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 의원이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

기업이 노조에 휘둘려 망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한다니...

등록 2002.12.31 13:40수정 2003.01.0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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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렬 의원 ⓒ 최병렬 의원 홈페이지

지난 27일 한나라당 최병렬 의원으로부터 이메일이 왔습니다. "당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제목의 신년 연하장이었습니다. 저는 한나라당 지지자도 아니고 당원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저에게까지 최의원의 연하장이 온 까닭은 알 수 없습니다만, 아마도 메일을 보내는 과정에서의 오류로 인해서 저에게까지 메일이 온 것 같습니다.

최 의원의 메일을 읽어가면서 적지 않은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제목의 메일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사고의 한면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메일의 내용에 대해서 할말이 많이 있지만, 저는 그 중의 한 구절에 대해서 자세히 논하고 싶습니다. 최 의원은 메일을 통해서 "경제가 바닥나 중산층이 붕괴하고 실업자가 늘어나는 일은 막아야 합니다. 노동조합에게 휘둘려 기업이 망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최병렬 의원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전반적인 생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최 의원은 노동조합에 휘둘려서 기업이 망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최 의원에게 묻고 싶습니다. 과연 그 동안 힘없이 무너진 수많은 기업들 중에서 노동조합 때문에 망한 기업이 얼마나 되는지를 말입니다.

IMF 위기가 온 것이 노동조합 때문입니까? 한보, 기아, 대우, 현대 등의 대기업들이 위기를 겪은 것이 노동조합 때문입니까?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경영자의 판단 때문입니다. 경영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경영자에게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최 의원은 기업의 위기를 노조에 전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유럽과 달리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할 수도 없습니다. 경영자의 잘못된 판단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정리해고 당하는 것은 노동자인데도 불구하고 회사의 어려움에 대한 책임을 노동조합에 돌리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최 의원은 메일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실업자가 늘어나는 일은 막아야 하며, 노동조합에 휘둘려 기업이 망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노동조합이 파업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목적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최 의원은 아이러니하게도 실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막아야 하지만, 노조가 생존권을 주장하며 해고하지 말라는 것은 못마땅한 모양입니다. 지난 IMF때 노동조합은 강제해고에 대한 대안으로 무급 순환휴직 등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은 단호하게 거부했습니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많은 국회의원의 입장에서 보면 노동조합은 기업 운영에 방해꾼 정도로 인식되는 모양입니다.

최병렬 의원이 바라보는 노동조합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 최근 논의중인 서울지하철공사의 연장운행을 예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서울시와 지하철공사는 1시간 연장운행을 결정했습니다. 서울시민의 편의를 위한 조치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조금은 문제가 있습니다. 1시간 연장운행을 하게 되면 지하철공사 근로자들의 업무는 늘어나게 되고 안전점검을 하는 시간은 줄어들게 됩니다.

결국 적절한 인원의 투입과 적절한 수준의 안전점검이 될 수 있도록 완전한 준비를 하지 않고 연장운행을 하는 것은 시민의 안전을 담보로 시민에게 연장운행이라는 편의를 제공한다는 불합리함이 있습니다.

노사 모두가 연장운행 방침에 동의하고 지난 10년간 큰 불편함 없이 살았는데, 연장운행이 몇 달 늦게 시행되어도 큰 불편함은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노사 합의 없이 연장운행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이미 서울지하철노조는 24시간 운행을 추진하자는 내용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시민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지하철의 24시간 운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만 24시간 운행을 위해서는 안전에 대한 대책과 적절한 인원 투입이 필요하다는 매우 상식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극적인 타협이 없으면 서울지하철노조는 새해가 되면서 파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최병렬 의원은 지하철 노조의 파업을 기업을 휘두르는 또 다른 행위쯤으로 간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하철 노조의 파업은 지하철을 매일 이용하는 서민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매우 상식적인 요구를 얻어내기 위한 불가피한 싸움입니다. 시민의 안전을 요구하는 것은 노조만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하철 노조의 파업 역시 집단이기주의로 간주하시겠습니까?

정치인, 기업인,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변하지 않는 이상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는 원만할 수가 없습니다. 최근 강남성모병원을 비롯한 여러 파업현장에서 볼 수 있었듯이 "사용자의 불성실한 교섭 태도 - 파업 - 직권중재에 의한 '불법파업' 규정 - 노조지도자에 대한 구속영장과 가압류, 손배소송"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이상 노사관계는 계속 대립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최병렬 의원에게 부탁드립니다. 정말 국민을 위한 정치인이 되고 싶으시다면 노동조합이 휘둘러서 기업이 망한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정치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경제적 위기를 가져온 정치인들의 책임을 노동조합에게 전가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2004년 새해 연하장에는 보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하는 희망이 담긴 메시지를 받아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다음은 한나라당 최병렬 의원이 보낸 메일 전문입니다.

[우리 다시 희망을 얘기합시다]

선거 다음날 아침, 한 부인이 저에게 전화를 걸어 마냥 울기만 했습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실에 밤새도록 한잠도 못잤다며...

저 역시 그날은 밤 늦도록 술을 마시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웬술을 그렇게 마시느냐고 아내가 핀잔을 줬지만, 술을 마시지 않고는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을 것 같았기에 오랜만에 대취했습니다. 제가 서울시장에 떨어졌을 때는 오히려 담담했었는데 이번에는 속을 삭힐수가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여러분들도 다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아직도 선거결과가 믿기지 않을 것입니다.
저 역시 아직 믿기지 않으니 여러분들 심정도 오죽하겠습니까.

그러나 이에 우리 다시 희망을 얘기합시다.
마냥 앉아서 한탄만 하거나 술을 마시고 있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다시 일어나 국민이 우리에게 부탁한 일들을 챙겨야 합니다.
국민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해방후처럼 나라가 친미반미로 갈려 두동강이 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경제가 바닥나 중산층이 붕괴하고 실업자가 늘어나는 일을 막아야 합니다.
노동조합에게 휘둘려 기업이 망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그리고 5년후 정권을 가져와야 합니다.

사랑하는 동지 여러분!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합시다.
우선 우리당과 이나라 정치를 새롭게 만들어 다가오는 총선에서 원내 과반수를 확보합시다. 그리고 젊고 똑똑하고 매력있는 새인물을 세웁시다.
5년후 반드시 집권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희망을 얘기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여러분 모두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고
가정과 직장에 행운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사랑과 믿음을 보냅니다.

2002년 12월 27일 최병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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