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긴장, 색깔론 기지개

등록 2002.12.31 14:23수정 2002.12.3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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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에서 색깔론이 먹혀들어 가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색깔론이 먹혀들어 가지 않았다기보다는 한나라당에서 색깔론을 본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그것은 김대중이 가진 색깔론 이미지만큼 노무현에게는 그러한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부정부패론을 택했다.

이번 선거의 구도가 낡은 정치대 새정치라는 구도로 잡혔기 때문에 색깔론이 힘을 쓰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색깔론은 일반 사회에서 유효하다는 인식이 크다. 대선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는 못했더라도 정책의 골간을 훼손하는 데는 효과적이라는 인식은 여전한 것이다. 이는 한반도의 긴장에 따라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이원창, 이경재 의원이 30일 대통령직 인수위원 상당수가 `주사파'라고 주장한 것은 이를 말해준다.

이원창 의원은 30일 국회에서 "인수위의 통일외교안보팀은 주사파가 모두 장악했고, DJ정권 5년이 그랬듯이 좌파적 정권이 인수한 것"이라며 "주사파로 보이는 외교안보팀에 대해 국민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의원은 "북한이 핵개발을 할 때 현금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 노무현 당선자"라면서 "당이 똘똘뭉쳐 나가야 할 이때에 좌파적 성격이 강한 사람들이 (정권을) 인수한 만큼 우리당은 노무현식 당 개혁은 필요없다"고 말했다.

이경재 의원도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의 도중 "인수위에 들어간 교수 중에도 주사파들이 대거 참여했다"면서 "노 당선자의 대북정책의 위험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인수위를 문제삼은 것은 한반도 긴장에 기대어 대북 정책을 담당하는 이들의 색깔을 문제 삼아 사전에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것을 말해준다. 김대중 정부의 연장이라는 고리를 만들어 재생산하는 색깔론 네거티브 전략도 여전하다. 이는 향후 노무현 당선자의 발목을 지속적으로 잡을 것으로 보인다.

색깔론을 통해 자신들이 정당 구조를 편들며 반개혁을 옹호하는 행태도 여전하다. 인수위에서 사태의 추이에 따라 법적 조치를 고려하고 있는 것은 아직도 색깔론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두 의원의 발언 파장은 대선에서 색깔론은 결정적인 요인은 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정당성과 타당성 검토없이 정책을 훼손하는 행태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한반도의 긴장이 지속되는 한 위기와 불안을 부추기는 이같은 무차별적 행태가 빈번할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 이 때문에 분별없고 무차별적인 색깔론에 대한 경계가 어느 때보다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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