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와 차지철... 김대중, 노무현과 네티즌, 시민

[주장] 봉쇄정책 줄다리기를 보며

등록 2002.12.31 08:46수정 2002.12.3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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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행정부가 대화, 봉쇄, 군사작전 중에서 12월 28일을 고비로 '대화' 카드를 버렸다. 평화지향 세력이라면 봉쇄를 대화를 유리하게 이끌 압박카드로 쓰겠지만 전쟁 지향세력이라면 봉쇄는 군사작전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전쟁지향 세력일 뿐더러 9.11 이후 제동장치까지 상실한 미 공화당 매파가 장악한 미 행정부를 볼 때 맞춤형 봉쇄가 한반도의 전쟁 위기 가속화로 돌진할 것임은 누구의 눈에도 명백하다.

봉쇄정책에 대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당선자의 부정적 자세는 이러한 상황 인식의 바탕 위에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미 행정부를 설득시켜 스스로 내팽개쳤던 대화카드를 다시 줍게 하기에는 많은 난관이 있다. 노골적으로 미 행정부를 굴복시키려 하다가는 과거 김영삼 정부 때처럼 중재 역할마저도 상실할 위험이 있고, 제 소리를 못 내고 질질 끌려가서는 결국 미 행정부가 바라던 바대로 되어 버릴 수 있다.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 네티즌이 정부보다 높은 수위로 미국에 봉쇄정책을 포기하고 대화정책을 쓸 것을 압박한다면 정부의 대미 협상력을 제고시킬 수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미국과의 월남 파병에 따른 반대급부 협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차지철에게 월남파병반대안을 국회에 상정하게 한 아이러니한 일은 내국민의 압력이 외교 협상력을 높이는 데 얼마나 필수적인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조중동과 한나라당은 벌써부터 거꾸로 가기 시작하고 있다. 미국의 "맞춤형 봉쇄" 정책이 우리 정부와 균열을 낼 조짐을 보이자 조중동은 기다렸다는 듯이 한미 동맹이 삐꺽거린다는 둥, 우리가 너무 비켜서 있다는 둥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미국의 정책에 전폭적 지지를 보내지 못하는 우리 정부의 모습이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조선일보는 클린턴의 대북 평화 드라이브 시기 미국에 의존하는 사대적인 자세를 버리고 자주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이들의 본질이 친미라기보다는 친 미공화당, 더욱 구체적으로는 친 미공화당 매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들이 정부가 '반미성향'이다라고 공격할 때 사실은 정부의 '반 미공화당 매파 성향' 즉, '친 미국민주당 성향'을 공격하는 것이다.

어느 나라나 보수와 진보가 있고 '갑'나라 보수는 자국의 진보보다 '을'나라의 보수와 정책이 유사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국가 전체의 명운이 걸린 문제일 때는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국익을 우선시해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 공화당 매파와 대북정책이 유사한 집단이 국내에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화당 매파는 전쟁에 가장 적극적인 집단이고 이들에게 대북한 전쟁은 여건만 갖추어지면 언제나 가능한 선택사항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조중동, 한나라당은 이러한 것을 애써 모른 척하고 '한미동맹 강화' '대북경계의식 강화'를 현시기 가장 중요한 정책 결정의 기준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반미', '친북' 혐오의 덫에 걸려 있는 국민정서를 교묘하게 이용하려는 슬로건으로 그 실체는 '미 공화당 매파 추종' '대북적대의식 강화'이다. 며칠 전까지 '대화'를 주장하다가 갑자기 '봉쇄'를 주장하기가 멋쩍어 그런지 아직까지 이들은 봉쇄정책에 적극적인 찬성의사를 표명하고 있지는 않다.

이렇게 이들이 머뭇거릴 때, 정부의 대미 협상력을 현격히 떨어뜨리고 결국은 미 공화당 매파의 이익에 복무할 뿐인 낡은 한미동맹강화, 대북경계의식강화를 '한반도 긴장완화', '반전 평화'라는 건설적 기준점으로 대체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그것은 구체적으로 <봉쇄 반대, 대화 지지>라는 슬로건으로 압축된다.

< 부시는 북한과의 대화를 회피하지 말고 시작하라!
Mr. Bush, Accept Talks with N.K., Don't Avoid it! >

< 봉쇄반대, 대화지지
No, Sanction! Yes, Talks! >

< 봉쇄는 전쟁을 낳고, 대화는 평화를 낳는다.
Sanction Leads to War, Talks Leads to Peace! >

소파개정 여론을 불러 일으켰던 네티즌과 시민이 이번에는 한반도에 평화의 물결이 넘실거리는 데 기여할 것을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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