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교사는 결혼 상대자 조건 1위

남편들도 외조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때

등록 2002.12.30 11:30수정 2002.12.30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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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평등 조항이 법으로 제정되고, 많은 분야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신장 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일찌감치 여성의 확고한 자리매김으로 두각을 나타낸 곳은 바로 학교 사회였으며 오늘날 우리 교육의 대부분이 공·사교육 모두 여성의 손에 달린 것이나 진배없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결혼 조건 1위, 과연 여 교사들이 기뻐해야 할 일일까요?

순애보를 간직한 소설 속의 주인공들을, '세상에 널린 게 여자들인데 등신같이', '세상에 남자가 어디 한 둘이냐' 운운하며 어리석은 인간유형으로 서슴없이 치부해 버리는 요즈음 젊은이들이 많다는 세태인데 결혼 조건 1위를 어떤 심리적 기준으로 꼽았을까 한번 생각해 볼 문제지요.

여 교사가 되기까지 성실한 학창시절을 인정받았다 치고, 보통 이상의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일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음을 고려했다 치더라도, 여 교사를 결혼상대자 1위로 꼽는 실제적 이유는 가장 현실적인 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안정된 소득이 보장되는 평생 직장, 타 직장보다 이른 퇴근, 일년에 수개월씩 있는 긴 방학.

결국, 돈도 벌면서 살림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실리적 계산이 깔린 요인이 더욱 크다는 것을 우리는 부인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세월이 좀 달라졌다고는 하나 대한민국의 남성들은 집안 살림에는 문외한이 많습니다.

부엌에 들어가기는커녕, 청소나 이부자리 하나 제 손으로 개는 일도 없을 만큼 등한시합니다. 함께 낳은 아이지만 육아와 교육은 모두 아내의 몫입니다. 그저, 많든 적든 돈벌어 오는 일을 큰 벼슬인양 치고, 집에 와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남성들이 아직은 대한민국의 보편적인 남성들입니다.

유달리 아내직업에 대하여 의식이 투철하고, 함께 직업을 가진 직업인으로서 매사에 동등한 입장에서 가족문화를 이끌자고 하는 남성들이 제 눈에는 쉬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 교사의 남편들이라고 해서, 같은 하늘을 이고 있는 사람들인데 별 다른 점이 있겠습니까?

이제 우리는 외형적 조건 외에, 여 교사들이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일인지, 어떤 일을 수행해야 하는 지를 짚고 넘어가야 하고, 동량을 키우는 대한민국 기초교육의 막대한 국가사업이 거의 여 교사들의 손에 맡겨져 있는 현실에서, 교사직에 대한 국민적인 자각이 형성되지 않으면 대한민국 공교육 정상화가 요원해 진다고 믿습니다.

학교 교사들은 표면적으로는 거의 8시간 노동시간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은 학교 교사라고 하면, 자기가 맡은 과목만 적당히 가르치면 되는 줄 알지만, 한 반에 수십명씩, 담임을 맡게 되면 신경 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성장기의 아이들을 맡아 최적의 인간적 교육 환경을 제공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1차 적으로 교사에게 있습니다. 학생들이 매일 의무적으로 학교에 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인재를 살리고 죽이는 일도 교사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학생 하나 하나 학업과 생활, 모든 면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관심을 쏟고자 애를 쓰고자 한다면, 담임 업무 하나만 해도 하루가 48시간이라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지식교육의 상당부분을 사교육이 담당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공 교육기관인 학교의 존재 이유를 꼽는다면, 잘난 이, 못난 이, 빈부격차 등, 우리 사회의 축소판인 교실에서, 한 인간이 자기와 남을 구별하고,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기 위치와 가능성을 가늠하고 인정하며 한 사람의 건실한 성인으로 살아 갈 기초를 닦는 곳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지휘봉은 교사가 가지고 있습니다.

학생 개인차에 따른 상황 조정, 교우 관계, 가정 환경, 주변 환경, 인격 형성, 취미 생활 등 교사가 한 학생을 성장시키는데 관여해야만 하는 부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습니다.

거기다 성적처리, 각종 사무, 행사 관장 등, 맡은 업무분장도 수행해야 하니 사랑이 넘치는 모범교사가 된다고 하는 것은 거의 수퍼맨 수준이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교사는 학생지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다른 사람이 할 수도 있는 여타 잡무에서는 해방되어야 교육의 질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되어서는 안됩니다.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많은 교직상황에서 여 교사라고 해서, 이러한 역할과 본분에서 예외일 수 없습니다. 투철한 사명감과 직업의식이 남다른 여 교사들도 계십니다만, 보통 여 교사들은 가정을 가지게 되면, 상황이 많이 달라집니다.

한 사람의 아내, 한 집안의 며느리, 자녀의 출산과 육아, 한 동네 주민 등, 전업주부들이 해야 할 역할이 똑같이 주어집니다. 살림살이를 전적으로 도맡아 해 줄 사람이 없는 한, 교사역과 주부역을 적당한 선에서 영위하다 보니 차츰 매너리즘에 빠지고 치열한 직업의식이 결여되기 쉬운 현실이 대한민국 여교사들의 생활환경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남성들이 여성들과 같은 위치에서 일인다역을 하라고 한다면 견뎌낼 직업인이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남성들이 역지사지로, 직장 마치고 와서 육아와 살림을 도맡아야 하고, 아내 출퇴근부터 아내뒷바라지는 뒷바라지대로 해야 하고, 집안 대소사, 특히 처가에 대한 의무사항까지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어떤 반응들이 나올까 사뭇 궁금합니다. 아마 사흘도 못가서 멀리 도망을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금의 이런 상황은 우리 사회 현실에서 비단 여교사뿐만 아니라 직업을 가진 모든 여성들의 애환이기도 합니다.

남녀가 공존하는 세상에서 비교우위가 있는 역할 분담애 대한 논란이 많기도 하겠지만, 어쨌거나 사람을 키우는 공교육 기관의 여교사는 남다른 직업입니다.

그동안 여 교사를 아내로 둔 남편들은 아내의 노고와 고초, 아내가 자부심과 명예를 지키고, 전문성을 가지고 자신의 본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얼마나 이해하며 외조를 해 주었을까요?

여 교사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여성이 직업을 갖는데서 오는 여러 가지 문제는 사회부조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사항이 많지만, 특히 사람을 길러내야 하는 여 교사는, 국가적 대의를 생각해서라도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이해, 헌신이 함께 해야 존경받는 여 교사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음을 우리 모두 알아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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