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2월 31일, 광화문 촛불시위 현장스케치

“날씨는 춥지만 우리들 가슴은 춥지 않다“

등록 2003.01.01 09:13수정 2003.01.0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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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섭

12월 31일 저녁,추운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2만 여명이 손에 손마다 촛불을 밝혀든 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고사리 손길에서부터 초등학생들, 중.고생 청소년들, 386세대, 젊은 엄마들과 노인까지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오후 5시부터 고 신효순, 심미선 양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 주최의 '미군재판 무효! 살인미군 처벌! 부시공개 사과! SOFA 전면개정! 100만 촛불 평화대행진'이 열린 것.

그러나, 한창 행사가 진행되던 오후 7시 30분경부터 교보문고 및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과 연결되는 지하통로가 모두 봉쇄되어 촛불시위에 참가하려던 시민 수백 명이 갇히다 시피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은 "이순신 장군 동상을 중심으로 세종로 일대를 수백 대의 전경버스가 빼곡히 늘어선 것도 보기가 민망스러운데, 시민들의 자유로운 통로마저 봉쇄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분통을 터뜨리며 돌아섰다.

현장에 나와 있던 한 일선 경찰간부는 "관할경찰서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짧은 답변만 남기고 일선중대로 바삐 걸음을 재촉했다.

또 다른 한 시민은 "오늘 시위는 미대사관으로 향하려는 것도 아니고, 광화문을 중심으로 전국과 지구촌 곳곳을 평화의 촛불로 밝히려는 순수한 의도로 참여한 시민들이 대다수일 텐데도, 이순신 장군 동상 일대를 중심으로 전경들이 길게 늘어선 것은 일제 때부터 내려온 '알아서 기는' 일부 경찰간부의 정부당국과 미국에 대한 오버제스처 같다."라고 꼬집었다.


음악정지

a 국세청까지 이어진 촛불행렬

국세청까지 이어진 촛불행렬 ⓒ 김태섭

a 장애우들도 참석했다

장애우들도 참석했다 ⓒ 김태섭

a 이 아이들도 두 언니들 죽음의 의미를 알까

이 아이들도 두 언니들 죽음의 의미를 알까 ⓒ 김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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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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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섭

a 장사익 씨의 열창

장사익 씨의 열창 ⓒ 김태섭

a 교보문고 지하통로를 막아선 경찰들

교보문고 지하통로를 막아선 경찰들 ⓒ 김태섭

a 경찰들은 이순신 장군을 지키려는 것일까

경찰들은 이순신 장군을 지키려는 것일까 ⓒ 김태섭

a 2002 대선판도를 바꾼 젊은이들의 개혁은 어디까지 나아갈 것인가

2002 대선판도를 바꾼 젊은이들의 개혁은 어디까지 나아갈 것인가 ⓒ 김태섭




아직, 오월은 끝나지 않았다


7월 27일, 불타기 직전의 성조기 모형의 깃발


순식간에 성조기는 불타버리고




이 땅에 살기 위하여
- 아직, 오월은 끝나지 않았다


불타는 것은 성조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분노다.
불태우는 것은 허수아비가 아니라 우리들의 가슴이다.

조까라까치 조까라까쵸
조까라까 치치 쵸쵸쵸

허겁 쓰레기장이 아니다.
양키의 폭격장이 아니다.

분노하는 것은 사람이다.
원하는 것은 소파가 아니라 푸르른 하늘이다.
노래하는 하늘이다.

굽이쳐 흐르는 강물이다.
바다로 내달리는 물결이다.

불타는 것은 성조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분노다.
불태우는 것은 허수아비가 아니라 우리들의 가슴이다.

조까라까치 조까라까쵸
조까라까 치치 쵸쵸쵸

살인실습장이 아니다.
총탄의 과녁이 아니다.

분노하는 것은 구멍이 아니다.
사라질 것은 노린내가 없는 세상이다.
햇볕 따뜻한 봄날이다.

소리 없이 울부짖는 목숨이다.
광야에서 포효하는 짐승이다.

너의 죽임과 그대의 죽음은 오월이다.
끝나지 않았다.
너의 죽임과 그대의 죽음은 한반도다.
끝나지 않았다.

학살은 부활을 처형하고
산 자는 죽음을 노래한다.

무덤은 부활을 선언하고
혁명은 들불로 타오른다.

하여,
살아남은 자는 어둠을 불사르리라.
찬란한 봄볕에 우리는 쓰러지리라.

오월은 다시, 그렇게 시작된다.



- 2002. 여름 金活/새벽누리 / 김태섭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민의신문> 및 <민중의소리>에도 송고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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