 잘하기', 그 이상 바라지 않는 부모가 아직도 대부분이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런 교육적 영향으로, 전체적인 점에서 보면 여성들이 다소 그렇게 비치는 점을 인정할 수도 있습니다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은, 모든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라는 그런 귀한 아들들인데, 그런 하등동물(?)인 여자에게 안에서나 밖에서나 성장 과정을 모두, 통째로 맡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공교육의 장에서 유능한 남자 선생님을 절실히 필요로 합니다!

세상의 반은 여자이고, 세상의 반은 남자입니다. 가정에서 엄마와 아빠가 공존하며 역할 분담을 적절히 해야 결손가정이 아니듯이, 교육 현장을 맡은 선생님도 남녀가 비등하게 구성되어야 결손 학교가 아닌 것입니다.

'남이야 대통령을 하든, 장관을 하든, 나는 우리의 아들과 딸들에게 지혜의 빛으로 인도하여, 스스로 자신과 이웃의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겠다'라고 주장하시는, 그런 남자 선생님이 대한민국에 많아지기를 원합니다. 아니, 갈구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선생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러나 작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어찌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모르겠습니까. 현재를 살아 감에 유능한 인간인가, 아닌 가의 기준이 월 수입으로 가늠된 지도 이미 오래 되었고,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심리적 직업서열도 많이 타파되었지만, 그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냐, 아니냐의 논쟁을 할 겨를도 없이 물질만능의 세계로 가고 있음을 다들 인정합니다.

아이들도 어른들이 사는 세상에서 함께 보고 들었으므로, 자연스레 동일한 가치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폼 난다고 하는 대학교수라면 몰라도 남자가, 그냥 '학교선생님이 되겠다'고 하면, 십중팔구 꽁생원 취급받기 일쑤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에서 학교 교사가 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학과 성적이 우수한 여학생들이 대부분 지원하는 일류 사범대는 입학하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순위고사가 있기 전, 졸업만 하면 평생 직장으로 발령을 받을 수 있었던 국립 사범대는 학과성적으로는 거의 최상위권 학생들의 집단이었습니다.

지금 치러야 하는 순위고사도, 목숨 걸다시피하는 여성 지원자들 때문에 수준이나 경쟁력, 모두 만만치는 않습니다.

비록 현실적으로 위상정립이 마음 같지 않아서 다소 의기 소침해지신 분이 계실 지 모르지만, 남을 가르치겠다는 생각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므로, '교사 지망생'이라면 유능함은 물론, 순수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임에 틀림이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확고한 의지를 갖지 않고 교사생활을 하다보면, 점차 대기업에 취직한 친구들보다 월 수입도 적고, 승진에 의한 지위를 가질 기회도 없는 것 같고, 수입적인 면으로도 가족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 어쩐지 자신이 점차 초라해져 가는 느낌을 갖는 교사들도 있겠습니다.

또 사회적 위상으로 보자면, 열악한 환경에서도 본분을 다하고 계시는 선생님들의 고충이 부각되어 '선생님의 노고를 치하합시다'라는 슬로건은 어디에도 없고, 촌지 문제다, 교육비리다 하며, 갖가지로 문제점만 꼬집는 현실은 '이 땅에서 교사로 살아간다는 것'을 더욱 힘들 게 합니다.

특히, 여성화되어 가는 교단에서, 남성에 관한 고정관념이 많은 대한민국의 남선생님들은...

이런 위축된 사고가 만연한 현실의 첫째 원인은 당연히 교사들에게 있습니다.

직업 서열이 수입적인 면만 고려될 사항이 아니라, 삶의 질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깨우쳐야 하는 일이 곧 선생님들의 본분이기 때문입니다.

교사의 월급이 적다고 해도, 물질적 풍요를 희구하는 생각을 버린다면 아직도 일부에서는 '철밥통'이라고 부르는, 오랜 기간 안정된 삶을 보장할 정도는 되고, 더우기 여타 직업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인생의 희열과 보람을 가질 수 있는 직업이라고 믿습니다.

거기다 별 보고 나가고, 별 보고 들어오는 대기업 사원들보다 일정한 출퇴근 시간, 일년에 수개월을 방학이라는 자기 연수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직업이 교사 말고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대한민국에서 선생으로 살아간다는 것',
사고의 전환과 적극적인 의지가 있다면, 어떤 직업보다 매력 있는 직업이라고 믿습니다.

교사는 자녀를 통해서 그 부모를 통솔할 수 있는 힘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대한민국의 유능한 남성 여러분,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명제를 상기시키며, 이 시대의 동량을 키워내는 일에 혼신을 다하여 종사하여, 아름다운 금수강산 곳곳을 오염시키며 유유히 흘러가고 있는 흐린 물을 걸러내는, 한 시대의 보람찬 거름 종이가 될 의향은 없으신지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보다 나은 세상'의 열망으로 작은 힘이나마 보태어, 우리 국민들이 좌절하지 않고, 저마다 행복을 가꿀 수 있는 나라가 되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2. 2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3. 3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4. 4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5. 5 계급장 떼고 도피한 지휘관, 국군이 저지른 참담한 패전 계급장 떼고 도피한 지휘관, 국군이 저지른 참담한 패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