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평화와 반전을 이야기할 때

캐나다 토론토, 반딧불로 수 놓은 태극기

등록 2002.12.30 13:48수정 2002.12.3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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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토론토 주재 미국 영사관 앞에서 진행한 촛불로 태극기 만들기 퍼포먼스 ⓒ 이보영

촛불 하나하나가 반딧불이 되고 150여개의 반딧불이 모두 놓인 순간의 느낌은 토론토의 미국 영사관 주변이 온통 태극기로 뒤덮인 듯 했습니다. 한국보다 14시간이 늦은 캐나다 토론토의 12월 28일 밤은 그렇게 촛불로 만들어진 태극기로 환하게 빛났습니다.

어떤 정해진 식순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오후 6시 약속된 시간이 되자 주변 지하철역으로부터, 뒷편의 시청 주차장으로부터, 자전거를 메어 놓고 미국 영사관 앞의 하얀 천 주변으로 한 두사람씩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날은 확성기도 마이크도 없었고, 노래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누구 하나 궁금해 하지 않았습니다.

전 주 토요일이었던 21일, 40여명의 사람들이 역시 촛불을 밝혔습니다. 그 전주 토요일 14일에도 200여명의 사람들이 역시 촛불을 밝혔습니다.

지난 12월 10일 세계 인권선언 기념일에 700명이 모여 시작된 캐나다 토론토 '미선이, 효순이' 추모 물결은 매주 토요일 약속한 대로 미국 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몇 백명이 모이지 않아도, 체감 온도가 영하 15도를 가리키는 날에도 우리는 서로의 믿음을 확인하고 한 자리에 모여 미군의 공정한 처벌과 불평등한 소파의 개정을 외쳤습니다.

12월 28일 2002년의 마지막 토요일 우리는 다시 미국 영사관 앞에 모여 서로의 온기로 몸으로 촛불을 밝히고 지켜 함께 태극기를 만들었습니다.

그 태극기에 둘러 모여 미선이, 효순이에게 다짐했습니다. 새해에는 너희들과 같은 희생자가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우리 열심히 싸우겠노라고, 전 세계 어디서나 웃음이 넘치고 전쟁이 아닌 평화를 이야기하고 폭력이 아닌 화합을 노래하는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나즈막히 소리쳤습니다.

비행기로 불과 몇 시간 걸리지 않는 백악관에서 전쟁을 고민하고 있는 자들에게 힘과 돈으로 으름장을 놓으며 세상을 주무르려는 자들에게 그리고 이 세상에 전쟁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자들에게, 평화가 오면 사라질 모든 자들에게 미선이 효순이는 이렇게 경고했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인 21일, 우리는 미국 영사관 앞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을 채택했습니다. 그 서한에서 우리는 해외동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대통령이 될 것, 통일 시대의 대통령이 될 것, 세계 앞에 항상 당당한 대통령이 될 것을 요구했습니다. 정말로 정말로 그런 대통령이 되어 주실 것을 바랍니다.

하루가 다르게 지구촌은 더욱 더 불안해 집니다.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하며 북한과의 전쟁까지 병행할 힘이 있다면서 큰 소리칩니다. 세계 곳곳에 또 다른 미선이가 효순이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은 미선이 효순이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두 누이의 사건 말고도 우리는 미군과 관련한 많은 사건을 겪었습니다. 사건이 일어나는 이유가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미군은 왜 한국에 주둔하고 있습니까. 전쟁을 막기 위해서 혹은 전쟁을 항시 준비하기 위해서이겠지요.

세계 곳곳에 전쟁을 준비하는 많은 세력들이 있습니다. 소규모 국지전이 시작되지 않아도,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지 않아도 미선이 효순이처럼 죽음을 당할 가능성이 세계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쟁은 막아야 합니다. 그것이 막을 수 있는 것이라면 전쟁이 일어난 후에 후회한들 무슨 소용입니까?

평화는 유지되어야 합니다. 평화를 위해 전쟁을 일으킨다는 모순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도록 우리는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 한민족이, 전쟁 분위기가 고조된다는 이 한반도에서부터 평화와 반전을 외친다면 지구촌의 모든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할 것입니다.

새해를 맞이하며, 2002년 전쟁과 포화가 끊이지 않았던 세계 곳곳에 평화를 기원하는 촛불을 밝힙시다. 전 세계를 촛불로 뒤덮어 핵무기와 탱크를 녹이고 이제는 평화의 함성으로 가득차게 합시다.

뉴질랜드에서 시작해 이곳 캐나다 토론토에 촛불의 파도가 도착하는 그 순간, 우리는 너무나도 자랑스럽게 한민족의 평화 염원을 온 세계에 알리며 힘차게 새해를 시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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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로 태극기 만들기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참가자들 ⓒ 이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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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에 초에 불을 붙이는 참가자들 ⓒ 이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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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순이 미선이 영장과 함께 완성된 촛불 태극기 퍼포먼스 ⓒ 이보영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

안녕하십니까?
먼저 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신 것을 멀리서나마 축하드리며 추운 날씨에 새로운 정부 만들기에 여념이 없으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노고에 감사의 말씀을 보냅니다.
저희는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하고 있는 동포들과 유학생들입니다.

이렇게 저희가 글을 드리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새 정부를 준비하시는 대통령 당선자께 몇 가지 제안과 당부를 드리기위해서 입니다.
한국은 지금 민족 분단의 아픔을 딛고 통일의 길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으며 안으로는 경제 발전과 지역 대통합, 밖으로는 주변 강대국들의 반열 속에서 강한 대한민국의 길을 모색해 나가야 합니다.
이는 우리가 한민족 5천년 역사에서 더욱 더 자랑스러운 민족국가를 건설해 나가는 중요한 시점에 닥쳐 있음을 의미합니다. 외세를 물리치고 한민족의 순수성을 지켜왔던 지난 역사에서와 같이 앞으로의 역사도 한민족의 저력과 긍지를 떨치는 역사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민족주의나 국가 이기주의가 아닙니다. 지구촌의 공영과 상생을 위해 민족과 국가의 보존과 발전은 가장 중요한 기본 과제입니다. 이에 저희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당부와 제안을 드립니다.

첫째, 해외 동포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주십시요.
해외 동포와 유학생들은 타국에서 열심히 생활하며 한민족의 위상과 긍지를 떨치고 있습니다. 법적인 한계로 인해 이번 선거에서는 투표에참여하지 못했지만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한국상황을 느끼고 조금이나마 우리 조국 발전에 헌신, 노력하는 자랑스러운 대한국민입니다.
해외 동포의 의견을 수렴하고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국정 운영을 부탁드립니다.

둘째, 통일 시대의 대통령이 되어 주십시요.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진행함으로써 통일의 디딤돌을 놓았습니다. 경의선이 연결되고 있습니다. 민족 분단 50년은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앗아갔습니다. 분단의 극복과 통일이야말로 우리 민족 최대의 과제입니다. 이제는 민족의 이름은 더 이상 잃는 것이아니라 얻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통일의 과정이 남과 북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화합을 통해 한민족의 단결을 보여줄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자랑스러운 민족의 통일을 이루는 길에 최선을 다해 주십시요.

셋째, 세계 앞에 당당한 대통령이 되어 주십시요.
우리는 일제 식민지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지금까지 주변 강대국의 사이에서 휘둘리며 살아왔습니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영국 등 수많은 국가들이 한반도의 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들의 주장을 해 오던 탓에 한국은 외교문제에 조금 떳떳하지 못한 일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탓에 효순이와 미선이의 죽음을 비롯한 수많은 피해자들 앞에 죄를 지은 사람은 바로 우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제는 당당해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우리 민족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이제는 강대국들의 입김이 아닌 우리의 힘으로 발전과 화합의 길을 모색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세계 속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한민족은 긍지와 저력이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이 있습니다. 이제는 그 기반을 토대로 민족의 번영과 통일 국가 건설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 길에 대통령이 앞장 서고 한국 내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의 동포들과 유학생들도 함께 하겠습니다.

조국과 떨어져 먼 땅에서 한민족의 긍지를 가지고 생활하고 있는 세계 각지의 해외 동포와 유학생들의 의견이 소중히 여겨져 앞의로의 국정 운영에 반영되길 바라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건설에 힘써 주시길 다시 한 번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2002년 12월 21일
캐나다 토론토 촛불 시위 참가자 일동

덧붙이는 글 | "효순이 미선이와 함께 부르는 세계평화기원 캐나다 토론토 아리랑"

• 일시 : 2002년 12월 31일 화요일 오후 10시 30분
• 장소 : 토론토 블루어 한인타운 초대 앞 광장, 세계 곳곳 새해맞이 행사장

* 가능하신 분들은 겉옷 속에 붉은 악마 티셔츠나 붉은 색 티셔츠를 입고 오시면 좋겠습니다.
* 한인타운 초대 앞 상설마당에서 오후 2시부터 평화기원 세계지도 만들기가 진행됩니다.
* 오후 10시 30분부터 식전 행사가 진행되며 전 세계 행사 결과를 상영합니다.
* 2002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묵은 해를 보내고 평화의 새해를 기원하며 12월달 달력을 과감히 찢어 그 뒷면에 피켓을 만들어 오시면 좋겠습니다. (NO MORE WAR, WE LOVE PEACE 등 다양하게)

덧붙이는 글 "효순이 미선이와 함께 부르는 세계평화기원 캐나다 토론토 아리랑"

• 일시 : 2002년 12월 31일 화요일 오후 10시 30분
• 장소 : 토론토 블루어 한인타운 초대 앞 광장, 세계 곳곳 새해맞이 행사장

* 가능하신 분들은 겉옷 속에 붉은 악마 티셔츠나 붉은 색 티셔츠를 입고 오시면 좋겠습니다.
* 한인타운 초대 앞 상설마당에서 오후 2시부터 평화기원 세계지도 만들기가 진행됩니다.
* 오후 10시 30분부터 식전 행사가 진행되며 전 세계 행사 결과를 상영합니다.
* 2002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묵은 해를 보내고 평화의 새해를 기원하며 12월달 달력을 과감히 찢어 그 뒷면에 피켓을 만들어 오시면 좋겠습니다. (NO MORE WAR, WE LOVE PEACE 등 다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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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 퇴촌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맨발로 땅을 딛고 걷는 날이 올까를 궁금해하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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