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

풍운의 태극목장 (3)

등록 2002.12.30 17:22수정 2002.12.3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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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늙은이가 이 목장의 주인인 모양인데. 묻겠다. 마리 당 오십 냥에 줄 것이냐? 아니냐?"

"……!"


곽호기는 너무도 어이가 없어 입조차 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너도 그렇지 않느냐는 시선으로 사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철마당주가 이번엔 이정기에게 물었다.

"오호라! 이제 보니 네놈이 상전인 모양이구나. 좋아, 네놈이 답변하라. 무림천자성에 대완구를 납품하겠느냐 안 하겠느냐?"

"……!"

이정기 역시 어이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제아무리 전 무림을 제패한 초강력 문파 소속이라고는 하지만 어찌 이렇듯 저잣거리의 무뢰배들도 자행하지 않을 일을 멋대로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무림천자성은 자신들이야말로 무림의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존재하는 문파라고 부르짖는 문파가 아니었던가! 그렇기에 더더욱 할말을 잃고 있었던 것이다.


"본성에서는 대완구 일천 필을 납품 받는 대신 청강검 백 자루를 내주기로 하였다. 어떠냐? 공평한 거래라 생각하지 않느냐? 철검당주! 이 자들에게 검을 보여 주시오."

짝짝!


지금껏 말없이 지켜보던 철검당주가 두 차례 손뼉을 치자 무림천자성의 호위무사 복장을 한 장한들이 커다란 궤짝을 들여놓고 나갔다. 거기에 있는 것은 시퍼런 빛을 발하는 검이었다.

대완구 한 필 당 오십 냥을 쳐준다 하였으니 천 마리면 오만 냥이다. 그런데 검을 백 자루를 준다고 하였으니 검 한 자루 당 오백 냥이라는 소리이다.

무림천자성에서 파는 청강검의 현 시세는 은자 백 냥도 되지 않는다. 따라서 궤짝 속의 것을 모두 팔아봐야 만 냥도 되지 않는다.

천마당주의 말인즉슨 다섯 필 값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일천 필을 달라는 소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평한 거래라고 하자 이정기는 아예 기가 막힌다는 듯 눈만 끔벅이고 있었다.

명실상부한 무림 최강자인 무림천자성의 오늘이 있게 한 시초는 바로 궤짝 속에 담겨져 있는 청강검(靑剛劍)이었다.

전대 무림천자성의 성주 화롱철신(花弄鐵神) 구린탄(九麟彈)은 무척이나 색(色)을 즐기는 인물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주변에서 시중을 들던 모든 시비들을 건드렸다고 한다. 어찌나 색을 밝히는지 밥을 먹으면서도 즐겼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제법 반반한 시비와 질펀한 색을 즐기던 중 전각의 한쪽 벽이 통째로 무너지는 황당한 일이 발생되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밖에는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는 상태였다.

전각의 벽이 무너진 것은 당시 무림천자성을 새로 짓기 위함이었고, 밖에 있던 사람들은 공사를 하기 위하여 모여든 사람들이었다. 결국 화롱철신은 만인환시 중에 허겁지겁 의복을 걸쳐 입어야 하는 개망신을 당한 것이다.

그런 그에게는 타인에게는 없는 초인적인 능력이 있었다. 그것은 광맥을 찾는 데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동물적인 감각을 지녔다는 것이다. 이러한 능력 덕분에 여러 철광(鐵鑛)이 개발되었다.

이것에서 얻어진 철광석으로 만든 검이 바로 청강검이었다. 날을 세우면 푸른빛이 감돌기에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다.

철이라 하여 모두 같은 것이 아니다. 철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적철(炙鐵), 갈철(褐鐵), 자철(磁鐵) 등이 흔한 것이라면 빈철( 鐵), 현철(玄鐵), 만년한철(萬年寒鐵)같은 것은 귀한 것들이다. 이 가운데 화롱철신이 찾아낸 철광은 보통의 철에 비하여 강도가 훨씬 강하면서, 무거운 현철이 있는 곳이었다.

무림이라는 곳은 강자존(强者尊) 약자멸(弱者滅)의 대원칙 하에 존재하는 곳이다. 그리고 은원이 난마처럼 얽혀 있는 곳이다.따라서 하루에도 수백 수천여 곳에서 비무가 벌어지고, 목숨을 건 혈투가 심심지 않게 벌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대결에서 병장기의 강도는 승패를 가르는 중대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전설처럼 전해지는 신병이기(神兵利器)인 간장(干將), 거궐(巨闕), 막야(莫耶), 어장(魚腸)과 같은 명검을 지니기를 필생의 소원으로 여긴다.

하지만 그것들은 허공으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지 천 년이 넘는 물건이었다. 반면 무림천자성에서 내놓은 청강검은 은자만 내면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하여 무림인들은 앞다퉈 청강검 등 무림천자성에서 만든 병장기들을 구입하였다. 이것을 지닌 무인은 그렇지 않은 무인에 비하여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대결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무림천자성에서 처음 만들어 내놓았던 청강검은 곧 동이 났다. 처음 이것의 가격은 한 자루 당 은자 오십 냥이었다. 당시 보통 검의 값이 열 냥 정도 하였으니 무척이나 비싼 물건이었다.

하지만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품귀현상이 벌어지면서 값이 천정부지로 뛰었고 나중에는 한 자루에 은자 오백 냥까지 갔다. 애초의 가격에 비하면 무려 열 배나 뛴 셈이다.

폭리를 취한 무림천자성은 천하인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천하의 모든 철광(鐵鑛)들을 야금야금 사들였다. 그것으로도 부족하여 대장간도 사들였다. 결국 천하의 모든 철광과 대장간은 무림천자성 소유가 되었다.

이후 호미나 낫 등 농기구의 값이 엄청나게 폭등하였다. 그러자 무림천자성이 천하의 모든 은자를 싹쓸이하려 한다는 소문이 번졌다.

무림천자성에서 청강검을 구입하려면 지니고 있던 병장기를 내놓아야 한다는 규칙이 있었다. 이것으로 농기구를 만들 것이라 하였었다. 무림인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던 병장기는 어차피 강도가 약해 더 이상 쓸모가 없었기에 미련 없이 건넸었다.

이후 무림천자성에서는 이것들을 녹여 현철과 섞던 중 깨끗하게 손질하면 칼날이 서늘한 기운을 띈 맑은 녹색으로 보이는 검을 만들어 냈다. 청강검보다 더 강한 청록검(淸綠劍)을 만들어낸 것이다.

결국 청강검을 지니고 있던 무인들은 그것을 버리고 앞다퉈 청록검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되었다. 덕분에 무림천자성은 점점 더 부자가 되어갔다.

막강한 자본력을 지니게 된 무림천자성은 이번엔 고리대금업까지 손을 뻗쳤다. 결국 기존의 고리대금업자 대부분은 손을 들었다. 너무도 막강한 자본력으로 밀어붙였기에 당해낼 수 없었던 것이다.

기존의 고리대금업자들의 이율은 월 육 부였다. 처음에 무림천자성은 이를 일 부로 낮췄다. 당연히 은자가 필요한 모든 사람들은 이곳으로 몰렸기에 기존 업자들이 모두 망한 것이다.

이렇게 하여 무림천자성은 고리대금업까지 독점하게 되었다. 그리고 즉각 이율을 월 일 할로 바꾸었다. 이후 같은 수법으로 천하의 모든 도박장과 기루, 전장(錢場) 등을 사들였다.

이후에는 무차별적으로 무공비급을 사들였다. 그러던 중 대규모 만년한철 광산을 개발하게 되었다. 이것으로 만들어진 검은 만한검(萬寒劍)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청록검은 이것에 비하면 수수깡이었다. 결국 무림인들은 또 다시 병장기를 바꾸는 수고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무림천자성은 이제 그 어느 누구도 감히 어쩔 수 없는 엄청난 부를 축적하게 되었다.

전설처럼 전해지는 거부인 금적산(金積山) 석숭(石崇)조차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재산이었다. 혹자는 석숭이 백 명이 있어도 무림천자성의 재산을 능가하지 못할 것이라 하였다.

그러던 무림천자성이 무림까지 완전 제패한 것은 화롱철신의 아들인 철룡화존(鐵龍花尊) 구부시(九釜翅)가 성주에 취임한 직후였다. 막강한 재산으로 구입한 은자로 남몰래 무려 십만에 달하는 엄청난 대군단을 갖춰두었던 것이다.

무림천자성에서는 이들을 정의수호대(正義守護隊)라 불렀다. 그리고는 앞으로 무림에서 불의(不義)를 행하는 자는 지옥행을 할 것이라 선언하였다.

이후 모든 비무는 정의수호대가 참관하는 가운데 지정된 장소와 시간에 하여야 한다고 선포하였다. 그것도 정당한 사유가 있다 판단되어야 고하를 가릴 수 있다 하였다. 물론 그 판단은 정의수호대에서 한다 하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양민들은 이들의 출현을 쌍수를 들어 환영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곳곳에서 벌어지는 혈투로 인하여 공포감을 느끼던 터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세인들 가운데 일부는 정의수호대를 지옥견(地獄犬)이라 불렀다.

그들이 얼마나 지독한지를 경험한 사람들이 그들이었다. 그 수효는 극히 일부분이었다. 그리고 지옥견이라는 말은 암암리에만 사용하는 말이다. 그렇기에 세인들은 무림천자성이야말로 정의를 수호하는 믿음직스런 문파라 생각하고 있었다.

맨 처음 무림천자성의 선언에 콧방귀를 뀐 문파가 있었다. 화룡검문(火龍劍門)이라는 문파였다. 문주는 열화검(熱火劍) 옥인건(玉吝建)이라는 인물이었다. 불같은 성품을 지닌 그는 무림천자성의 선언을 정면으로 거스른 최초의 인물이었다.

그와 그의 제자들은 무림천자성의 허락 없이 사문의 원수인 구화검문(九華劍門)을 급습하였다. 격렬한 혈투가 벌어졌지만 그 결과는 어이없었다. 느닷없이 나타난 정의수호대 때문이었다.

그들은 무침천자성의 허가 없이 공격하였다면서 화룡검문의 제자들을 주살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에 의하여 불과 반 시진만에 화룡검문의 오백여 제자들은 완전한 몰살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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